[황인선의 컬처톡톡] 산삼 김밥과 쿠션 경제

[황인선의 컬처톡톡] 산삼 김밥과 쿠션 경제

황인선 문화마케팅 평론가
2014.08.09 08:37

"오늘 점심은 비빔밥 해서 냉장고 반찬들 먹어치워요."

집에 있자면 아내의 먹어치우자는 이 소리, 처음엔 기분이 별로였다. '잉, 먹어치워? 내가 재고 반찬통이야?' 먹어치우긴 했지만 속으론 계속 투덜거렸다. '기업이 재고 아깝다고 세일로 팔아치우다가는 싸구려 된다고. 일류 브랜드들의 가치 관리를 모르시나? 남편을 존중해야지.'

그런데 요즘은 먹어 치우자는 게 꼭 기분 나쁘지만은 않다. 달리 생각하니 막 버리는 아내보다 그렇게 먹어 치우자는 아내가 고맙고 예뻐 보이기도 한다. 예전 우리 어머니들은 부엌 구석에서 그렇게 재고 반찬을 먹어치우셨고 아버지들도 새참으로 군말 없이 먹어치우셨다. 그렇게 먹어 치우셔서 쓰레기 배출이나 자원 남용의 폐해를 완충시키는 쿠션효과가 컸다. 그런데 요즘 브랜드사회에서는 허세소비와 허세생산이 넘치고 쿠션효과가 약해진 결과로 브랜드쓰레기가 세상을 덮는다.

재고를 먹어치우는 집에서와는 달리 기업이 재고를 활용하면 싸구려로 보이는 건 혹시 기업과 소비자간 더 큰 이익을 생각하는 공동체 정신의 부재 때문은 아닐까? 그래서 쿠션효과가 없어지는.

지난 주 한국문화기획학교에서 '탐스슈즈' 자칭 경험 디렉터가 발표한 기부경영 철학을 들었는데 딱 '쿠션 경제'란 말이 어울렸다. 탐스슈즈는 소비자가 신발을 한 켤레 사면, 한 켤레를 남미나 아프리카 오지의 신발을 신지 못하는 어린이들에게 기부한다. 아르헨티나 전통 신발을 개량해 만든 탐스슈즈는 비싼 편이지만 착한 지구 소비자들은 그걸 사준다. 누적 기부 켤레수가 2013년 기준으로 1000만 켤레를 넘었다. 위생에도 좋고 이걸 신은 어린이들 등교율이 62%가 늘어 정보 분배 측면에도 크게 기여한다. 위생 개선과 가난의 대물림을 막는 쿠션경제 사례다. 요즘 환경 기술자들이 만든 아프리카 큐 드럼, 생명 빨대, 지-세이버(G-Saver) 같은 적정기술 등도 기술로 생명권을 완충시키는 쿠션기술 사례고.

나는 한국형 쿠션경제 가능성을 '함양 11회 산삼 축제'에서도 얼핏 봤다. '좌 안동, 우 함양'이라 하여 경상 우도 선비 문화의 땅인 함양은 지리산 자락 억센 산을 배경으로 한 산삼 1번지 땅이기도 하다. 산삼은 무병 욕망에 대한 약용, 식품 효능은 물론이고 심마니 문화와 산에 대한 외경을 가진 우리 민족의 컬처 코드에도 잘 맞는 아이템이라 사람을 끄는 힘도 좋고 동양하면 신비를 떠올리는 외국인들도 충분히 동할 만한 축제 콘텐츠다.

그래서 아내와 이틀을 가 봤다. 거기 산삼은 정확하게는 산양삼인데 산삼 씨를 받아 깊은 곳에서 산 기운만으로 재배한 것이다. 산삼보다는 훨씬 저렴해 대중 보급효과도 기대해볼만 하다. 신라 최치원 선생이 심었다는 천년 숲 상림에 위치한 넓은 전시장엔 산 내 나는 산삼 향이 코를 자극하면서 기분까지 청량하게 해주는데 특히 인상적인 게 산삼김밥이었다. 산삼 김밥! 충무김밥 모양인데 파란 산삼 잎이 삐죽 나와 있어 청량한 식감을 돋는다. 안에는 잔뿌리가 들었을 텐데 잔뿌리면 어떤가, 산삼인데. 마약 김밥보다 격이 한 길 위인 김밥이다. 하루 4000개 이상 금방 동난다고 한다. 줄을 섰다가 아내와 산삼김밥을 하나씩 받아 꼭꼭 씹어 먹어치웠다. 청량한 감동이 입 안에 가득 찬다. 저녁에는 산삼국수에 산삼묵밥을 먹었다. 모두 잔뿌리와 잎이 든 것들이지만 깊은 산내음도 나고 신령스러운 힘도 이식될 것 같은 느낌에 비싸지도 않으니 부족하지 않다. 자연과 인간 사이의 쿠션 식자재일 산삼의 심리적 효과일까!

소고기, 닭, 돼지···. 온실 대량재배, 유전자 조작 농산물로 늘어나는 소아비만과 광우병, 조류 독감은 과잉 축산 기술이 부른 인재(人災)고 공동체를 망각한 탐욕과 직선 경제의 부작용이다. 반면 산이 만들고 사람이 참아내 얻는 산삼은 가치도 올리고 몸에도 좋고 버릴 것 하나 없이 먹어치울 수 있고 자연도 가까워지니 성급한 탐욕을 완충시키는 쿠션 약식(藥食)이다.

먹어 치우자는 아내, 나누는 탐스슈즈, 산과 사람을 잇는 산삼 김밥에서 "사람은 자연이 주는 이자로만 살아야 돼"라는 고(故) 박경리 선생의 말씀이 환청처럼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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