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은 살아 있지만 '앙드레김'은 사라진 이유

'샤넬'은 살아 있지만 '앙드레김'은 사라진 이유

방윤영 기자
2015.05.30 05:27

[따끈따끈 새책]'소공인'…전순옥이 만난 우리 시대의 장인들

/사진=뿌리와 이파리 제공
/사진=뿌리와 이파리 제공

"우리나라 양장 패션을 시작한 노라노 선생님은 아직 살아 있는데 그 분의 옷은 어떻게 됐나요? 없어졌지요. 그럼 세계적인 브랜드 샤넬은 어떻습니까. 디자이너는 죽었는데 옷은 살아 있잖아요. 우리는 반대로 디자이너는 아직 살아 있는데 옷은 사라졌습니다. 왜 그럴까요?"

43년 경력의 장효웅 패턴 장인은 '기술자 우대'에서 그 해답을 찾았다. 디자이너가 바뀌어도 샤넬의 기술자인 봉제사와 패턴사가 그대로 작업을 하니 샤넬의 옷이 그대로 남아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자부심을 갖고 대를 이어 기술을 전수해 기술이 100년이 지나도 살아남게 된다고도 덧붙였다. 그는 앙드레김 디자이너가 사망한 이후 그의 옷이 잊히고 있다고 비판하며 우리나라 패션의 현실을 꼬집었다.

1970~80년대 산업화 과정에서 소위 시다(봉제공장 보조원), 공순이, 공돌이로 불리던 이들은 의류·수제화·가방 등 분야에서 어느덧 수십 년 경력의 장인이 됐다. 하지만 사정은 나아지지 않았다.

봉제 장인들은 여전히 서울 신설동 골목 지하실에서 먼지와 싸움하며 옷을 짓고 있고 디자이너의 보조원쯤으로 무시 받고 있다. 55년 경력의 유홍식 구두 장인은 보험회사로부터 일용잡직으로 취급받기도 했다. 장 장인은 한국패션봉제아카데미에서 기술의 맥을 잇기 위해 강사로 나섰지만 공무원들로부터 자격증을 요구받아 답답한 일도 겪었다.

전순옥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사양 산업으로 치부돼온 패션 분야의 장인들을 조명했다. 모두들 첨단기술과 서비스산업에만 집중한 사이 장인들은 지난 수십 년간 손기술 하나로 우리 경제의 밑바닥을 떠받쳐 왔다. 의류봉제를 비롯해 수제화·안경·주얼리 등 소규모 제조업체의 매출 규모는 74조원, 영업이익 10조원에 이른다. 비록 전체 산업에서 차지하는 매출 규모는 미약하지만 하도급 등을 통해 영향을 미치는 패션 등 관련 산업 시장 규모는 395조원에 달한다.

전 의원은 소규모 제조업도 조금만 신경 쓰면 세계 시장에서 충분히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2년여에 걸친 연구 끝에 29일 시행에 들어간 '도시형소공인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내놓은 이유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책은 도시 골목에서 제조업 생태계를 떠받치고 있는 장인 9인의 정직한 손, 철학 등을 담아내고 있다.

◇'소공인'=전순옥·권은정 지음. 뿌리와 이파리 펴냄. 302쪽/1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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