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앞 안보이는 유치원생의 동시 낭송 들어보실래요?

[르포]앞 안보이는 유치원생의 동시 낭송 들어보실래요?

홍재의 기자
2015.07.22 03:20

책누나프로젝트-한빛맹학교, 26일 'aA 디자인뮤지엄'에서 북콘서트…수익금 시각장애유아특수학교 건립 기부

동화구연 후 아이들과 함께 동화책을 읽고 있는 책누나프로젝트/사진제공=책누나프로젝트
동화구연 후 아이들과 함께 동화책을 읽고 있는 책누나프로젝트/사진제공=책누나프로젝트

"형, 누나들 안녕하세요. 저는 강ㅇㅇ입니다. 저는 뚱땅뚱땅 피아노 가르쳐주는 피아노 선생님이 되고 싶어요. 내 얼굴은 모기카페. 진한 피 한잔 한잔 돈도 안 내고 염치없는 모기 손님."

지난 20일 한빛맹학교의 유치부 학생 8명이 한 반으로 모여들었다. 책 읽어주는 누나 형들의 동화구연을 듣기 위해서였다. 책누나프로젝트 봉사단 6명은 '화내지 말고 예쁘게 말해요'라는 책을 각자 캐릭터에 맞춰 실감나게 들려줬다. 동화 배경에 맞는 배경음악도 깔렸다.

"우르르 쾅쾅! 천둥이 쳤어요"라는 말이 나오자 한 아이가 소리를 지르며 무서워했다. 유치부 선생님은 "괜찮다"며 아이를 진정시켰고, 다시금 아이들은 숨을 죽이고 형, 누나가 읽어주는 동화에 빠져들었다. 동화를 2번 듣고 난 뒤 아이들의 감상평이 이어졌다. 2번 들었을 뿐인데 주인공의 이름, 동화 속 문장을 줄줄 외는 어린이도 있었다.

이번에는 아이들이 형, 누나들에게 보답하는 차례. 한 아이가 책누나프로젝트 봉사단 앞에 서서 배위에 공손히 손을 올리고 자신을 소개했다. 피아노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이 아이는 2개의 동시를 멋지게 구연했다. 선생님, 봉사단의 박수가 터졌고 아이는 활짝 웃었다. 아이는 비록 형, 누나의 감격스러운 표정을 볼 수는 없었지만, 서로의 마음은 충분히 전달됐다.

책누나프로젝트가 한빛맹학교를 찾은 것은 지난해 초. 아이들과 교류를 시작한지도 1년 반이 넘었다. 어린이 도서관 등에서 아이들을 위해 책을 읽어주는 것으로 시작한 책누나프로젝트는 한빛맹학교를 비롯해 10여곳의 기관으로 봉사 장소가 늘어났고, 장수혜 책누나프로젝트의 대표(28) 홀로 시작한 이 단체에는 현재 70여명이 활동하고 있다.

단편영화, 대학로 연극 무대 등에서 배우로 활동하고 있는 차영남씨(27)는 "봉사활동을 하고 싶어도 단체가 아닌 개인 봉사자는 제약이 많아 어려움을 겪던 차에 내 재능을 활용해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이 있다고 해 도전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빛맹학교는 책누나프로젝트가 특별히 더 신경을 쓰는 곳이다. 앞이 잘 보이지 않는 아이들은 한두번 만난 봉사자에게 쉽게 마음을 열지 않는다.

정은진 한빛맹학교 유치부 부장교사는 "아이들이 마음을 이미 준 뒤에는 봉사자의 발길이 끊기면 상처를 받아 정서적으로 벽을 만들기도 한다"며 "아이들이 형, 누나들의 무릎 위에 앉아 이들이 읽어주는 동화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은 아이들에게 행복이다"고 설명했다.

지난 20일 한빛맹학교에서 봉사활동을 한 책누나프로젝트/사진제공=책누나프로젝트
지난 20일 한빛맹학교에서 봉사활동을 한 책누나프로젝트/사진제공=책누나프로젝트

처음에는 마음을 쉽게 열지 않았던 아이들은 이제 책누나프로젝트 형, 누나를 만나면 덥석 품에 안기려 든다. 신체의 일부를 만져보거나 냄새만으로도 형, 누나의 이름을 알아맞힌다. 자신 있게 형, 누나 앞에서 자신들이 외운 동시를 구연할 수 있는 것도 그만큼 이들과 친숙해졌기 때문이다.

'책누나프로젝트'는 오는 26일 오후 3시, 서교동 'aA 디자인뮤지엄'(Design Museum)에서 북콘서트를 개최한다. 이날 '모기카페'라는 동시를 외웠던 한빛맹학교 아이를 비롯해 2명의 아이가 북콘서트에서 자신의 실력을 뽐낼 예정이다.

100여명의 관객 앞에 선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누나·형이 언제나 자신감을 북돋아주기 때문에 아이들은 두렵지 않다. 리포터로 활동하고 있는 책누나프로젝트의 정여진씨(27)는 아이들에게 "무대 위에 공연을 하다가 무섭거나 관객들이 떠들어 집중할 수 없으면 언제든 나를 부르라"고 말했다. 그는 아이들과 새끼손가락을 걸고 "지켜주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열리는 북콘서트에는 아이들이 꾸미는 동시낭독 뿐 아니라 다양한 동화구연, 공연이 예정돼있다. 책누나프로젝트에서 활동하고 있는 문지애 아나운서가 사회를 맡으며 국악그룹 동화와 배우 차영남, 전수연, 개그우먼 유한결 등이 함께 우리 설화를 낭독한다. 현대무용 듀오 JJbro(제이제이브로)와 뮤지컬배우 박란주씨도 특별무대를 꾸민다.

넥슨의 사회공헌 브랜드 '넥슨 핸즈'가 후원하며, 시민들의 기부로 마련된 도서바자회, 친환경 캠페인 '테이크아웃유어가든' 프로젝트의 재활용 워크숍 등 다양한 부대 행사도 열린다. 입장료는 자유지불제이며, 수익금은 시각장애유아특수학교 건립을 위해 쓰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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