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끈따끈 새책]‘세계 야채 여행기’...쉬운 채소의 재미난 이야기

좋은 식물성 기름을 듬뿍 머금은 가지는 세계 각국에서 사랑받지만 처음부터 그렇진 않았다. 원래 아랍세계에서 가지는 쓰다는 이유로 가까이하지 않던 야채였다. “가지를 먹으면 주근깨가 생긴다” “인후염에 걸린다” “암의 원인이 된다”고 경고하는 의사가 있었을 정도다. 9세기에 가지를 썰어 소금을 뿌리고 한동안 두면 쓴맛이 없어진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그제야 비로소 아랍인들은 가지의 풍미를 즐겼다.
가지는 9세기에 아랍에서 스페인으로 전해졌다. 그 후 터키가 이란과 이라크를 점령한 11세기에 터키에서 그리스를 거쳐 발칸반도를 지나 북이탈리아로 전해졌다. 서서히 북상한 가지가 프랑스와 독일, 영국에 도달하기까진 상당한 시간이 더 걸렸다. 지금은 지중해 연안에서 많이 열리는 까닭에 가지를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다. 가지요리가 적어도 마흔 종류 이상인 것으로 알려진 터키에선 ‘가난한 사람의 고기’로 불릴 정도다.
그런가 하면 “후추는 금값이었다”는데 사실일까. 신대륙 발견을 코앞에 둔 무렵 후추는 같은 무게의 금과 거의 동등한 가격으로 거래됐다. 당시 고기는 부유한 계급에서 빼놓을 수 없이 중요한 음식이었는데 고기를 소금에 절이거나 바람에 말려 보존하는 것보다 후추를 치는 편이 보존성이 더 높았다. 이렇게 꼭 필요한 후추가 동방에서 배로 운송된 뒤 홍해 부근에서 낙타의 등에 실려 이집트로 옮겨져 상인을 통해 유럽 부유층에 팔아넘겨질 때쯤엔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터무니없는 가격이 매겨졌다.
매일 밥상에 올라오는 채소는 언제 어떻게 전파돼 나에게 왔을까. ‘세계 야채 여행기’는 감자·옥수수·양배추·오이 등 익숙한 채소 이야기다.
채소가 궁금했던 저자는 10여 년 간 세계 곳곳 원산지를 탐방했다. 책을 읽고 나면 그저 우걱우걱 씹었던 채소가 달리 보일지 모른다.
◇세계 야채 여행기=다마무라 도요오 지음, 정수윤 옮김. 정은문고 펴냄. 232쪽. 1만3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