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끈따끈 새책] '뼈가 들려준 이야기'…뼈로 알아보는 생명의 진화 발자취

한 번쯤 이런 의문이 생겼을 것이다. 임신부는 배가 볼록 튀어나오는데, 왜 앞으로 고꾸라지지 않을까. 이 질문의 해답을 찾기 위해 2007년 미국 인류학자들이 머리를 맞댔다. 정답은 ‘뼈’에 있었다.
몸의 무게 중심을 잡아주는 요추 5개 중 밑에 3개가 남자와 여자에서 다른 차이를 보였던 것. 여성의 요추는 남성에 비해 각도가 아래쪽으로 틀어진, S자 형태로 구성됐기 때문에 몸의 균형을 잡을 수 있었다.
아이들의 갈비뼈는 단 4주 만에 붙기 때문에 부모의 학대가 있더라도 증거를 찾기가 쉽지 않다. 의사들이 엑스레이만으로 골절의 흔적을 찾지 못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뼈 전문가들은 뼈 주변의 연한 조직이 없는 상태에서 뼈만 들여다보는 데 익숙하기 때문에 쉽게 자국을 발견할 수 있다. 의사 표현이 서툰 아이들의 학대 사실을 밝혀주는 결정적 단서가 ‘갈비뼈’인 셈이다.
서울대에서 고고학을 전공한 뒤 미국에서 인류학 석·박사 학위를 받고 지난 10년간 세계 각지의 발굴 현장에 참여해 오로지 ‘뼈’ 연구를 통해 인류의 진화와 기원을 밝혀온 진주현 법의인류학자가 쓴 ‘뼈가 들려준 이야기’는 인체에서 가장 가볍게 다룰 법한 뼈의 역사를 재미와 감동, 진지의 시선으로 조명한다.
뼈 하나가 전하는 30가지 이야기에서 생명의 탄생과 인류 진화의 발자취를 맛보는 건 흥미롭다. 법의인류학은 고고학, 생물학, 해부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뼈를 분석해 사망한 사람의 나이, 키, 성별, 사망 시점 등을 밝히는 학문으로, 때론 뼈의 상태를 관찰해 범죄의 증거를 찾기도 한다.
뼈가 부러지면 어떻게 다시 저절로 붙을까. 저자의 설명과 묘사는 서스펜스에 가깝다. 뼈 안에는 골세포라는 세포들이 서로 손잡고 죽 늘어서 있는데, 골절이 생기면 골세포가 주변의 혈관에 긴급 도움을 요청한다. 이 과정에서 무너진 건물을 새로 짓기 위해 잔재부터 치우는 것처럼, 파골세포가 들어와 오래된 뼈나 죽은 뼈를 먹어치운 뒤 자신도 죽는다. 이후 줄기세포에서 생긴 조골세포가 뼛속의 빈자리를 채우며 뼈를 만들기 시작한다. 이 모든 과정이 끝나는 데 보통 3, 4개월이 걸린다.
위팔뼈와 쇄골을 통해 죽은 이의 나이를 가늠할 수도 있다. 위팔뼈는 20세 정도에서 다 붙고, 쇄골은 우리 몸에서 가장 먼저(수정 5주안) 생겨, 가장 나중에(늦어도 30세) 붙는다. 만약 숲 속에서 발견된 유해의 위팔뼈가 붙고 쇄골이 아직 붙지 않았다면 몇 살일까. 대략 20~25세, 넓게 잡아도 30세 이하로 추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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쇄골은 좌우로 벌릴 일이 없는 동물에겐 찾아볼 수 없다. 말이나 사슴은 앞발을 앞뒤로만 쓰기에 없고, 고양이나 곰은 사람의 팔처럼 쓰기에 있다. 새에게 쇄골은 특히 중요하다. 삼계탕에서 V자 모양의 뼈를 봤다면 쇄골이다.
쇄골은 나이뿐 아니라 신원 감식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다른 뼈들은 사용 빈도가 높아 밀도 차이로 크기나 모양이 달라지지만, 쇄골은 쓰지 않은 뼈라 세월의 흐름과 관계없이 일정하다. 생전에 찍어 둔 엑스레이 한 장만 있으면 유해의 쇄골과 맞춰 신원을 밝힐 수 있다.
이빨은 뼈처럼 단단하지만 뼈로 보지 않는다. 이빨은 뼈처럼 자생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뿔은 뼈일까. 뼈에 대한 호기심이 생기면서 가지게 되는 모든 의문을 저자는 묻고 답하고 다시 묻는다. 왜 강아지만 한 곤충은 없을까에 대한 해답이 뼈에 있다는 건 상식으로 통할지 모르지만, 그 상식 심연에 자리 잡은 역사의 숨은 비밀은 캘수록 과학적이고, 알수록 신비롭다.
뼈에 대한 통찰은 더는 과학이 아니다. 우리 몸에 붙은 삶의 일부이고, 과거를 더듬는 역사 탐방이자 미래의 거울이다. 그것뿐이랴. 인류의 거대한 진화론도 꿰뚫는 대장정의 서사시다.
◇뼈가 들려준 이야기=진주현 지음. 푸른숲 펴냄. 344쪽/1만7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