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3조원 공무원연금 감축? 1987조원 더 내야할 판"

"333조원 공무원연금 감축? 1987조원 더 내야할 판"

김고금평 기자
2015.10.27 09:17

[따끈따끈 새책]박태준미래전략연구소가 낸 '10년 후 한국사회'…시민성 약화·1인족 증가·고령화 추세

영국은 우리보다 인구가 1500만 명이나 더 많지만 관리 수는 43만 9000명에 불과하다. 우리나라 정식 공무원 수는 107만 명에 이른다. 비정규직 등 ‘숨겨진 공무원’(100만 명)까지 합치면 200만 명으로 영국의 5배나 된다.

이 상태로 가면 10년 안에 공무원 수는 250만 명으로 늘어난다. 이를 나름 제어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가 공무원연금 개혁인데, ‘개혁’이 아닌 ‘개악’이라는 지적이다. 현재 개혁안은 앞으로 70년간 333조 원을 감축한다는 것이 골자다. 하지만 해마다 늘어나는 공무원 수, 연간 오르는 공무원 소득, 매년 5개월씩 더해가는 평균 수명 등을 모두 합치면 70년간 1987조 원을 세금으로 더 지원해야 하는 아이러니가 생긴다.

송복(사회학) 연세대 명예교수는 우리나라 공무원 사회에 과감히 메스를 들이댄 뒤 “개악 중의 개악”이라며 “차라리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모두가 밑바닥까지 내려가서 비로소 도약할 수 있는 편이 낫다”고 강조한다.

나라의 중심을 창의력과 열정을 앞세운 젊은이들이 아니라, 상상력을 말살하는 관료가 잡고 있는 ‘관료치국’은 곧 ‘관료망국’과 연결된다는 것이 송 교수가 보는 ‘10년 후 한국사회’의 모습이다. 이 시대, 국가재건과 사회 재도약을 기대하는 유일한 방법은 무엇일까. 그는 ‘NGO(비정부기구)에 의한 기업시민혁명’을 통해 관리부패를 감시하고 감독하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박태준미래전략연구소가 최근 펴낸 책 ‘10년 후 한국사회’(아시아)는 각계 전문가 36명이 하루가 다르게 격변하는 한국 사회 10년을 에세이 형식으로 내다봤다. 권두 에세이를 맡은 송복 교수를 비롯해 방민호 서울대 국문학과 교수, 안병영 전 교육부총리 등이 참여해 ‘평화 그리고 통일’, ‘시민 그리고 개인’, ‘교육개혁 그리고 다문화사회’, ‘고령화사회와 유전자 의료산업’, ‘의식 그리고 리더’, ‘새로운 외교 그리고 정치개혁’ 등 6개로 나뉜 주제에서 자유롭게 집필했다.

이대환 박태준미래전략연구소 연구위원은 26일 기자간담회에서 “좌우, 진보와 보수를 떠나 합리적인 고민을 통해 10년 후 한국사회를 조망하는 것이 책 출간 취지”라고 설명했다.

방민호 교수는 ‘통일을 생각하는 상상력을 키울 때’라는 제목의 글에서 “정치경제학적 관점에서 북한을 새로운 통치와 지배의 대상으로 생각하는 건 위험한 발상”이라며 “통일에도 인문학적 시각이 필요하고, 이상적인 조건 위에서 살 수 있는 과정을 만들기 위해서 통일을 준비하는 새로운 상상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시민성의 배양’을 강조한 송호근(사회학) 서울대 교수는 “10년 한국사회에서 가장 절실한 과제는 국가와 개인의 수직적 관계를 의미하는 국민이 아닌 다른 사람과의 수평적 관계를 뜻하는 시민성의 배양”이라며 “시민성의 취약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 바로 ‘세월호 사건’”이라고 진단했다. 송 교수는 유럽에서 시민의식은 귀족층과의 경쟁에서 생겨난 것인데 반해, 우리는 1960, 70년대 시민층이 확대될 당시 긴장해야할 대항 세력이 없어 상층을 차지하려는 무한 경쟁만 촉발됐다고 설명한다. 시민성은 결국 선진국과 중진국의 진입을 가르는 중요한 잣대라는 것이다.

‘나홀로 사회’ ‘고령화 인구’ ‘다문화 사회’ 등도 미래 삶에 중요한 변수로 떠올랐다. ‘싱글턴 시대’를 주제로 글을 쓴 전상인(사회학)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2020년이 되면 3~4억 명 정도가 혼자 사는 세상이 될 것으로 예측되는데, 이 중 우리나라 1인 가구 증가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며 “‘화려한 싱글’은 전체 1인 가구의 10%도 되지 않는 반면, ‘골드 솔로’와 ‘푸어 솔로’는 늘어 싱글족의 양극화도 심각하다”고 설명했다.

방현석 중앙대 문예창작학과 교수는 ‘이주민 2세의 사회적 등장’과 관련해 2006년 9000여 명에 불과하던 초·중·고교 다문화가정의 자녀가 8년 사이 7배 넘게 증가한 사례를 들며 “다문화가정 아이들에게 ‘한국화’하기보다 어머니의 모국어를 가르치는 교육을 병행 실시해야 한다”며 “한국 사회 중심의 교육에만 몰입할 경우 이들은 열세에 놓일 수밖에 없다. 이들에게 모국어를 가르쳐 한국과 아시아를 잇는 가장 강력한 인프라 될 수 있도록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책은 박태준미래전략연구소가 지난 5월에 이어 기획한 ‘미래전략연구’ 시리즈 2탄이다. 거대담론적 미래전략이 아닌 실사구시적 미래전략에 기반해 가까운 장래에 공동체가 당면할 주요 이슈를 예측하고 대응책을 제시하는 작업에 주력하는 게 주요 목표다.

◇10년 후 한국사회=송복 외 지음. 아시아 펴냄. 288쪽/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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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고금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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