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끈따끈 새책]'인재경영을 바라보는 두 시선'…삼성경제연구소 인사조직실 연구원들이 분석한 인사딜레마

그러고보니, 의문의 연속이다. 다들 뛰어난 인재인데, 어벤저스는 왜 다수의 인재가 모여있을까. 아이언맨, 캡틴 아메리카, 헐크, 토르 등 각자 따로 놀아도 임무 완수에 부족함이 없는 인재들. 그들은 왜 분란 없이 서로 잘 협력하며 ‘어벤저스’라는 팀으로 뭉쳤을까.
어벤저스의 멤버들이 4분의 1로 나눠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사이, 슈퍼맨은 오로지 홀로 빛난다. 그럼에도 두 영화 모두 ‘대박 성공’을 거뒀다. 이쯤 되면 어떤 형식의 인재를 쓰는 것이 더 효율적인지 헷갈리기 시작한다.
2009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올리버 윌리엄슨 교수의 이론인 시장의 ‘거래 비용’은 이 고민을 해결할 단서가 될지 모른다. 거래 비용은 시장에서 투자처를 찾거나 제품 생산 공장을 찾거나 소비자를 구하거나 하는 일련의 불편함을 뜻한다. IT 기술의 발달은 이 불편함을 대부분 없애고 있다. 이를테면 투자는 크라우드 펀딩으로, 공장은 3D 프린터로, 소비자는 SNS 인맥으로 각각 해결할 수 있기 때문.
다트머스 대학교의 앨바 테일러 교수가 ‘슈퍼맨’과 ‘어벤저스’ 시리즈를 만든 코믹북 산업을 조사한 결과 경험을 충분히 쌓은 작가는 팀으로 활동하는 작가들보다 실패할 확률이 높지만 혁신적인 작품을 만들어낼 확률은 높았다. 하나의 스토리를 완결짓는 힘은 다수보다 한 사람의 힘이 막강할 수 있다는 얘기다. 조앤 롤링의 ‘해리 포터’ 시리즈처럼 말이다.
하지만 로버트 퍼트넘 하버드 교수는 ‘거래 비용’에 이의를 제기한다. 그는 ‘나 홀로 볼링’이라는 논문에서 미국의 볼링 인구가 10% 증가했는데, 볼링 리그가 40% 감소한 사실을 지적하며 미국 사회의 전반적인 문제를 제기했다. 혼자 치는 볼링이 늘어나면 연대감이 부족해 테러나 전쟁에서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토이스토리’, ‘겨울왕국’을 만든 픽사는 협력 인재의 주요 사례다. 존슨앤드존슨, 휴렛패커드처럼 어벤저스도 연대감을 통해 생성된 ‘브랜드’의 가치를 앞세운 결과로 인식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인사조직실 연구원들을 주축으로 18명의 인사 전문가들이 집필한 ‘인재경영을 바라보는 두 시선’은 인사와 관련된 딜레마와 쟁점을 세계 석학들의 상반된 이론으로 모색하는 흥미로운 책이다. 인재경영에 대한 정·반 이론을 통해 융통성 있는 합의 해결책을 도출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특징이다. 상반된 이론은 또 실제 기업사례를 덧붙여 타당한 증거로 남긴다.
직원을 기계의 관점에서 본 프레더릭 테일러의 ‘과학적 관리법’(일명 테일러 시스템)은 “근무태만은 가장 사악한 행위”라는 키워드로 경영자의 환호를 받았다. 반면, 하버드 대학교의 엘튼 메이요 교수는 직원에게 최적의 업무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경영자의 가장 중요한 과제라며 ‘인간관계론’을 중시했다.
독자들의 PICK!
사회조직론에서 아성을 지키던 ‘프로’ 석학자 막스 베버에게 크게 한방 먹인 주인공은 ‘아마추어’ 회사원 체스터 바너드였다. 법과 원칙에 따라 모든 기업의 조직을 ‘관료제’에 따라 움직여야 한다고 역설한 베버의 조직론은 지금까지도 기업의 생존을 유지하는 비결 아닌 비결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바너드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인간의 얼굴을 한 조직 체계를 꿈꾸며 인간의 비논리성이 조직에 활력을 주는 긍정의 효과에 주목했다. 베버의 극단적 부작용은 다음과 같은 사례에서 확인된다. 유대인 학살의 실무 책임자인 나치당원 아돌프 아이히만의 행동이 조직의 논리에 따른 순응의 결과(‘막스베버’ 이론)라면, 나치당원인 오스카 쉰들러의 유대인 구출은 조직의 규율을 어긴 양심의 행동(‘체스터 바너드’ 이론)에 기인한 것이다.
한때 세계를 지배하던 무선통신사 노키아는 어떻게 초고속으로 멸망의 길을 걸었을까. 이 역시 노키아 최고경영자(CEO)가 지난해 밝혔듯, 대처 능력이나 콘텐츠 부족이 아닌 집단적 무감각 속에서 잃어버린 ‘인간적 공감’을 원인으로 보고 있다.
책은 또 ‘부하직원, 어디까지 믿을 것인가’라는 부제에서 ‘대리인 이론’과 ‘청지기 이론’을 내세우며 ‘통제’와 ‘자율’이라는 선택의 딜레마를 안겨준다. 어떤 직원도 믿을 수 없으므로 ‘버거킹’이 직원을 대리인으로 대했던 것처럼 통제할 것인지, ‘배트맨’의 집사 알프레드처럼 ‘KFC’나 ‘피자헛’ 직원을 청지기로 보고 자율권을 줄 것인지, 아니면 두 이론을 적절히 통합한 방식을 쓸 것인지 기업가의 고민은 계속될지 모른다.
지금까지 인상이나 감에 의존해 인재를 등용한 실무자들이라면 이 책이 유용한 실용서가 될 듯하다. 인재 등용의 고민은 학습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정권택 외 지음. 삼성경제연구소 펴냄. 298쪽/1만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