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책을 읽읍시다] <2> 장하석의 '과학, 철학을 만나다'…과학에 철학이 필요한 이유

1859년, 다윈이 진화론을 가지고 세상에 나오면서 인간이 신과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은 완전히 바뀌었다. 다윈은 생명이 외부의 손길 없이 저절로 진화를 거듭할 수 있다는 사실을 제시했고, 인간과 자연의 탄생을 하늘의 영역에서 지상으로 끌어내렸다. 사람들은 충격에 빠졌고, 다윈의 '진화론'을 불태웠으며, 아직도 수많은 사람이 이 문제에 대해 논쟁을 이어가고 있다.
1543년 코페르니쿠스가 발표한 지동설은 더 큰 파문을 일으켰다. 지구가 세상의 중심이라고 믿던 사람들 앞에 지구는 태양의 주변을 도는 일개 행성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내놓은 것. 이로써 인간들은 하늘 너머에 지구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거대한 세상이 펼쳐져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깨닫게 됐다.
과학은, 이렇듯 실험실 속에 갇힌 학문이 아니다. 사실 과학이라는 분야는 태동하던 시기부터 인간과 우리를 둘러싼 우주를 이해하는 '철학'의 한 영역이었다. 과학 없는 말의 향연만으로는 인간은 스스로를 이해할 수 없었다. 우주라는 거대한 미지의 세계부터 우리의 뇌 구조라는 미세하지만 끝없는 세계까지. 인류의 역사는 과학을 통해 스스로를 조금씩 알아가는 과정이었다.
장하석 영국 케임브리지대 과학철학과 석좌교수(49)가 자신이 평생을 연구해 온 '과학철학'을 아주 쉬운 표현들로 정리해 책 한 권에 담았다. 어려서부터 외국에서 자라 고급 한국어가 어려운 만큼, 중학생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집필됐다. 장 교수는 '사다리 걷어차기' '나쁜 사마리아인들' 등으로 이름을 날린 형,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경제학과 교수와 함께 '천재 형제'라 불리는 학자다.
그는 과학철학은 과학을 하는 데 있어서 꼭 필요한 철학적인 문제에 대해 질문을 하고 답을 내리는 학문이라고 설명한다. 과학을 둘러싼 철학적인 내용은 그 자체만 놓고 봐도 분야가 너무 방대해서, 과학자들이 만일 여기에 집중한다면 연구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따로 빠져나온 학문 분야라고 설명한다.
과학철학은 과학을 바라보는 태도에서 출발하지만, 이 태도는 과학자마다 그리고 철학자마다 다르다는 것이 장 교수의 설명이다. 대표적인 과학철학자 두 사람, 칼 포퍼(Karl Popper)와 토마스 쿤(Thomas Kuhn)도 각자 '반증주의와 비판적 사고', 그리고 '패러다임을 따라가는 정상과학'이라는 상반된 시각에서 과학을 바라보고 있다.
과학이 이전의 이론을 뒤집어가면서 진리를 찾아가는 것이냐, 아니면 이전의 과학자들이 쌓아 둔 패러다임(paradigm, 한 연구성과에서 파생된 과학적 전통의 흐름)을 따라가는 것이냐. 과학자들이 갖는 태도의 차이에서부터 연구 방법이 달라지고, 다른 결과가 도출되며, 그 결과로 만들어지는 응용 상품들도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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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에 철학이 부족하면 어떠한 재앙이 발생하는지를 말해주는 가장 대표적인 응용 상품이 '핵폭탄'이지 않은가. 미국인, 그리고 나치를 피해 미국에 와 있던 유럽 출신 과학자들의 '맨해튼 프로젝트(Manhattan Project, 원자폭탄 개발 프로젝트)'가 전세계에 가져온 재앙은 상상을 초월한 결과를 낳았고, 현재도 낳고 있다.
"기술적 응용만 고려하면 과학의 문화적 가치를 이해할 수 없습니다." 장 교수의 이 단호한 말은, 과학자들에게 던지는 말이지만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일반인인 우리에게도 통용된다. 올해는 겨울이 가기 전, 이 책을 읽으면서 우주와 사회와 나 자신을 이해해 보는 것은 어떨까.
◇장하석의 과학, 철학을 만나다=장하석 지음. 지식플러스 펴냄. 440쪽/ 2만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