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는 세상의 중심이 아냐" 어떤 선생님의 '고약한' 졸업식 축사

"너희는 세상의 중심이 아냐" 어떤 선생님의 '고약한' 졸업식 축사

김유진 기자
2016.02.27 15:10

[따끈따끈 새책] 데이비드 매컬로 '너는 특별하지 않아'…'허울뿐인 광채'에 마비되지 마라 일침

"여러분은 특별하지 않습니다. 여러분은 예외적으로 대단하지 않습니다."

2012년 6월 1일 미국 보스턴의 공립 웰즐리 고등학교의 졸업식. 이곳에서 10년간 아이들을 가르쳐 온 선생님 데이비드 매컬로는 희망 가득해야 할 졸업식과는 너무나도 어울리지 않는 말들로 축사를 시작했다.

"여러분은 이 훌륭한 지역사회의 자랑이자 기쁨이며, 이 웅장한 새 건물에서 졸업하는 최초의 학생들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여러분이 뭔가 특별하다는 생각은 마시기 바랍니다. 왜냐하면, 여러분은 그렇지 않기 때문입니다."

놀리는 건가 싶지만, 조금 더 읽어보자. "미국 전체로 치면 무려 3만7000개 이상의 고등학교에서, 최소한 무려 320만 명 이상의 졸업반 학생들이 졸업하는 겁니다. 무려 3만7000명의 학년 회장, 34만 명의 양아치들. 여러분은 세상의 중심이 아닙니다."

그는 이렇게 졸업생들의 꿈과 희망을 무참히 짓밟은 뒤 말을 이어간다. 근래에 미국인들이 손해 막심하게도 진정한 성취보다는 운동 경기의 우승 트로피처럼, 영예를 더욱 사랑하게 되었다는 것.

선생님은 "우리는 영예를 핵심으로 간주하고 기꺼이 기준을 굽히고, 현실을 무시하게 됐습니다. 이제는 다만 '이 일이 내게 무엇을 가져다주느냐?'가 중요할 뿐입니다. 더 이상은 이기느냐 지느냐, 또는 배우느냐 성장하느냐, 스스로 즐기느냐 여부가 상관없게 된 것입니다."

도대체 엘리트가 누구인지 알지도 못하면서, 그 모호하고 검증 불가능한 타이틀을 쟁취하기 위해 모두가 달려가고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었다. 그러나 그런 엘리트는 널리고 널렸으며, 그 평범한 사람들 가운데 하나가 되기 위해 우리는 '특별하다'는 세뇌를 하면서 인생의 반짝이는 것들을 모두 포기한다는 것이다.

"어떤 일을 좋아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하십시오. 여러분이 신뢰하지 않는 일을 굳이 하려고 애쓰지 마세요. 이는 여러분이 홀딱 반하지 않은 사람을 배우자로 삼는 것과 같습니다. 자기만족의 손쉬운 편안함에, 물질주의의 허울뿐인 광채에, 자만의 최면적 마비 상태에 저항하십시오."

문득 "SKY에 간 학생이 여기서 1/3도 안 된다"고 질타해 분위기를 싸하게 만들었다는, 최근 서울 강남의 한 사립고등학교 졸업식의 축사가 떠오른다. 우리 아이들은, 그리고 어른들은 대체 누가 주입한 믿음 속에서 살고 있는 걸까. 대한민국에서 교육을 받은 모두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너는 특별하지 않아=데이비드 매컬로 지음. 박중서 옮김. 민음사 펴냄. 498쪽/ 1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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