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끈따끈 새책] 손화신의 '나를 지키는 말 88'…말을 잘 하려면 '스킬'이 아닌 '영혼' 필요

"가슴에 닿는 햇빛처럼 직설적으로 말하라." 미국에 온 백인들에게 인디언 야키마족 추장이 한 말이다. 침묵과 명상 속에 자신을 둘 줄 알았던 인디언들은 여행기 등 각종 기록을 통해 먼 타지에 있는 대한민국 사람들에게도 '말의 조건'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성찰의 기회를 남겼다.
"우리는 매 순간을 충실하게 살고자 노력했으며, 자연 속에서 우리 자신을 돌아보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하루라도 한적한 평원을 거닐며 마음을 침묵과 빛으로 채우지 않으면 우리는 갈증 난 코요테와 같은 심정이었다." (오타와족 인디언 '검은 새')
"당신들은 계절의 바뀜도 하늘의 달라짐도 응시하지 않는다. 당신들은 늘 생각에 이끌려 다니고, 남는 시간은 더 많은 재미를 찾아 자신을 돌아보지 않는다. 자기를 돌아보는 침묵의 시간이 없다면 어찌 인간의 삶이라 할 수 있는가." (쇼니족 인디언 '푸른 윗도리')
이 인디언들은 '말'에 대해 말하지 않으면서도 이들의 '말'에 대해 감탄을 끌어내는 표현력을 가지고 있었다. 수천 년의 문명 아래 발달한 온갖 수사학에 익숙했던 서양의 침략자들이 인디언의 말에 감동하고 기록으로 남겼던 것은, 그들의 말이 특별하게 느껴졌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말'이 특별해지기 위해서는 '스킬'이 아닌 '영혼'이 필요하다는 것이 이 책, '나를 지키는 말 88'을 관통하는 주제다. '사람의 마음을 얻는 말' '몰입을 불러오는 말' '오래 기억되는 말' 등 주제별 '말'을 다루는 이 짧은 수필집은, 목차만 보면 마치 말을 효과적으로 하는 '팁(Tip)'을 제공하는 책처럼 보인다.
그러나 책을 읽다 보면 말을 잘하는 방법은 결국 '그런 사람'이 되는 것이라는 결론에 다다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각 주제가 '사람의 마음을 얻는 사람' '몰입을 불러오는 사람' '오래 기억되는 사람'으로 대치되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도록 서술되어 있기 때문.
결국 독자는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가 그의 입에서 나오는 말을 결정한다는 깨달음을 얻게 된다. 이 책은 사실 누구나 알고 있지만, '스킬'로 뭐든 가능하다는 세상의 유혹으로 인해 잠깐 잊었던 '말'의 본질을 다시 한 번 떠올릴 계기를 제공할 것이다.
독자들의 PICK!
◇나를 지키는 말 88= 손화신 지음. 쌤앤파커스 펴냄. 320쪽/ 1만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