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발 유도하는 막말 속에 담긴 책임의식"

이종종합격투기 대회(UFC)가 여느 스포츠 못지 않게 세계적 위상을 갖게 된 데에는 이 선수의 활약을 빼놓을 수 없다. 그가 출전하는 경기는 매번 매진이고, 관중의 열기나 긴장감 역시 최고조에 이른다. 올해 28세인 아일랜드 출신의 UFC 페더급(-66kg) 챔피언인 코너 맥그리거 얘기다.
체급별 경기로 보자면, 이 선수 못지않게 박진감 넘치는 경기는 수없이 많다. 헤비급 선수 케인 벨라스케스의 무대는 통쾌함 그 이상이다. 웬만하면 1라운드를 넘기지 않는 그는 마이크 타이슨의 전성기 시절을 보듯 무시무시한 야성을 자랑한다.
화려한 왼발 돌려차기, 플라이급(-57kg)보다 더 빠른 몸놀림, 어떤 각도에서도 목표를 명중하는 정확한 타격감으로 뛰어난 재능을 선보이는 맥그리거는 그러나 경기력만으로 승부 하는 선수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무엇’을 지니고 있다.
그건 ‘도발’이다. 그는 경기 밖에선 주먹보다 더 빠른 입담을 자랑하고, 그 입담도 욕설은 기본, 무시는 필수, 조롱은 선택일만큼 강한 자극을 유발한다. UFC가 침체의 위기에 설 때마다 그는 도발로 경기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경기 전까지 침묵으로 일관하며 ‘무대에서 모든 걸 보여주겠다’고 의욕을 불태우는 선수와는 다른 노선을 걷는 행보다.
가령 이런 식이다. 유명 선수들이 다 모인 ‘파이트 포럼’에서 맥그리거는 이렇게 도발한다. “나랑 싸우는 건 돈을 쉽게 번다는 뜻이지. 난 널 부자로 만들어 줄 수 있어. 거지 같은 인생이 바뀌겠지. 그러니 나랑 싸우는 걸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말하지 마. 여기 있는 모든 선수가 나랑 싸우고 싶어 하니까.”
그는 도발을 ‘허언’으로만 날리지 않는다. 라이트급(-70kg)은 느리고 뻣뻣하다고 대놓고 무시한 뒤 자신이 직접 웰터급(-77kg)으로 체급을 올려 다 ‘쓸어버리겠다’고 공언한다. 그의 도발은 곧 도전이 되어 실제 네이트 디아즈와 웰터급 경기를 치르기도 했다.
UFC에선 크게 4가지 타입의 선수들이 있다. 실력자이면서 입담이 세거나, 실력자인데 침묵하거나, 실력은 떨어지는데 입만 거칠거나 실력도 떨어지고 침묵으로 일관하는 타입이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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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 리더 문화와 비슷해 보이는 이 구성에서 가장 안정적인 모델은 실력자이면서 침묵하는 형태다. 맥그리거는 이 안정성을 뒤흔들어 UFC의 상품 가치를 최대한 끌어올린 주역이다. 그 배경에는 책임을 수반한 도발의 입담, 그리고 말에 따른 행동이 함께했다.
‘벼가 익을수록 고개를 숙이라’는 겸손의 미덕은 적어도 맥그리거에겐 자기 PR 시대와 차별화 시대에 통용의 법칙으로 수렴되는 것 같지는 않다. 실력자가 침묵하는 것은 어쩌면 자기 안위를 위한 최대 방어책일지 모르기 때문이다.
도발을 강행하는 이들은 그것의 책임 때문에 더 많은 노력으로 발전을 모색한다. 수많은 ‘맥그리거’들의 도발이 생겨나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