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베'보다 먼저, 내 안의 극우를 응시하자

'일베'보다 먼저, 내 안의 극우를 응시하자

김유진 기자
2016.06.04 03:10

[따끈따끈 새책] 르몽드 마니에르 드 부아 시리즈 3권 '극우의 새로운 얼굴들'

지난달 30일 서울 홍익대학교 앞에 거대한 조형물이 하나 세워졌다. 사람들은 당황했다. 바로 ‘일간베스트’(이하 일베) 상징 모형 이었기 때문. 대체 작품의 의도가 무엇일까. '작가가 일베냐 아니냐'부터 시작해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그리고 하루가 지난 31일, 작품이 파괴됐다. 홍익대학교 학생 2명과 공익근무요원 1명. 20대 젊은이 세 명이 함께 산산이 부숴버린 흰색의 손 형상 파편에 사람들은 다시 한 번 경악했다. 작품 위에는 "너에겐 예술과 표현이 우리에겐 폭력임을 알기를"이라는 문구가 붙어있었다.

'어디에나 있고, 아무데도 없다'라는 이 작품은, 파괴됨으로써 결과적으로 '일베'에 승리를 안겼다. 르몽드에서 발간하는 '마니에르 드 부아(우리 말로 '사유하는 방식'이라는 뜻)' 시리즈의 3번째 책, '극우의 새로운 얼굴들'을 통해 왜 그런지를 들여다볼 수 있다.

이 책은 프랑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가 여러 관련자들의 기고를 모아 격월로 출간하는 잡지로, 한국어판은 국내 저자들의 관련 글까지 포함해 출간됐다. 극우의 출발부터 목표, 사회 잠식 과정을 소개하고 한국형 극우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다룬다.

책 속에서 전문가들이 분석한 일베는 '팩트'라는 기준을 가지고 볼 때 '감성'적인 것들을 극적으로 '혐오'하는 집단이다. 호남, 좌파, 여성은 혐오의 대상이 된다.

지난달 30일 서울 홍익대학교 정문에 설치된 극우성향의 사이트 '일간베스트(일베)'를 상징하는 손 모양의 조형물이 1일 새벽 훼손됐다. 홍대 조소과 4학년 홍기하씨가 '환경조각연구' 수업과제로 제작해 야외 조각전에 출품한 이 조각 작품에 대해 조소과 측은 "해당 작품은 편가르기를 위한 것은 아니며, 사회적 문제에 대해 의문을 제시한 것"이라고 지난 31일 밝힌 바 있다. 사진은 31일 훼손되기 전 조형물의 모습(위)과 1일 조각상이 훼손된 상태로 널브러져 있는 모습. /사진제공=뉴스1
지난달 30일 서울 홍익대학교 정문에 설치된 극우성향의 사이트 '일간베스트(일베)'를 상징하는 손 모양의 조형물이 1일 새벽 훼손됐다. 홍대 조소과 4학년 홍기하씨가 '환경조각연구' 수업과제로 제작해 야외 조각전에 출품한 이 조각 작품에 대해 조소과 측은 "해당 작품은 편가르기를 위한 것은 아니며, 사회적 문제에 대해 의문을 제시한 것"이라고 지난 31일 밝힌 바 있다. 사진은 31일 훼손되기 전 조형물의 모습(위)과 1일 조각상이 훼손된 상태로 널브러져 있는 모습. /사진제공=뉴스1

이들의 눈에는 이번에 발생한 홍대 앞 일베 조형물 파괴 사건도 '미개한 국민'을 증명하는 하나의 '팩트'로 작용한다. 하루가 채 지나지 않았지만 관련 기사들에는 "자기와 생각이 다르다고 파괴적인 행동을 서슴없이 하는 것이 대한민국 국민성" 등 혐오 가득한 댓글이 수천 개씩 달렸다.

책에선 이렇게 강화되는 극우의, 취사 선택적 팩트에 근거한 논리가 지식인 사이에서 퍼져나가고 있다는 점을 가장 큰 문제로 꼽는다. 이는 단지 우리나라만의 현상이 아니라고도 덧붙인다.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는 전 세계 모든 국가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일베가 아닌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야 할까. 이 책은 일단 '극우를 알자'고 말한다. 극우는 일반인들의 생각보다 삶의 곳곳에 퍼져있으며, 이미 많은 이들을 사로잡고, 좀 더 나은 세상에 대한 토론의 가능성을 봉쇄하기 때문.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스스로도 몰랐던, 세상을 바라보는 자신의 시각 속에 담겨있던 '극우적' 요소들을 발견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극우의 새로운 얼굴들=세르주 알리미 외 지음. 르몽드코리아 펴냄. 310쪽/ 1만6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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