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넘어 VR·도서관까지 '조선왕릉' 느끼는 이색 전시회…21일~8월28일 국립고궁박물관

손을 허공에 대고 움직이니 눈앞에서 '가상의 손바닥'이 함께 움직였다. 손바닥으로 눈앞에 있는 문을 힘차게 밀자 문이 열리며 거대한 왕릉의 풍경이 펼쳐졌다. 제자리 걸음을 하자 임금님의 뒤를 따라 몸이 저절로 왕로(王路, 왕이 걷는 길)를 걷기 시작했다.
20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 문화재청 국립고궁박물관과 국립문화재연구소, 조선왕릉관리소가 21일부터 8월28일까지 기획전시실 2층과 지하에서 개최하는 '조선왕릉, 왕실의 영혼을 담다' 전시를 먼저 찾았다.
이번 전시는 국립고궁박물관이 매년 2차례 여는 특별전 가운데 상반기 전시로, 조선왕릉과 왕실의 모든 것을 담았다. 위에 소개된 VR(가상현실), 현장 탐방, 그리고 전시실 내에 꾸려진 도서관을 통해 전시 공간을 박물관에 국한하지 않고 훨씬 넓은 시공간으로 확대했다.

조선왕릉은 조선의 왕과 왕비의 무덤이다. 유교적 통치 이념 속에서 절대적 권위와 위엄을 지닌 신성한 존재였던 왕과 왕비가 사후에 묻히는 왕릉은 생전에 거처하던 궁궐과 마찬가지로 성역으로 취급됐다.
따라서 왕릉은 위치 선정부터 건설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절차가 국가적 예법에 따라 신중하고 엄격하게 진행됐으며, 완성 후에는 왕실 의례 장소로서 신성하게 관리됐다. 한마디로 500년 조선사가 어우러진 기록의 장이라는 의미다.
조선은 임진왜란이나 병자호란 등 숱한 역사적 시련 속에서도 왕릉의 대부분을 원형 그대로 보존해왔다. 이렇게 역대 27대 왕과 왕비의 무덤이 완벽하게 남아있는 경우는 전 세계적으로도 드문 현상으로, 인류문화사에서의 중요성을 인정받았다. 지난 2009년 조선왕릉 40기(북한에 소재한 2기 제외)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것.

4개의 주제로 구성된 이번 특별전은 일반에 최초로 공개되는 부장품인 '조선왕실 재궁'(朝鮮王室 梓宮, 왕의 관)을 포함해 조선왕릉 관련 유물 200여 점을 전시한다. 전시가 시작되는 2층에서는 '조선왕릉, 세우다'라는 주제로 왕과 왕비의 장례인 '국장'부터 발인, 왕릉 위치 선정 등 왕실의 장례 과정이 소개된다.
지하에서 '조선왕릉, 정하다' '조선왕릉, 모시다' '조선왕릉, 돌보다'라는 주제로 이어지는 전시에서는 정조(재위 1776~1800년)가 승하하고 처음 묻힌 곳에서 출토된 '정조 구릉지 명기' 등을 만나볼 수 있다. 정조 구릉지 명기는 무덤에 함께 묻는 작은 모형의 소박한 제기로, 서민들에게 위화감을 주지 않기 위한 조선 왕실의 마음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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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 전시공간 한쪽은 도서관으로 변신했다. '왕실문화도감' 등 조선왕릉과 왕실에 관한 모든 책을 만나볼 수 있는 공간이다. 쾌적하고 넓은 책상과 콘센트도 마련돼있어 누구나 자유롭고 편하게 책을 살펴볼 수 있다.
도서관을 넘어가면 나타나는 방에서는 VR을 통해 조선의 첫 번째 왕인 태조의 건원릉을 체험해볼 수 있다. 마치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RPG(역할수행게임) 속에 들어가 있는 듯한 기분을 느끼면서 동시에 역사 공부도 할 수 있다.
전시는 무료로 관람 가능하며 오는 7월14일과 8월11일에는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두 차례에 걸쳐 특별강연회가 열린다. 김동욱 경기대학교 명예교수 등 조선왕릉 전문가들로부터 왕릉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최종덕 국립고궁박물관장은 "조선왕릉은 조선의 엄숙한 공간으로서 지금은 시민의 휴식처가 되어주고 있다"며 "세계에서 유일하게 왕과 왕비의 모든 것이 남아있는 만큼, 국민들에게 더욱 널리 알리기 위해 전시 중 시민과의 현장방문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