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나윤 작가의 개인전 '돈 스피크'(Don't Speak : 말하지 마세요), 갤러리 민트서 31일까지 열려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침묵에 대해 말하고 싶었어요. 하지 못한 말에 대한 감정들을 남기고자 했습니다."
이나윤 작가는 6년차 신예 작가다. 애니메이션을 전공하고 2009년부터 영화 일을 해오며 영상 분야에는 잔뼈가 굵었지만, 미술계에서는 아직 도전자에 가깝다. 하지만 벌써 네 번째 전시를 열고 관람객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독특한 소재와 끊임없이 변화하는 작업 방식, 통통 튀는 감성의 작품들이 이목을 끌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2일 전시 개막보다 먼저 본 전시 '돈 스피크'(Don't Speak : 말하지 마세요)에도 작가의 개성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잘못과 망각이라는 특이한 주제부터 영상과 이미지, 텍스트를 오가는 표현 방식까지 기존의 전시와는 구분되는 특징이다. 다른 작가들이 하기 쉬운 실수인 자신의 감정을 강요한다는 느낌도 없다. 전시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오롯이 보는 사람의 몫이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오감을 모두 활용한 전시 공간 구성이다. 마치 애니메이션 영화에 들어와 있는 듯 수많은 액자와 도자, 영상, 소리가 끊임없이 눈과 귀를 자극한다. 호흡 같기도, 한숨 같기도 한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으면 순식간에 밝은 색채의 영상이 지나친다. 벽에 일렬로 늘어선 액자는 저마다의 텍스트를 품고 시선을 사로잡는다.
전시 공간에는 이색적인 오브제가 가득하다. 감정의 덩어리를 상징하는 털 난 공, 사람의 몸에 새겨진 문신이 확대되는 영상 등 언뜻 봤을 때는 이해가 되지 않아 보이는 전시들이다. 전시장 한복판에 늘어선 토끼를 형상화한 도자도 흥미롭다. 너른 들판을 연상시키는 테이블 위에 수십 마리가 저마다 다른 동작을 취하고 있다.

토끼 도자는 작가의 경험이 반영된 전시다. 이별 후 받는 상처들을 서로서로 보듬듯 맞붙어 온기와 체온을 나누는 모습을 그렸다. 이 작가는 "공동체를 통한 감정의 공유가 굉장히 재미있다고 생각해 (토끼들의) 덩어리가 같이 감정을 느끼는 것을 표현하고자 했다"며 "상실 후에 오는 감정을 주변과 공유하며 치유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 작가는 전시를 계기로 꾸준히 다양한 작품 활동을 펼치겠다는 목표다. 애니메이션 영상을 제작하거나 새로운 전시를 계획하는 등 이미 밑그림도 그리고 있다. 그는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영상이나 전시 등 얽매이지 않고 다르게 풀어내는 시도를 해 보고 싶다"며 "관람객들이 전체를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전달되는 감정을 느낄 수 있게 만드는 작업이 목표"라고 말했다.
전시는 서울 서대문구 홍연길에 위치한 갤러리 민트에서 이달 31일까지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