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끈따끈 새책] '그림 읽어주는 남자' 이건수의 '그 남자가 읽어주는 여자의 물건'

물건은 존재 그 이상이다. 그것을 쓰는 사람, 구입 시기, 용도와 디자인 등에 따라 수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때로는 그 소유자의 정체성을 가장 잘 드러내주는 도구이기도 하다.
작가이자 미술 저널리스트, 전시기획자로 20여 년 동안 예술계에서 머문 저자 이건수가 그림이 아닌 물건을 들여다봤다. 그것도 '여자의 물건'이다. 그는 남성의 눈에서 52개의 여자의 물건을 바라보고 그 성찰을 담은 책 '그 남자가 읽어주는 여자의 물건'을 내놨다.
그의 눈에 포착된 물건은 귀고리, 하이힐, 핸드백과 같이 아름다워지려는 욕망을 담은 물건부터 커피, 생리대, 침대, 그릇 등 일상 속의 물건들, 립스틱, 시스루, 마스카라나 브런치, 운세, 인스타그램, 멜로드라마, 프렌치 시크 등 그 대상도 다양하다. 또 핑크, 운세, 독서 등 무형의 자산도 포함됐다.
그는 남성의 시선으로 여성성을 규정하려고 시도하는 대신 물건 그 자체를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여성의 심리와 감각을 가늠해본다.
스스로 "여성에 대해 잘 모른다"고 고백한 그는 예술가의 감성을 십분 살려 여자의 물건을 예술작품으로 응시하듯 조심스럽게 생각을 풀어낸다. 하나의 물건을 두고 펼쳐지는 그의 사색은 예술, 사회, 문화와 역사를 오간다. 책과 영화, 그림 등 다양한 장르의 도구를 인용하기도 한다.
'귀고리'를 보며 페르메이르의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 그림을 떠올리고 하이힐은 "단순히 10cm 위의 공기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더러운 세상이 밟기 싫어 하늘로 승천하려는 이상주의자들의 혁명적 몸짓"이 된다.
립스틱은 "화장하는 자신의 마음을 감출 수 있는 무기"가 되고 비키니를 입는 행위는 "몸과 옷, 노출과 은폐의 절묘한 줄타기를 통해 우리의 육체가 지킬 수 있는 자유로움의 한계에 도전하는 것"이다.
다른 성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물건의 특징, 비평가로서의 통찰, 예술가로서의 감각, 시대를 넘나드는 사색은 단순히 '물건에 대한 설명'을 넘어선다. 인문학적 성찰이자 미적인 사색이 담겨 제법 흥미롭다.
물건과 관련된, 혹은 연상되는 명화를 함께 소개한 것도 읽는 재미를 더한다. 남성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불가피한 한계성 때문에, 여성 독자라면 그의 설명에 다 동의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그의 글은 섣불리 특정 결론을 내리진 않는다. 다 읽고 나면 한 편의 전시회를 본 느낌이다.
독자들의 PICK!
◇ 그 남자가 읽어주는 여자의 물건=이건수 지음. 세종서적 펴냄. 300쪽/1만 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