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끈따끈 새책]회색 코뿔소가 온다…블랙 스완을 뛰어넘어 전세계 리더들이 주목하는 키워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졌을 때 사람들은 검은 백조를 본 듯 충격을 받았지만 그다지 놀라지 않은 이들도 많았다.
IMF와 국제결제은행은 수년 전부터 계속해서 위험 신호를 보냈다. FBI는 2004년 보고서에서 모기지 관련 사기가 만연해 있다고 경고했다. 당시 프랑스 재무장관을 지낸 크리스틴 라가르드 현 IMF 총재는 2008년 G7 정상회담에서 금융 위기가 쓰나미처럼 몰려오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래서 미셸 부커 세계정책연구 소장은 2008년 금융위기가 '블랙 스완'(도저히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일이 일어나는 것)이 아닌 '회색 코뿔소'라고 진단한다. 회색 코뿔소란 '개연성이 높고 거대한 충격을 일으키지만 사람들이 간과하거나 무시하는 위기'를 뜻한다. '블랙 스완'과 달리 일련의 경고 신호와 증거가 포착되는 특징이 있다.
한국의 경우 사고 수개월 전부터 벽 균열 등 부실 공사 징후가 발견됐던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이미 외신에도 몇 차례나 위험성이 경고됐던 1997년 IMF 외환위기, 기업 비리와 적재량 조작 등 예견된 인재였던 2014년 세월호 사건 등이 모두 회색 코뿔소이다.
부커 소장은 책 '회색 코뿔소'에서 "회색 코뿔소는 신호가 미약해서 포착하기 힘든 위기가 아니라 우리가 일부러 위험 신호를 무시하기 때문에 발생한다"고 지적한다. 인간의 본성이나 조직 및 사회 제도는 현상을 유지하고 장밋빛 미래를 선호하도록 설계돼 있다. 일상에서 어려운 문제를 만나면 사람들은 본능으로 미적거리며 해결을 미룬다.
글로벌 금융 위기나 기업의 사활이 걸린 위기 앞에서도 인간의 본능은 달라지지 않는다. 해마다 1천 명 이상의 국가 수반, 각계 전문가들이 모여 세계 경제 문제를 토론하는 세계경제포럼에서 2013년 리스크를 다룰 수 있는 국가의 역량을 평가하는 조사를 벌였다. 글로벌 리더들이 내놓은 답변은 10점 만점에 평균 3.5점. 형편없는 점수였다.
사회 시스템도 한 몫 한다. 단기적인 성과만을 부추기는 경제적 유인책이 경제와 정치 제도를 지탱하고 있기 때문이다. 삐뚤어진 유인책과 사람들의 의도적인 낙관이 결합하면 위기를 전면 부정하고 싶은 충동이 증폭된다. 바로 이 때문에 사람들은 눈앞에 출현한 회색 코뿔소를 똑바로 알아차리지 못한다.
하지만 저자는 세상이 직면하고 있는 심각한 문제와 위기는 대부분 충분히 예측 가능한 회색 코뿔소라는 데 희망이 있다고 말한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어떤 종류의 위기인지 파악하고 위험 신호들을 진지하게 받아들여 해결 전략을 모색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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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는 회색 코뿔소를 인지하고도 잘못된 결정을 내렸던 코카콜라와 일찌감치 현명하게 대응했지만 지나친 자신감에 빠져 실수를 범했던 넷플릭스 등 기업들의 회색 코뿔소 위기 탈출 사례들이 소개돼 있다.
◇회색 코뿔소가 온다=미셸 부커 지음.이주만 옮김.비즈니스북스 펴냄.440쪽/1만8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