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태동은 공장이 아닌 들판" 불평등을 이끈 면화

"자본주의 태동은 공장이 아닌 들판" 불평등을 이끈 면화

황희정 기자
2018.11.02 05:25

[따끈따끈 새책] '면화의 제국'…자본주의의 새로운 역사

"16세기 들판에서 자본주의가 시작됐다."

대량생산 형태의 자본주의는 18세기 산업혁명과 함께 출현했다는 일반적인 통념을 뒤집는 역사서가 출간됐다. 미국 하버드대에서 자본주의의 역사를 가르치는 저자는 면화와 한때 유럽이 지배한 면화 제국의 흥망성쇠를 통해 자본주의의 새로운 역사를 제시한다.

그에 따르면 면화는 유럽 상인과 정치인들이 매우 짧은 기간에 제국의 확장과 노예노동, 새로운 기계와 임금노동자를 결합해 글로벌 자본주의를 탄생시키고 재편하는 데 중심 역할을 했다. 기계가 아닌 토지와 노동의 약탈에 의존한 '전쟁자본주의'는 오늘날 자본주의 모습을 갖추는 데 토대가 됐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사탕수수, 담배, 고무 등 당시 세계 각지에서 고루 재배된 품목이 많지만 저자는 이 중 면화에 주목했다. 면화가 경작지와 공장이라는 두 단계의 노동집약적 생산과정을 거쳤다는 점에서 다른 품목과 차이가 있다는 것. 이 책에 따르면 면화는 유럽의 강력한 제국주의 국가의 지배하에 노예노동과 임금노동의 폭발적 수요를 불러일으켰고 대규모 프롤레타리아 계급을 만들어냈다. 이에 따라 거대 제조기업이 등장하고 세계 곳곳에 대규모 시장이 형성됐다.

그 결과 면직 관련 산업은 세계 전역에 널리 분포하게 됐다. 여러 대륙을 연결한 면화는 근대 세계의 특징인 심각한 불평등과 끊임없이 변화하는 자본주의의 정치경제를 이해하는 열쇠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이 책은 면화의 제국이 농민과 지배자, 제국과 식민지, 상인과 정치가, 노예와 농장주, 노동자와 공장주 사이의 끊임없는 투쟁으로 유지됐으며 오늘날 자본주의의 결과들이 어떠한 불평등 속에서 만들어졌는지 수많은 사료를 통해 보여준다.

저자는 글로벌 히스토리에 대해서도 관심을 기울인다. 면화를 따라 세계 곳곳을 살펴봤는데 북아메리카 경제발전에서 노예제의 역할, 인도에서 면직물산업에 대한 식민주주의 영향에 대한 논쟁 등 특정 국가의 구체적인 문제를 담아냈다. 한국에 면화 재배지를 건설하려 했던 일제강점기의 아픈 역사도 다뤘다.

이 책은 현대사회를 이해하는 데 자본주의가 얼마나 중요한지 피력하면서 추상적인 역사가 아닌 면화라는 구체적인 이야기를 통해 '작동 중인 자본주의'를 살펴본 점에서 눈길을 끈다.

◇면화의 제국=스벤 베커트 지음. 김지혜 옮김. 휴머니스트 펴냄. 848쪽/4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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