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트가 단순한 옷이라고?…그 안에 숨은 복잡한 400년 역사

슈트가 단순한 옷이라고?…그 안에 숨은 복잡한 400년 역사

배영윤 기자
2018.11.02 05:57

[따끈따끈 새책] '모던 슈트 스토리'…17세기 영국 왕실 옷부터 현대의 첨단기술로 만든 슈트까지

남성복으로 대표되는 '슈트'는 겉으로 보기엔 단순한 디자인을 하고 있는 것 같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복잡하고 과학적이기까지 하다. 400년이라는 역사를 지나오며 사회적 지위와 지배 문화에 순응하는 상징이 되기도, 한편으로는 섹슈얼리티와 젠더에 관한 함축적인 의미도 지닌다.

슈트의 시초는 17세기 영국 왕실에서 입었던 바지와 재킷, 웨이스트코트(조끼)의 3요소로 구성된 옷이다. 이후 많은 남성들이 쓰리피스로 된 정복을 입게 된 건 18세기 이후다. 19세기 들어 오늘날 정장과 비슷한 형태의 슈트가 등장했다.

책의 저자는 다양한 사진과 삽화를 곁들여 '단순한' 슈트의 '복잡한' 의미를 흥미롭게 풀어낸다. 영국을 중심으로 근대 서유럽에서 형성된 슈트는 근대 서구 남성의 고정된 의복 형식으로 자리잡았다. 영국에서 슈트는 '신사' 이미지로 고착화됐지만 식민지 원주민에게 '정치적 억압'의 상징으로 굳어졌다.

동양에 서양 문명이 유입되던 시기의 모습 역시 '슈트'에서 찾아볼 수 있다. 20세기 초 중국에서는 쑨원이 고안한 '인민복'이 등장했다. 일본 메이니유신 때 모든 학생들이 프로이센 군복 형태의 교복을 입었다. 특히 '이키'라 일컫는 단순하고 절제된 멋을 추구하는 일본 특유의 미의식에 적합한 옷으로 각광받았다.

슈트는 옷이 가진 기본 특성과 기능과 아름다움, 가리기와 드러내기, 개성과 전통을 가장 드라마틱하게 보여주는 아이템이다. 영화 007시리즈의 제임스 본드 역을 맡는 배우가 바뀌고 캐릭터가 바뀌면 '007 슈트' 스타일도 달라진다.

최근 슈트는 바디 스캐닝 기술을 이용해 정밀하게 측정된 치수를 바탕으로 제작하고 디지털 프린팅 기술로 생산된다. 드라이클리닝을 하지 않아도 되는 공학적 슈트도 나온다. 저자는 "슈트는 시간을 초월하는 적응력을 통해 현대성의 아이콘이자 매개체로서 계속 살아남을 것"이라고 역설한다.

◇모던 슈트 스토리=크리스토퍼 브루어드 지음. 전경훈 옮김. 시대의창 펴냄. 308쪽/1만6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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