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종묘 앞 142미터(m) 초고층 빌딩을 세울 수 있도록 한 서울시와 국가유산청이 갈등을 빚는다. 4년 전 인천 왕릉 앞 아파트 건설을 놓고 법적 소송으로까지 번졌던 사례가 재현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4일 유산청에 따르면 유산청은 서울시의 세운4구역 재정비계획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문화유산위원회, 유네스코 등과도 관련 대응 논의를 지속한다. 국내에는 유네스코 사무소가 없어 유산청이 관련 의견을 종합해 빠른 시일 내로 유네스코에 전달한다. 유산청 관계자는 "대응 계획 관련 유네스코 권고 사항에 따를 것을 요청했으나 서울시는 수용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유산청의 반대 근거는 서울시가 발표한 세운4구역 재정비계획 고시가 종묘의 경관을 해쳐 문화유산 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는 점이다. 서울시의 '세운재정비촉진지구 및 4구역 재정비촉진계획 결정'은 세운4구역 높이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고시대로라면 최고 높이 142m의 고층 빌딩 건설이 가능해진다. 3, 5, 6 구역에도 최고 199m 빌딩이 들어설 수 있다.
세운4구역과 종묘의 거리는 약 180m로 가깝다. 기존에는 55m(종로변), 71.9m(청계천변)로 높이를 제한하는 협의안에 따르고 있었다. 고시가 시행되면 종로변에는 43m 이상의 높이를, 약 68m 이상의 높이를 추가할 수 있다. 약 10~15층 이상 올릴 수 있는 높이로 기준이 상향 조정된 것이다.
만일 유네스코가 이번 고시가 문화유산 가치를 훼손했다고 판단한다면 필요한 조치를 검토한다. 현장 실사나 이행 권고, 최악의 경우 지정 취소까지 가능하다. 유네스코는 세계문화유산을 보유한 지역에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유지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종묘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던 1995년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고층 건물 인허가가 없음을 보장하라'고 명시했다.

서울시는 세운4구역이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인 100m 밖에 있기 때문에 세계유산법, 유네스코 관리기준에 따라 규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미국이나 일본 등 국가도 문화유산 근처에 고층 빌딩을 늘리는 추세다.
2021년 인천 서구청과 문화재청(국가유산청)의 다툼과도 닮아 있다. 당시 문화재청은 사적으로 지정된 왕릉인 '장릉' 인근에 조성된 검단신도시 아파트 일부가 승인 없이 건설돼 조망을 침해했다며 건설사와 서구청을 경찰에 고발했다. 대법원이 해당 아파트가 문화재 보존구역의 범위 밖에 건설됐다는 결정을 내리면서 일단락됐지만 3년 넘도록 분쟁이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