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오는 29일까지 부산에서 열리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의 '지휘자'는 허민 국가유산청장이다. 답변자이자 질문자, 때로는 대변인을 자처하며 유네스코·주요 회원국과 적극 소통했다. 그의 말에는 세계유산 선도국으로서의 위상을 보여주겠다는 포부가 묻어났다.
지난 19일 세계유산위 개막 이후 허 청장의 말에서 공통적으로 묻어나는 메시지는 세계 유산계에서 우리나라의 역할 변화다. 수십년 전 자국의 유산 관리도 허덕이던 국가가 ODA(공적개발원조)를 주도하며 전세계 유산 보호를 선도하는 국가로 탈바꿈했다는 사실을 알리려는 의지가 담겼다. 허 청장은 세계유산위 시작 전인 지난 17일에도 "위원회 개최를 통해 한국이 세계유산 '룰 메이커'로 나아갈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허 청장은 한국의 역할을 세계유산위 기간 내내 강조했다. 그는 "지구촌 곳곳의 무력 충돌과 기후 변화, 난개발 등은 문화·자연유산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고 있다"며 "대한민국이 세계유산협약의 든든한 수호자이자 선진국-개발도상국을 잇는 가교로서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이의 일환으로 도움이 필요한 국가들을 향한 지원 의지도 드러냈다. 허 청장의 "태평양 군소도서개발도상국(SIDS), 아프리카 등 지역들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설명이나 아세안 11개국을 만나 "문화유산을 매개로 공동 번영하자"는 말이 대표적이다. 이들 국가는 세계적인 유산을 갖고도 비용 부족, 전쟁 등으로 유산 보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상대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우리 유산을 세계에 소개하는 자리에도 적극적이었다. 가야 고분군이 있는 국립가야역사문화센터나 새롭게 유네스코 문화유산이 된 울산 대곡리 암각화, 우리 문화를 알리는 대한민국관 등을 직접 찾아 현장을 점검하고 준비를 이끌었다. 칼레드 엘 에나니 유네스코 사무총장, 가나 문화부 장관, 몽골 과학원장 등 인사를 만나 협력 방안도 논의했다.
유네스코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엘에나니 사무총장은 "세계유산협약에 많은 기여를 한 곳이 한국이며 한국의 활동과 파트너십은 미래 지향적"이라며 "한국에서 회의가 개최되는 것은 매우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유산청은 이번 유산위를 계기로 선도국으로서의 위상을 확고히 다지겠다고 밝혔다. 지난 20일 세계유산위원회 본회의에서 우리나라의 주도로 채택된 '부산 선언'의 실현을 위해 유네스코 및 협력기관, 주요국과 함께 후속 사업도 추진한다. 허 청장은 "부산 선언의 어젠다들이 실질적인 프로젝트로 이어질 수 있도록 주도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