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피스시리즈 첫곡은 교향곡 9번... "서울시향 150점 만족"
마에스트로(maestro)에게도 구스타브 말러(Gustav Mahler)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과제인 듯 했다.
정명훈 서울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은 30일 '2008 서울시향 정기연주회' 기자회견에서 말러 교향곡 9번을 "매우 힘들고 어려운 곡”이라고 설명했다.
정 감독이 힘들다고 생각하는 이 음악은 서울시향이 2008년에 준비한 마스터피스 시리즈(Masterpiece series)를 시작하는 첫 곡이다.

“말러를 몇 번 경험했는데도 여전히 걱정된다”며 조심스러움을 놓지 않던 그도 서울 시향에 대한 의견을 묻자 “100점 만점에 150점 만족”이라며 신뢰를 표시했다.
그는 “서울시향이 지금 얼마나 잘 해나가고 있는지와 별개로 이번 말러 연주를 얼마나 잘 할 수 있을 것인가는 말하기 힘들다”면서도 “잘 될거라고 믿는다”고 거듭 말했다.
말러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그는 “곡이 어렵고 힘든 만큼 오케스트라 발전에 매우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지휘자와 연주자들이 어떤 음악을 사랑하고 좋아하는 음악인지 만큼 오케스트라가 한 단계 성장하는데 그 곡이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도 중요한 기준이 된다는 설명이다.

힘든 여정 속에 깨달을 수 있는 깊이와 거대한 산을 넘은 뒤에만 맛볼 수 있는 드문 성취에 대한 갈망도 큰 이유가 된 듯 했다.
이미 정 감독은 지난 2004년 10월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Radio France Philharmonic Orchestra)와 말러 교향곡 전곡 연주를 시작해 다음 해 6월 마침표를 찍었다. 총 12시간에 달하는 10개의 교향곡을 그는 암보(暗譜)로 지휘했다.
올해 기획된 마스터피스 시리즈는 총 7회로 상반기에는 말러 교향곡 제9번 D장조와 모차르트 바이올린 협주곡 제4번 D장조(1회, 2월 2일), 말러 교향곡 제1번 D장조와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제1번 C장조 Op.15(2회, 2월 21일), 메시앙의 투랑갈릴라 교향곡(3회, 2월 29일) 연주가 예정돼 있다.
정 감독은 메시앙(Olivier Messiaen)에 대한 얘기를 하며 유난히 눈을 빛냈다. 그는 "프랑스에서 그를 만났던 4년간은 너무나 소중한 시간"이었다며 "제겐 성인(聖人)과 같은 분"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관념적인 사유를 비서구적인 색채와 정교한 리듬, 종교적 영감으로 승화한 메시앙의 음악을 가장 영적으로 해석하는 지휘자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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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감독에게는 오케스트라의 성장만큼이나 한 사람의 음악가가 성장하고 사회에 기여하는 과정도 큰 관심사인 듯 했다.

$LC04서울시향이 올해 마련한 정기연주회 협연자 목록에는 피아니스트 손열음, 서형민, 바이올리니스트 권혁주 등 젊은 음악가들이 눈에 띄었다. 정 감독은 오케스트라는 젊은 음악가들에게 기회를 주고 그들과 함께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도 강조하고 싶어했다.
정 감독은 서울시향이 해 왔던 '찾아가는 음악회'를 비롯한 음악 교육 프로그램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기자 여러분도 좋은 뜻으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일,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언제든지 찾아와 달라"고도 했다.
마스터피스 시리즈의 2번째 곡인 말러 교향곡 제1번 '거인'은 끝없는 역경과 고통, 갈등을 거쳐 '완성'으로 향하는 '불완전한 인간'의 열망을 노래한 곡이다.
투랑갈릴라 교향곡에서 '투랑갈릴라'란 산스크리트어로 흘러가는 시간과 리듬을 뜻하는 '투랑가'와 사랑을 뜻하는 '릴라'의 합성어다.

이날 정 감독은 기자들과 마주 앉은 짧은 시간 동안 꿈에 들뜬 음악가와 시대적 사명에 고민하는 고독한 음악가의 모습을 여러번 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