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투초대석]이재환 원자력 문화재단 이사장
"원자력을 한마디로 정의하라면 인간 건강의 동반자라고 할 수 있죠."

원자력이 건강의 동반자라니, 무슨 엉뚱한 발상일까 싶지만 이재환 원자력문화재단 이사장의 설명을 조금 더 들어보면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병원에 가면 검사한다고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촬영(MRI) 많이 하잖아요. 이게 다 원자핵을 이용한 기술로 광범위한 의미에서 원자력입니다. 원자력하면 원자폭탄을 연상하면서 해로운 것만 생각하는데 원자력은 우리 생활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원자력의 긍정적 활용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일 때라고 생각합니다."
이 이사장은 원자력 르네상스 시대가 도래했다고 보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운전 중인 원전이 432기, 건설 중이거나 건설계획을 세운 원전이 96기에 달한다. 2030년까지 전세계적으로 300기의 원전이 추가 건설될 전망이다. 시장규모가 무려 700조원에 달한다. 온실가스 배출 없이 무한정의 에너지를 생산하는 원자력이 지구온난화 방지의 대안으로 부각되고 있어서다. 이 이사장을 만나 지금 왜 원자력이 화두가 돼야 하는지, 또 원자력문화재단의 역할은 무엇인지 들어봤다.
―전세계적으로 원자력의 필요성, 중요성을 인정하는 분위기인데 왜 그런가요.
▶원자력이 각광받는 것은 지구온난화 문제 때문입니다. 이명박 정부를 비롯해 각국 정부가 중요하게 추진하는 녹색성장에 원자력이 꼭 필요합니다. 지구온난화 문제는 시급히 해결해야 하는 반면 신재생에너지의 현실화는 아직 먼 얘기입니다. 이산화탄소 배출 없이 막대한 에너지를 생산하는 원자력이 현실성 있는 대안입니다.
발전단가를 보면 태양열 발전은 생산원가가 킬로와트(㎾)당 677원이지만 원자력발전은 34원 수준입니다. 기존 석탄 연료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비교하면 ㎾당 원자력발전이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는 10g이지만 석탄은 991g, 석유는 782g을 보입니다.
원자력의 필요성은 환경운동을 하는 사람들까지 인정하기 시작했어요. 그린피스 영국지부의 스티븐 틴데일 전 대표는 "지구온난화 문제를 접하면서 핵발전소 건설은 잘못된 일이란 그동안 소신을 접기로 했다"고 고백했습니다. "온실가스 감축을 10~20년 내에 실현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면 원전 건설의 필요성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인정한 거죠.
―정부도 2022년까지 원자력발전소를 6기 더 건설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앞으로 부지 선정 등이 이뤄져야 하는데 원전을 세우겠다고 하면 인근 주민들의 반대가 만만치 않을 것같습니다.

▶여론조사를 해보면 원전의 필요성에는 92.5%가 인정합니다. 그러나 거주지 수용도, 즉 인근 지역에 원전을 세워도 좋겠느냐란 질문엔 반대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찬성의견은 23%에 불과합니다.
특히 차세대 젊은층의 원자력에 대한 반대여론이 심각합니다. 원자력에 대한 이해도는 36.9%, 거주지 수용도는 7%에 불과합니다. 원자력에 대한 차세대 교육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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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산하에 원자력 관련 기구가 여러 개 있는데요, 원자력 홍보에서는 공조가 필요할 것같습니다.
▶원자력 홍보는 한국수력원자력 원자력연구원 안전기술원과 원자력문화재단 4곳이 담당하고 있습니다. 고준위 방폐장이나 신규 원전 건설 등에서 반핵단체들이 상상하지 못하던 논리를 내놓을 때가 있는데요. 이들 4개 기관이 제각각 목소리를 내면 제대로 된 대응을 하기 힘들어집니다.
제가 취임한 지 1주일 만인 지난해 12월22일 국무총리 주재로 255차 원자력위원회가 열렸는데 이때 4개 기관간 원자력 홍보협의회를 만들기로 합의가 됐습니다. 각 기관이 서로의 입장을 조율해 통일된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입니다. 각 기관이 잘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기 위해 홍보와 관련한 업무도 분장했습니다. 미디어 홍보는 한수원이 담당하고 차세대에 대한 원자력 교육사업은 문화재단이 맡는 것으로 교통정리를 했습니다.
―원자력 교육과 관련해 어떤 일을 진행하고 계신가요.
▶의외로 젊은층이 원자력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점을 절실히 깨닫고 있는데요, 이 때문에 재단은 초등학생부터 대학생까지 차세대를 대상으로 원자력의 필요성을 교육하는 일에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이를 위해 다양한 원자력 교육프로그램도 마련했고요. 올 하반기에는 서울시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원자력탐구 올림피아드를 개최할 예정입니다. 원자력에 대한 발표와 토론회를 열고 우수학생 20명을 선발해 일본 원자력시설을 탐방하도록 지원할 계획이에요.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원자력캠프는 이미 시작했는데 반응이 좋습니다. 또 원자력이 무엇인지 소개하는 교육용 만화를 만들어 각 학교에 배포했습니다.
대학에 원자력 동아리를 만드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어요. 대학에 원자력 관련 학과는 있는데 원자력 동아리는 하나도 없더군요. 그래서 원자력 관련 학과 학생들을 중심으로 동아리를 만들어 원자력에 대한 토론이 이뤄지도록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입니다.
원자력에 무조건 찬성하라는 것이 아니라 원자력에 대한 이해와 관심을 불러일으키자는 취지입니다. 한국은 원자력 발전으로 세계 6위 수준입니다. 그런데 원자력에 대한 교육은 대학에서 원자력 관련 학과에 진학하지 않는 이상 전무한 실정입니다. 중·고등학교 교과서에 한 페이지, 다만 몇줄 만이라도 원자력을 소개하는 내용이 포함됐으면 좋겠다는 게 제 소망입니다.
―프랑스는 원전비율이 83%로 높다고 들었습니다. 프랑스도 환경단체 활동이라든가 시민들의 자발적인 운동이 활발한 곳인데 어떻게 국민들을 설득해 이처럼 원전비율을 높일 수 있었을까요.
▶국민들로부터 공감대를 잘 얻었다고 볼 수 있겠지요. 프랑스 원자력청과 홍보협력 협정을 맺고 매년 인적 교류를 하면서 노하우를 배우고 있습니다. 체르노빌 사건 당시 프랑스에서도 원자력에 대한 반대여론이 높아졌을 것으로 생각되는데 그 당시 시민운동을 한 사람들과 원자력청의 홍보담당관을 만나 얘기를 들어볼 생각입니다. 이 분들을 한국에 초청해 강연을 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원전기술은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입니다. 원전 수출도 추진되는데 원자력문화재단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원자력발전소 수출을 위해 세계 각국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원전은 2기씩 설치하게 되는데 한번 수출하면 2조5000억~2조8000억원의 엄청난 수주가 이뤄집니다. 문화재단은 한국형 원전 수출과 함께 홍보 노하우를 함께 전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지난 2월 양남승 원자력연구원장과 양해각서를 체결한 것도 이런 내용입니다. 원자력연구원은 100메가와트(㎿)급 스마트원자로를 카자흐스탄에 수출하려고 추진 중입니다. 카자흐스탄 현지에서도 원전 반대여론 때문에 고생하고 있습니다. 이들에게 원자력에 대한 홍보 노하우를 함께 전수하면 원전 수출에도 도움이 되지 않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