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세상도 벼룩시장 열렸어요"

"사이버세상도 벼룩시장 열렸어요"

양영권 기자
2009.09.03 10:00

[녹색가계부를 씁시다]<8-2>인터넷 통해 쉽게 중고품 사고팔기

주부 정지연씨(30)는 요즘 인터넷을 통해 중고 물건을 파는 것에 재미를 붙였다. 쓰지 않고 공간만 차지하고 있던 물건들을 깔끔하게 손질해 디지털카메라로 사진을 찍은 뒤 설명과 함께 인터넷 중고 물품 판매 사이트에 올린다. 보통 몇시간 안에 휴대전화로 '물건 팔렸나요?'라는 문의 전화나 문자가 온다. 매매가 결정되면 상대방의 신분을 꼼꼼히 확인한 뒤 물건을 택배로 부친다. 인터넷을 통해 계좌를 확인하면 돈이 들어와 있다.

포털사이트와 전문쇼핑사이트에 올리기도 하고 요즘은 인터넷 카페를 자주 이용한다. 예전 같았으면 재활용품 수거함에 그냥 넣었을 블라우스 한벌을 1만원을 받고 판 적이 있다. 애물단지를 처분해 집안도 깔끔해지고 돈도 벌고. 일석이조다. 지난달에는 입지 않아 옷장에 3년 동안 걸려 있던 남편의 등산용 점퍼와 어두컴컴한 서랍 속에서 햇빛을 보지 못하고 있던 자신의 선글라스를 팔아 휴가 비용을 마련했다.

인터넷을 통한 중고 생활용품 거래가 확산되고 있다. 옥션 등 온라인 쇼핑몰이나 모네타 같은 전문포털 사이트는 물론 인터넷 카페에서도 중고용품 거래 코너를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이용자들도 갈수록 늘고 있는 추세다.

국내 최대 포털사이트인 네이버에서 가장 많은 회원을 보유한 카페는 '중고나라'라는 중고품 거래 전문 카페. 2003년 말 개설돼 현재 회원 수가 429만명을 넘는다. 국민 열명 중 한명은 이 카페에 가입한 셈이다.

컴퓨터 관련 용품에서 유아용품, 도서, 의류, 자동차 등 개인 생활과 관련된 물품이라면 매매되지 않는 것이 거의 없다. 하루에도 물건을 사고 판다는 글이 수만 건 올라온다. 거래가 많아지고 사기성 거래도 덩달아 늘어 불량거래자를 등록하는 전문 사이트(www.maskic.com)를 따로 둘 정도다. 이밖에 네이버의 또다른 중고용품 거래 카페인 '중고카페'도 가입자가 150만명을 넘어섰다.

특정 분야의 전문용품만 거래하는 사이트도 인기다. 마이해피베이비(www.mabe.kr)라는 곳은 출산용품 및 유아용품을 전문적으로 취급하고 있다. DVD프라임(dvdprime.paran.com)에서는 중고 DVD 타이틀과 하드웨어를 구입할 수 있다. 이들 사이트에서는 물품 거래는 물론 관련된 분야의 정보도 얻어갈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중고거래 때 주의할 점도 있다. 익명의 거래이다 보니 사기 거래가 갈수록 기승을 부리는 것. 돈을 입금받은 뒤 아예 물품을 배송하지 않거나 배송하더라도 도난품 또는 엉뚱한 물건을 보내는 사례가 많다. 네이버의 중고나라 카페에서만 하루에도 수십 건의 피해 글이 올라오고 있다.

사업자와 개인간의 거래와는 달리 중고 거래와 같은 개인과 개인 사이의 거래에서 입은 피해는 소비자기본법에 따른 구제 대상에서 제외된다. 피해를 입더라도 민사소송을 통해 피해금액을 돌려받거나 경찰청 사이버수사대 등 수사기관에 신고해 피해구제를 받는 방법밖에 없다. 그러나 소액 거래이기 때문에 이런 법적 절차를 밟기가 번거롭기 그지없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인터넷 직거래는 항상 위험이 따른다"며 "대금 지급을 중개하는 공신력 있는 사이트를 이용하는 등 각별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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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논설위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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