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나르 베르베르 표현에 따르면 개미도 축산을 한다. 대상은 진드기이다. 마치 소떼를 돌보는 카우보이처럼 이동도 돕고 무당벌레 등 천적도 막아준다. 얻는 것은 ‘달콤한’ 진딧물이다. 젓소를 키워 우유를 얻는 것과 같다.
요즘 재정적자 우려에 너도나도 정년 연장 카드를 내놓고 있는 유럽국들을 보면 개미와 진드기의 공생 관계가 생각난다. 정년 연장의 핵심이 일을 더 시켜 세금를 더 거두자는 속내인 때문이다. 거덜나기 직전인 연기금의 지불이 늦춰지는 것은 일거양득의 부수효과이다.
이에대해 총파업과 반대 시위가 일어나는 등 여론은 들끓는다. 고령노동인구로 인한 생산성 저하나 청년 취업난 가중 등의 이유는 찾아보기 힘들다. 빨리 퇴임해 남은 생애 ‘복지 천국’의 단 맛을 누리려던 꿈들이 멀어진 것이 주된 이유이다. 반대론자들은 개미처럼 일만 하라는 말이냐고 항변한다.
어쨋든 국가채무의 늪에 허덕이는 유럽국에게 정년 연장은 재정 감축의 감초 처방이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도 지난달 27개 회원국 정부에게 “수명은 늘고, 출산율은 낮아져 연금제 유지가 어렵다”면서 이를 권고했다.
이미 ‘유로 위기’의 진원지인 그리스는 몇 번의 총파업을 겪는 내홍을 겪으며 60세이던 정년을 65세로 연장했고, ‘PIIGS'중 하나인 스페인은 현 65세를 2013년까지 단계적으로 67세로 끌어올릴 계획이고 65세인 이탈리아도 상향을 검토중이다.
유럽 최우량국 독일도 예외가 아니다. 현 65세인 정년을 67세로 올릴 것을 고려하는데 아예 70세로 해야 한다는 학계의 얘기들도 나온다.
사상 최악의 재정적자가 누적되는 미국의 상황은 좀 다르다. 1차 세계대전부터 따져 벌써 ‘베이비붐의 베이붐 세대’가 은퇴하는 미국도 고령화문제는 최대 이슈이다. 흔히 일본식 장기불황에 접어들 것이라는 근거의 하나로 거론되지만 인구구성상 양국간에는 뚜렷한 차이가 있다. 조사에 의하면 현 미국은 젊은 노동인구 5명이 노인 1명의 부양을 떠안은 꼴인데 일본은 2.9명이 1명을 책임져야 한다. 일본 젊은 세대의 부양 부담이 훨씬 무겁다는 의미이다. 저출산으로 고령화가 심화하는 일본에 비해 미국은 비록 백인계의 저출산이 문제시되지만 히스패닉 등 유색인종들의 다출산과 새로운 이민 유입으로 건전한 인구 구조가 유지된다는 점이 다르다. 때문에 미국에서 정년은 큰 사회적 논란거리는 아니다.
인구 구성상 일본과 닮은꼴인 우리도 조만간 정년연장 대책을 내놓는다고 한다. 가운데가 불룩한 항아리형에서 상체가 발달한 고려청자형으로 빠르게 바뀌는 인구 구조조정에 비춰 때늦은 감도 없지 않으나 그나마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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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한국인의 경제 활동기간은 경쟁 상대국에 비해 턱 없이 짧아 보인다. 사회진출 연령이 일단 늦다. 학제개편 논의에서도 예들지만 11년학제나 마이스터 과정 등 직업훈련을 마치면 취업에 나서는 것이 일반화된 외국의 관례이다. 12년제인 우리는 스펙 부족을 논한다. 여기에 남자의 경우 병역의무기간까지 포함하면 통상 서른 가까이 되서야 부모 품을 떠나 자립 가능이다.
그리고 `사오정` `오륙도` 등 희자되는 말에서 보듯 퇴임은 점차 빨라지는 추세이다. 세계 유례없이 높은 교육열과 비용을 쏟아부어 길러낸 인적 자원의 효용기간이 짧다면 이처럼 큰 사회적 낭비도 없다.
덧붙여 정년 연장을 일종의 `수혜`시하는 태도도 문제이다. 유럽의 예에서 보듯 정년 연장은 젊은세대의 부담을 덜어주는 방편이기도 하다. 부모세대가 안정된다면 이들 자식세대들도 당분간 빌붙을 수 있다. 정부는 이제 "제발 일 좀 더 해달라"고 읍소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