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의결권 강화…신한 지배구조 영향?

국민연금, 의결권 강화…신한 지배구조 영향?

송정훈 기자
2010.09.13 08:27

사외이사 풀, 포커스 리스트 등 고강도 방안 검토

신한금융지주의 경영진 분쟁이 발생한 가운데 이 회사의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올 하반기부터 투자회사에 대해 의결권 행사를 강화할 방침이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국민연금은 주주권(의결권) 강화를 위해 △사외이사 풀(pool)과 주주협의회 구성 △포커스 리스트(Focus list) 작성 및 발표 등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국민연금의 이같은 움직임은 신한지주 뿐만아니라 국민연금이 주요주주로 참여하고 있는 회사의 지배구조에 적잖은 영향을 줄 전망이다.

12일 정부와 국민연금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빠르면 올 하반기 중 내부 규정인 의결권행사지침 개정안을 마련, 시행할 예정이다. 기금운용위원회 산하 의결권 행사전문위원회가 재무관리학회의 외부용역 보고서를 토대로 개정안을 마련하면 기금운용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최종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국민연금은 '사외이사 풀' 제도를 새로 도입해 지분 보유 기업에 사외이사 후보를 직접 추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이 제도의 도입을 검토했고 하반기 이후 마무리 지을 방침이다.

새로 도입되는 '포커스 리스트' 제도도 경영 참여를 위한 고강도 방안이다. 국민연금은 기관투자가들과 주주협의회를 구성해 경영 현안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고 지배구조가 좋지 않은 기업을 대상으로 포커스 리스트를 작성해 공개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그러나 정부의 경영 간섭을 최소화하기 위해 의결권을 외부 전문기관에 위탁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국민연금 고위 관계자는 "국민연금의 장기 안정성을 위해 주주권을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며 "내부적으로 사외이사 추천 등 의결권 강화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의결권 강화를 위해 용역 보고서를 토대로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이라며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며 말을 아꼈다.

국민연금의 의결권 강화 방안은 투자 기업 가치를 최대한 높여 주주 가치를 제고하겠다는 포석이 깔려 있다. 이는 결국 장기적인 안정성으로 이어진다는 논리다. 지금까지 소극적인 의결권 행사로 수익률 하락, 그에 따른 주주가치 훼손 등 여러 문제가 발생했다는 비판에 따른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유관기관 한 연구원은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에서 반대 비율이 조금씩 높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10%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운용 목적인 연금수급자를 위한 연금재정의 장기적인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의결권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민연금의 의결권 강화 방안은 여전히 걸림돌이 적지 않다. 자칫 국민연금이 투자 기업의 지배구조를 흔들어 놓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정부가 국민연금을 통해 민간 기업의 경영에 개입하는 관치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정부가 기업의 지배구조를 바꾸는 연금사회주의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다. 국민연금의 사회보장제도라는 특성상 결국 운용을 정부가 할 수밖에 없다는 게 이유다. 오히려 기업 가치와 다른 주주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사외이사 풀 제도의 경우 국내 사외이사 시장에 지각변동을 일으킬 수 있다. 국민연금이 주요주주로서 '지분 5% 이상'을 갖고 있는 기업 및 금융회사는 100개가 넘는다. 만약 국민연금이 우호 성향의 사외이사를 이들 기업에 진출시킬 경우 큰 파장이 불가피하다. 사외이사 풀 제도가 관료 출신 등 친정부 성향 인사를 대거 추천하는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올 수 있다.

주주협의회나 포커스리스트 제도 역시 특정기업에 대한 정부의 과도한 경영 간섭과 문제가 있는 기업으로 간주되는 낙인효과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전경련 관계자는 "주요주주인 국민연금이 사외이사를 추천하면 친정부 성향의 사외이사가 대거 추천되면서 시장에 변화가 불가피하다"며 "여기에 주주협의회나 포커스리스 제도가 도입되면 정부 입김이 커지면서 오히려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저해하는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한 관계자는 "의결권행사지침 개정안 마련 작업은 최대한 신중하게 단계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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