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성형외과를 가다]VIP실 안내·부작용 0건 홍보…"염증" 부작용 사례 속출
바이오기업 알앤엘바이오를 통해 해외에서 성체줄기세포를 이식받은 사람 2명이 사망하자 보건당국이 불법 줄기세포 시술에 대해 전방위 조사를 벌이고 있다. 그런데도 서울 강남 일대 피부과와 성형외과에서 1000만원을 호가하는 '줄기세포 시술'이 버젓이 성행하고 있다.
'줄기세포 시술'은 지방과 줄기세포를 섞어 원하는 부위에 이식하는 시술. 가슴을 키우거나 얼굴을 젊게 보이려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시술되고 있다. 병의원들은 실리콘 등 보형물이나 이물질을 넣지 않는다는 점 등을 들어 고가로 시술하고 있다.
그러나 의료전문가들은 줄기세포시술이 현행법상 불가능한데도 이처럼 성행하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줄기세포시술에 효과를 기대하려면 배양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인체조직에서 막 추출해 낸 줄기세포는 양이 지극히 적고 활성도가 낮아 이식한다고 해도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배양·증식과정을 거쳐 숫자를 늘리고, 활성도를 높여야 어느 정도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국내에선 배양 과정을 거치는 시술은 금지돼 있다. 배양·증식과정을 거칠 경우 '인위적 조작'이 가해진 만큼 '안전성'과 '유효성'을 장담할 수 없다는 점에서 허가받게 돼 있다.
따라서 현재 일부 의료기관들에서 하고 있는 줄기세포 시술은 배양·증식과정을 거친 후 보건당국 허가를 받지 않은 채 진행하는 '불법시술'이거나, 숫자가 적고 활성도가 낮아 효과를 기대할 수 없는 줄기세포로 진행하는 '부실한 시술' 중 하나일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실제 강남 일대 성형외과 두 곳을 잠입 취재한 결과, 줄기세포 시술은 '부작용 없고 효과는 드라마틱하며 반영구적인' 신기술로 '과대광고'되고 있었다.
전화로 '자가지방 줄기세포 가슴성형술'을 하겠다고 예약한 후 방문하자, 바로 VIP룸으로 안내됐다. 조금 지나자 '상담실장'이 들어와 "보형물 없이 순수 본인의 지방으로 가슴을 키울 수 있는 '획기적인' 시술"이라고 소개했다. 본인의 배와 허벅지에서 지방을 빼낸 후, 빼낸 지방 일부에서 성체줄기세포를 추출하고, 추출한 줄기세포와 나머지 지방을 혼합해 가슴부위에 이식한다는 설명이었다.
그는 "줄기세포가 이식한 지방과 유방조직을 연결하는 '줄기' 역할을 해 이식된 지방이 제대로 영양분을 공급받으며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하는 가교역할을 하는 것은 물론 영구적으로 모양을 유지시켜 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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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하냐"는 질문에는 "지난 5년간 1000건 넘게 시술했지만 부작용이 나온 사례는 단 한건도 없다"며 "지방이 흡수돼 원래 가슴 크기로 돌아간 경우도 없다"고 강조했다. 시술 가격은 1000만원이라고 했다.
간단한 설명 후 시술을 직접 하는 원장에게 안내됐다. 원장실에 들어서자 의사는 옷 위로 뱃살과 허벅지살을 만져보며 빼낼 지방이 충분한지부터 확인했다. 확인 후 간단하게 시술에 대해 소개한 후 수술 '전후' 사진을 보여줬다. 보형물을 집어넣는 '찝찝함' 없이 가슴을 크게 만들 수 있는 시술이라고 강조했다.
빼낸 지방에서 성체줄기세포를 얼마나 추출할 수 있느냐고 묻자 원장은 "확인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장비가 없어 그 부분을 확인하려면 외부 연구소 등으로 보내야 하는데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줄기세포가 오염되거나 죽어버릴 가능성이 있어 위험하다"는 설명이었다.
실제로 줄기세포 시술을 하는 거의 모든 의료기관에는 실제 추출한 줄기세포의 양이 얼마만큼 인지 확인할 수 있는 인프라가 갖춰져 있지 않다. 줄기세포가 얼마나 활성화돼있는 지 알아볼 수 있는 방법도 없다.
1000만원이나 내고 시술을 받았는데, 지방에 줄기세포 양이 적었거나, 줄기세포가 추출한 후에도 활성화되지 않았다면, 줄기세포 시술이 아니라 단순 지방이식술을 받지 않은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단순 지방이식술의 경우 이식한 지방이 수년 후 자연 흡수돼 시술 전 모습으로 돌아온다는 단점이 있다.
신사동 모 성형외과 원장은 "여러 차례 배양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는 한 성체줄기세포 양 자체에 한계가 있는 만큼 시술결과는 미지수인 상황"이라며 "실제로 자가지방 줄기세포 이식을 해본 결과 썩 좋은 결과를 보진 못했다"고 털어놨다.
다른 성형외과 원장은 "이식한 줄기세포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할 경우 지방이식술과 다를 바 없는 셈"이라며 "학회에서도 이 부분을 놓고 논쟁이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취재 결과, 일부 의료기관은 줄기세포의 활성도를 높이기 위해 추출한 줄기세포에 특수물질을 첨가하는 방식을 쓰기도 했다. 혈액세포에서 줄기세포를 자극할 수 있는 각종 성장인자를 추출해 첨가하는 것. 하지만 이처럼 추출한 줄기세포에 인위적인 조작을 가한 후 시술하는 것은 약사법 위반이다. 임상시험을 거쳐 의약품으로 공식 허가받아야 한다.
더욱이 지방조직에서 줄기세포를 추출하는 과정이 완벽한 멸균환경에서 진행되는지도 보장되지 않았다. 추출하고 정제하는 과정에서 세균이 들어가 오염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오염된 줄기세포를 이식할 경우 감염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
실제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부작용 사례도 속속 올라오고 있다. 2008년 줄기세포로 모공을 축소하고 다크써클을 없애는 시술을 받았다는 모씨는 "수술 후 한쪽 눈두덩이가 빨개지고 부었다"며 "두통까지 생겨서 일상생활이 힘든 지경"이라고 하소연했다.
다른 사람은 "이식한 지방이 녹아내리며 염증이 생겼다"며 "애써 이식한 지방을 모조리 빼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지만 보건당국은 소극적이다. 김광호 식품의약품안전청 바이오정책과장은 "배양·증식 등 조작과정을 거치지 않았을 경우 의사 재량껏 할 수 있는 '의료시술'로 분류돼 개입할 여지가 없다"며 "안전성을 담보하기 위한 감염관리도 일일이 규제하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답했다.
김 과장은 "알앤엘바이오 관련 의료기관 현지조사 후 필요성이 인정된다면 추가조사를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전영우 이대목동병원 성형외과 교수는 "새로운 시술이 완전히 입증돼 효과와 안전성을 인정받는 데에는 20~30년 걸린다"며 "아직 몇십명 단위 임상결과 밖에 없는 상황인만큼 신중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