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의료서비스가 선진화되려면...

[기자수첩]의료서비스가 선진화되려면...

최은미 기자
2010.12.21 08:30

"어차피 어딘가에 투자될 자본이라면 땅투기보다는 일자리도 만들고 국민을 건강하게 해줄 수 있는 병원에 유입되는 것이 낫지 않습니까?"

서울지역에서 2개의 산부인과 전문병원을 운영하며 매년 3000여명의 신생아를 탄생시키고 있는 모 병원 이사장이 꺼낸 말이다. 그의 꿈은 세계에 내놔도 뒤지지 않는 규모의 여성전문병원을 만들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다. 지금 운영하고 있는 병원 1곳에서만 400억여원의 매출을 올리며 400여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는 만큼 제대로 만들어놓으면 모자건강은 물론 일자리도 늘리고 외화를 벌어들이는 데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믿는다.

관건은 '자본'이지만 현재 의료법상 병원에는 민간자본이 투자될 수 없어 아직 꿈으로만 간직하고 있다. 산업이 성장하려면 자본 투자가 필수이지만 현재 법으로는 병원에 의료인과 비영리법인만이 투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병원업이 산업화되고, 의료시장이 성장하는 모든 일이 의사들 '쌈짓돈'에 달려있는 셈이다.

실제로 병원은 매출액이 1억원 늘 때마다 일자리가 1개씩 늘어나는 '사람중심' 산업이다. 민간자본이 투자될 수 있는 길을 열어 산업화시키고 시장을 키우면 10년 후 일자리 걱정을 크게 덜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지금 의료시장은 '영세 자영업자' 일색이다. 전체 병ㆍ의원의 95% 가량인 5만여개가 의사 개인 소유로, 의사가 자기 돈을 들여 '하루 벌어 하루 먹는'식으로 운영하는 '주먹구구식' 자영업소이기 때문이다. 병원 운영부터 진료방침, 인사관리 등 모든 것을 의사 마음대로 할 수 있으며 외부 감시는 전혀 없다. 보건복지분야 일자리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지만 '질 좋은' 일자리는 아니라는 인식이 많은 이유다.

실제로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근무하는 간호조무사의 경우 초봉은 80만원 수준이며, 평균 근속연수도 1~2년을 넘기지 못한다.

"근로자 입장에서 의사 개인에게 고용되는 것보다는 주식회사에 고용돼 일하는 것이 낫지 않겠나"

민간자본도 병원을 설립할 수 있도록 하는 '투자병원' 제도 도입을 주장하던 한 의사의 말이다. 질 좋고 안정적인 일자리를 위해서라도 투자병원을 허용해야 한다는 뜻이다. 주식회사에 고용되면 노동법에 적용받는 등 적어도 당연한 근로자의 권리는 보장받을 수 있다. 자영업 중심 영세구조를 깨지 못하면 의료산업화는 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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