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이어 공정위도 불공정계약 제동…노예계약 관행 바뀔까
법원에 이어 공정거래위원회까지 연예기획사의 불공정 계약에 제동을 걸고 나서면서 연예인과 기획사간 이른바 '노예계약' 관행이 종결될지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지난 2008년 공정위 실태조사 이후 대형 기획사들을 중심으로 불공정 조항을 자진 시정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지만 고질적인 병폐를 근절하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지적도 있다.
법원이 최근 '슈퍼주니어' 멤버 한경의 '노예계약'이 무효라고 판결한 데 이어 공정위도 23일 '동방신기'와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다툼에서 동방신기의 손을 들어줬다.
이번 사건은 아이돌그룹인 동방신기의 팬들이 직접 SM(에스엠(83,600원 ▼5,200 -5.86%))을 공정위에 신고하면서 시작됐다. 동방신기의 팬클럽은 올해 초 SM이 거래상 지위를 남용해 동방신기의 세 멤버(믹키유천, 시아준수, 영웅재중)에게 불이익을 제공했다며 공정위 서울사무소에 노예계약 여부에 대한 판정을 요구했다.
공정위는 SM이 자진시정한 점을 감안해 불공정 전속계약을 체결한 행위에 대해서는 '경고조치'를, 이 과정에서 연습생과 일률적으로 3년 연장 계약한 행위에 대해서는 '시정명령'을 의결했다.
공정위는 SM이 소속 연예인 및 연습생과 전속계약기간을 '계약 체결일로부터 13년' 또는 '데뷔 일로부터 10년' 이상으로 정해온 것은 불공정한 행위라고 판단했다.
또 총투자액(홍보비 및 기타 어떤 형태로든 지급되거나 사용된 제반비용)의 3배, 잔여계약기간 동안의 일실이익의 2배를 배상해야 위약금 조항과 일방적인 스케줄을 강요한 것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SM은 공정위의 조사가 시작된 이후 전속계약기간을 '데뷔 일로부터 7년'으로 시정하고, 위약금도 '계약해지 당시를 기준으로 직전 2년간의 월 평균 매출액에 계약 잔여기간 개월 수를 곱한 금액을 지급'하는 것으로 자진 시정했다. 또 일방적인 스케줄과 관련한 조항도 모두 삭제했다.
국내 최대 기획사로 꼽히는 SM이 불공정계약 조항을 대거 수정함에 따라 타 기획사들도 비슷한 움직임을 보일 전망이다. 이미 대형기획사는 물론 중소연예기획사들도 불공정한 조항이 대거 수정된 '대중예술인 표준전속계약서'를 속속 채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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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아직 자진시정을 하지 않은 중소기획사들이 다수 존재한다는 점과 감독당국의 눈을 피해 불공정한 계약 조항이 삽입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지속적인 감시와 제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SM은 불공정한 조항을 자진 시정을 하는 과정에서 소속 연예인의 구체적인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해외활동을 위한 추가 연장계약을 하다 적발돼 시정명령을 받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연예기획사들의 계약관행이 워낙 특수하고, 뿌리 깊기 때문에 체질을 한 번에 바꾸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감독당국의 손이 미치지 않는 소규모 업체들도 많기 때문에 꾸준한 감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공정위 관계자는 "연예기획사의 불공정한 전속계약을 지속적으로 점검하는 한편 업계 스스로 정화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할 방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