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대화·무력증강, 인민생활대향상 위한 '경공업·농업'강조
북한이 1일 발표한 신년공동사설의 핵심 키워드는 '인민생활 향상의 대진군'과 '남북대화 및 협력사업의 적극 추진'이다.
북한은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 군보인 '조선인민군', 청년동맹 기관지 '청년전위'에 동시 게재된 '올해에 다시 한번 경공업에 박차를 가해 인민생활향상과 강성대국 건설에서 결정적 전환을 일으키자'는 제목의 사설에서 국가적으로 경공업과 농업부문에 총력을 기울일 것과 남북간 대결국면을 하루빨리 해소할 것을 강조했다.
◇경제 = 북한이 지난해에 이어 경공업을 최우선으로 강조하며 '인민생활 향상'을 국가 정책 목표로 제시한 것은 아직 경공업품 생산과 공급의 증가가 2012년 이른바 '강성대국'을 준비하는데 충분치 못했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사설은 "당의 경공업 중시 정책의 요구에 맞게 이 부문에 필요한 원료와 연료, 자재와 자금을 제때 원만히 보장해 주어야 한다"며 "석탄이 꽝꽝 나와야 비료와 섬유도 쏟아지고 전기와 강재도 나온다"고 강조했다.
작년 사설에서는 사용하지 않았던 '자력갱생'이라는 용어가 올해 사설에서 재등장 한 점도 눈에띈다.
사설은 "자력갱생의 원칙을 철저히 구현해 나가야 한다"며 "모든 것이 부족한 속에서도 오직 자기 힘을 믿고 완강하게 돌진하는 자력갱생의 강자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은 지난해 사설에서 '자력갱생'을 언급하지 않는 대신 '대외시장 확대', '대외무역활동 적극화' 등을 강조한 뒤 외국자본 유치를 위한 노력을 전개해왔다. 자력갱생이 다시 강조된 것은 천안함·연평도 사건 이후 남북교류협력 사업이 중단된 데다 대북제재로 자본 유치가 어려워졌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올해 사설에서도 대외경제관계개선의 성과 부분은 두차례에 걸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중국 방문만이 단 한줄로 언급됐다.
북한은 사설에서 자력갱생과 함께 경공업·화학공업·금속공업 부문의 현대화와 '예성강청년2호발전소'를 비롯한 주요 전력시설 건설, 정보기술과 핵기술 등에서의 성과를 강조하며 주민들에게 강성대국 건설에 대한 자신감을 심어주려는 모습을 보였다.
북한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3남 김정은의 업적으로 선전해온 CNC(컴퓨터 수치제어)기술을 크게 강조한 점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CNC는 제조과정에서 컴퓨터를 통해 기계 공구를 자동으로 조작하는 것으로, 후계자 김정은의 업적을 상징하는 용어로 사용되어 왔다.
사설은 "CNC기술의 패권을 틀어쥔 경험에 토대해 모든 분야에서 세계가 도달한 과학기술 수준을 최단기간 내에 뛰어넘어 지식경제시대의 전열에 서자는 것이 우리 당의 최첨단 돌파사상"이라며 "과학자, 기술자들은 두뇌전, 기술전을 맹렬하게 벌여 경공업 혁명과 인민경제 발전을 위한 가치있는 연구 성과들을 내놓으며 누구나 다 대중적 기술혁신운동에 적극 참가해야 한다"고 독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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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북한은 인민생활 향상을 위해 경공업과 농업을 우선시하는 경제정책을 펼쳐나가며 대외적으로는 원료와 자재, 자금 수급을 위한 경제협력을 도모하고, 이 모든 성과를 김정은의 업적으로 돌려 2012년 강성대국과 권력이양을 준비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대남 = 대남 정책 역시 인민생활향상을 위한 남북교류협력 사업 추진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연평도 포격 사건으로 인한 군사적 긴장 고조에도 불구하고 공동사설의 많은 비중을 할애해 남북관계에 대해 언급했다.
사설은 "민족 공동의 이익을 첫 자리에 놓고 북남 사이의 대화와 협력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적극 노력해야 한다"면서 "각계 각층의 자유로운 왕래와 교류를 보장하며 협력사업을 장려해 북남관계 개선과 통일에 이바지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북남 사이의 대결상태를 하루빨리 해소해야 한다"며 "남조선 당국은 내외의 한결같은 규탄 배격을 받는 반통일 동족 대결정책을 철회하고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을 존중하고 이행하는 길로 나와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나 지난해 사설에서 이례적으로 남북대화를 강조하고도 연평도 포격 사건을 일으킨 점을 볼 때 이번에도 구호성 정책 제시에 그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게다가 사설은 "인민군대는 주체적인 전쟁 관점과 멸적의 투지를 안고 고도의 격동상태를 견지해야 한다"면서 무력 증강 또한 동시에 강조했다.
북한이 남북대화와 무력 증강을 함께 강조한 것은 연평도 포격 사건 이후 꽉 막힌 정국을 타개하기 위해 남북대화 등 유화적 공세를 취하면서도 군사 긴장은 계속 고조시켜 북핵 협상과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 등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사설은 남북대화를 강조하면서도 남한 정부를 '전쟁하수인' '반통일대결광신자'라고 비난하며 공세적인 태도를 취했다.
◇군사 = 군사분야에서는 '주체적인 전쟁 관점과 멸적의 투지를 안고 고도의 격동상태 견지', '인민군대의 정신은 백두의 공격정신이며 정의의 대응방식은 즉시적이고 무자비한 섬멸전'이라는 용어를 써가며 기존의 적대적 입장을 고수했다. 지난해 사설에 비하면 비중도 늘었고 강도도 세졌다.
특히 사설은 "우리의 절대적인 존엄과 사회주의 제도, 우리의 하늘과 땅, 바다를 조금이라도 건드리는 자들을 추호도 용서치 않을 것이며 무적의 총대로 조국과 민족 앞에 지닌 역사적 사명을 기어이 수행할 것"이라고 밝혀 추가 도발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아울러 사설은 국방기술 선진화를 강조하면서 "국방공업은 선군조선 강대성의 원천이며 인민생활향상의 믿음직함 담보다. 국방공업 부분은 앞으로도 최첨단 돌파전의 선구자, 경제 전반을 이끌어나가는 기관차로서 사명을 훌륭히 수행해야 한다"고 독려했다.
◇정치 = 정치 분야에서는 지난해 9월 열린 당대표자회의 성과와 이를 통한 당의 역할이 많이 강조됐다.
사설은 "정치와 군사, 경제를 비롯한 모든 분야에서 당의 영도체계를 더욱 철저히 확립해야 한다"며 "전당을 영도자와 생사운명을 끝까지 같이 하는 사상적 순결체, 조직적 전일체로, 영도자의 결심을 빛나는 현실로 꽃피워나가는 결사관철의 전위대오로 튼튼히 꾸려야 한다"고 밝혔다.
또 "당 조직과 행정이 일심 동체가 되어 혁명과업을 수행해 나가는 기풍, 모든 경제사업을 정치사업 방법으로 밀고 나가는 원칙이 당 사업에 철저히 구현되어야 한다"면서 "우리 당은 모든 당 조직들이 인민생활향상 대진군을 앞장에서 이끌어나가는 힘 있는 당조직, 살아움직이는 당조직이 될 것을 바라고 있다"고 선도적 역할을 강조했다.
지난해에도 북한은 공동사설을 통해 당에 대한 전체 당원들과 근로자들의 충성심, 당원 혁명화와 리더십을 강조했지만 올해는 '총진군을 성과적으로 다그치기 위한 결정적 담보는 당의 령도적 역할을 백방으로 높이는 것'이라고 밝혀 당의 역할에 더 비중을 두었다.
아울러 "당대표자회 정신은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단결의 중심, 영도의 중심을 변함없이 옹위해나가려는 일심단결의 정신"이라며 3대를 잇는 '당 중심', 즉 김정일-김정은 부자에 대한 충성을 강조했다. 다만 사설에서 김정은의 이름을 직접 거론하진 않았다.
◇대외 = 이밖에 사설은 대외 분야에서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전 조선반도의 비핵화를 실현하려는 우리의 입장과 의지는 변함이 없다"며 "앞으로도 자주, 평화, 친선의 이념 밑에 우리를 우호적으로 대하는 나라들과의 친선협조관계를 발전시키며 세계의 자주화를 실현하기 위해 적극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사설은 미국 등 친선협조관계를 발전시키고자 하는 나라를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북한은 올해에도 북중관계를 더욱 강화하고 핵 카드로 미국과의 대화를 압박하는 전술을 구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년사설은 북한의 각 분야 정책 추진 방향을 종합적으로 제시한 것으로, 매년 1월1일 발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