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공정위의 '착한기업'과 '나쁜기업'

[기자수첩]공정위의 '착한기업'과 '나쁜기업'

전혜영 기자
2011.02.08 16:21

기업의 이미지를 좌우하는 주요 요소 중 하나가 바로 '평판'이다.

제 아무리 좋은 제품을 만들더라도 기업 자체의 평판이 나쁘다면 회사는 성장하기 힘들다. 평판에는 '수레바퀴 효과'라는 것이 작용해 좋든, 나쁘든 그 방향으로 점점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부가 자금난에 '한번 울고', 원사업자의 횡포에 '또 한 번 우는' 하청업체들을 보호하기 위해 '착한 기업'과 '나쁜 기업'을 공개하기로 했다. 평판 효과를 통해 기업들의 자발적인 상생을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8일 하도급대금을 100% 현금성으로 결제한 업체 중 모범업체 15곳과 우수업체 352곳을 발표하고,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키로 했다. 향후 2년간 서면실태조사에서 면제해주고, 벌점을 산정할 때도 감경해 주기로 했다.

특히 모범업체로 선정된 15개사는 공정위 뿐 아니라 정부 부처별로 다양한 인센티브를 받게 된다. 일례로 금융위원회는 해당 업체를 우대보증 대상기업으로 선정하고, 신용등급을 상향 조정하기로 했고, 국토해양부는 시공능력을 평가하거나 공공공사 발주시 이들 업체를 우대할 방침이다.

거액을 기부하는 등의 거창한 선행은 아니지만 하청업체에게 100% 현금성으로 결제하는 기본과 매너를 지킨 업체들에게 합당한 평판과 혜택을 돌려주겠다는 것이다.

반면 조만간 '나쁜 기업'의 명단도 발표된다. 하도급법을 상습적으로 위반하고, 불공정 행위를 일삼는 기업들을 공개해 평판에 흠집을 내겠다는 의미다. 나쁜 기업에 선정되면 1년간 공정위 홈페이지에 상습 법위반업체 명단에 올라 접속만 하면 누구든 쉽게 해당 업체를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일종의 '주홍글씨'가 되는 셈이다.

오랜 관행을 바꾸는 일은 일방적인 제재만으로는 불가능하다. 기업문화가 바뀌어야 하고, 나아가 산업 문화 전체가 새로운 관행을 흡수해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기업들 스스로 자발적인 상생 문화를 만들도록 유도하겠다는 정부의 취지는 나쁘지 않다.

하지만 동반성장을 가로막는 현실적인 문제들을 해결할 대책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혹시나'했던 하도급업체들의 기대는 '역시나' 실망으로 끝날 수밖에 없다. 정부 역시 평판효과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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