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아나키'시대..'금5000-유가200' 올수도

'금융 아나키'시대..'금5000-유가200' 올수도

자금분석팀=최명용 팀장, 김경환, 이상배, 신수영, 전병윤, 김태은, 박종진 기자
2011.08.06 14:43

[美신용등급 강등 분석]원자재 슈퍼랠리 기대, 달러폭락에 기축통화 재논의 될것

미국이 최고 신용등급인 'AAA'를 상실한 것은 자본주의 투자의 근간을 이루는 세계 최고의 '무위험자산'이 사라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현대 자본주의에서 지금껏 단 한 번도 발생한 적이 없는 전대미문의 사건이다.

과거 일본이나 유럽 국가의 AAA등급 상실은 국지적인 영향을 미치는 데 그쳤다.

하지만 세계 최대 경제규모를 자랑하는 미국의 AAA등급 상실은 2008년 금융위기를 뛰어 넘는 충격과 혼란을 야기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증권 시장 등 세계 금융 시장은 미국 국채의 신용등급 강등을 선반영했다. 세계 증시는 미국 부채 한도 상향 조정 이후 큰 폭의 하락을 경험했다.

채권 시장은 아직 조용하다. 오히려 강세를 띠고 있다. 단기적으론 투자 주체들도 미국 국채 투매가 세계 경제를 공멸로 이끈다는 점을 너무나 잘 알고 있어 미국 국채의 투매에 나서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국채를 대체할 투자 대안이 없다는 점도 시장 충격을 줄이는 요인이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론 미국 달러화를 대신할 금 등 원자재와 외환보유고의 통화다변화, 새로운 기축통화 찾기 등이 예상된다.

우려와 가능성으로만 회자되던 미국 신용등급 하향은 금융시장에 장단기 충격으로 다가올 전망이다.

다우지수추이
다우지수추이

◇'금융 아나키' 시대 온다=미국 신용등급 강등은 앞으로 미국 국채에 대한 신규 수요를 줄여 자본의 대이동을 촉발시킬 단초를 제공한다. 전 세계 외환보유액은 물론 투자 포트폴리오에 상당한 변화가 나타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는 결국 △독일 채권, 금 등 신규 안전자산의 부각 △금·원유 등 원자재 슈퍼랠리 △달러가치 폭락 △새로운 기축통화 논의 △투자 포트폴리오 전환 △한국 등 신흥국 채권 매력도 증가 등 이전과 다른 새로운 금융 현상을 촉발시킬 전망이다.

'금융 아나키'(Financial Anarchy, 금융무정부상태)시대는 안전과 수익률을 찾아 자금이 이동하는 기존과 전혀 다른 차원의 새로운 금융 흐름이 펼쳐질 것이란 얘기다.

곽수종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미 국채가 일시 매물로 나온다면 리먼 사태보다 더 심각한 시장 충격이 발생할 수 있다"며 "하지만 미 국채 대량 매도는 공멸로 향하는 자살골이 될 것이란 컨센서스가 있어 최악의 시나리오가 발생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단 미국 국채수익률 상승(국채 가격 하락)과 달러가치 하락 등 시장의 단기적 연쇄 충격과 더불어 자본 대이동은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CDS 추이(미국국채 5년물 기준)
미국 CDS 추이(미국국채 5년물 기준)

◇CAPM 모형이 흔들린다=미국 신용등급이 시장에 연쇄 충격을 가져올 것이란 우려는 무위험자산(미 국채)이 '자본자산가격결정모형(CAPM)' 모형의 근간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CAPM 모형은 '기대수익률=무위험수익률+(시장의 기대수익률-무위험수익률)×베타값'(베타값 : 시장변동성에 대한 민감도, 베타 값이 클수록 위험이 높아진다)으로 설명된다. 자본시장의 균형 하에 위험이 존재하는 자산의 균형수익률을 도출해내기 위한 이론이다.

자산운용회사, 헤지펀드 등 현대 투자회사들은 바로 CAPM 모형을 바탕으로 투자 계획을 세우고 위험자산과 무위험자산을 섞은 최적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실전 투자에 나선다.

여기서 무위험수익률(미 국채 수익률) 변동은 포트폴리오 및 투자 전략의 변화를 이끌어 결국 자본의 연쇄 이동을 촉발시킨다. 물론 포트폴리오상 단기간 내 미국 국채를 대체할 자산은 존재하지 않아 미국 국채 대량 매도는 일어나지 않을 전망이다.

하지만 앞으로 무위험 자산이 아닌 미 국채에 대한 신규 수요는 대폭 줄어들 것이며, 기존 자금의 이탈도 일어나게 될 것이다. 결국 미 국채를 빠져나온 자금은 금, 원유, 곡물 등 원자재는 물론 독일 국채, 한국 국채 등 또 다른 안전자산(무위험자산) 및 대체 투자처를 찾아 이동하게 될 것이다.

◇자본 대이동 이미 시작됐다... 韓국채 안전자산 급부상=미국 신용등급 강등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 시장에 큰 파급 효과를 미친다. 우선 미국 신용등급 하락은 미 국채 수익률을 끌어 올린다. 이는 미국 국채 수익률 발급 비용을 확대하는 한편 국가 스프레드를 확대시킨다. 미국 경제에 대한 불안정을 야기하게 되고, 달러화 가치 하락으로 이어진다.

국제 자금도 결국 장기적으로 미국 국채에서 이탈하고, 또 다른 안전자산을 찾기 위한 대이동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대체 안전자산으로는 금, 독일 국채, 연방예금보험공사(FDIC)가 지급 보증하는 미국 예금 등이 거론된다.

한국 국채에 대한 매수가 늘어나고 있는 점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미국과 유럽이 재정 위기를 겪고 일본은 장기 불황의 여파를 벗어나지 못하면서 풍부한 유동성을 갖추고 경제 지표가 견조한 한국 국채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

신환종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등 선진국 경제가 급격히 붕괴된다면 그 여파를 함께 받겠지만 점진적인 불황 국면에선 한국 시장이 글로벌 자금의 투자처로 각광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 원자재 슈퍼 랠리, 기축통화 논란 급부상=보다 안정된 수익률을 제공할 것으로 예상되는 금, 은, 원유, 곡물 등 원자재로 투자가 몰리면서 '금 5000달러, 유가 200달러 시대' 등 원자재 슈퍼 랠리도 촉발될 수 있다.

스탠다드차타드의 얀첸 이코노미스트 등은 이미 금값이 온스당 5000달러 이상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유가 200달러를 노린 헤지펀드들의 베팅도 이미 시작됐다.

금값 추이 그래프 자료=블룸버그
금값 추이 그래프 자료=블룸버그

달러가치 하락도 촉발될 전망이다. 당장 원/달러 환율 900원대 진입도 가시화돼 우리 수출 제조업체의 경쟁력에 치명타를 입힐 것으로 보인다. 외환당국도 원/달러의 급격한 하락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미국 달러화를 대체할 기축통화 찾기도 본격화된다. 이미 프랑스 등은 한 국가의 화폐(미국 달러화)가 결제 화폐로 이용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며 달러를 대체할 기축통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논의를 제기, 주요 20개국(G20)에서 논의를 시작했다.

G20은 새로운 기축통화로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SDR) 바스켓에 중국 위안화 등을 포함시키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금융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 것도 위안화 국제화를 위한 속내가 반영된 것이다.

◇금융의 시대는 갔다. 다시 제조업의 시대로=리먼브러더스 사태에 이은 미국 신용등급 강등은 30년 이상을 풍미하던 금융의 시대가 저물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 신용등급 강등은 금융산업의 몰락을 예고한다.

지난 30년간 미국 금융산업의 호황에 외면 받던 제조업은 더 싼 인건비와 비용을 찾아 해외로 나갔다. 결국 미 본토에는 금융서비스업만 남게 됐다. 하지만 금융위기와 신용등급 강등은 금융산업의 허상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계기였다.

미국 정부도 제조업 경쟁력에 눈을 돌리고 있다. 독일, 한국 등 제조업 경쟁력을 지난 국가들이 지난 금융위기에서 견조한 회복을 보였던 점에 주목하고 있는 것.

미국 정부는 달러 가치 하락과 제조업에 대한 법인세 대폭 삭감 등을 통해 수출 및 제조업 경쟁력을 키우는 접근법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 해외로 떠난 다국적 기업들을 다시 미국으로 불러들이겠다는 복안이다.

곽 연구원은 "향후 10년간은 제조업 경쟁력의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며 "미국 달러 가치 하락을 계기로 미국 정부는 제조업 경쟁력을 키우는데 주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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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환 기자

머니투데이 김경환 기자입니다. 치우치지 않고 사안을 합리적이고 균형적으로 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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