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박재완 장관 '8-5제' 직원70%가 반대

단독 박재완 장관 '8-5제' 직원70%가 반대

엄성원 기자, 이대호
2012.04.18 07:00

직원 70%가 반대.."8-5제 한다고 일찍 퇴근하나"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야심차게 추진하던 '8-5제'가 전면 시행을 앞두고 '내부 직원 반대'라는 암초에 가로막혔다.

박 장관은 당초 오전 8시에 출근해 오후 5시 퇴근하는 이른바 8-5제를 다음 달부터 전면 시행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정작 재정부 직원 대부분이 8-5제 시행에 반대했다.

17일 본지가 단독 입수한 재정부 직원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과장급 이하 재정부 직원 712명 중 69.8%(498명)가 8-5제 시행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찬성표를 던진 직원은 23.6%(168명)에 불과했다.

반대 이유로는 '근무시간만 늘어날 것'(66%)이 가장 많았고 '생활패턴을 바꿔야 하는 부담감'(20.2%)이 뒤를 이었다.

특히 8-5제 시행에 반대한 응답자 중 절반에 가까운 49.5%는 8-5제 시행을 강행할 땐 9-6제, 10-7제 등 유연근무를 하겠다고 답했다. 강행의 경우, 8-5제를 일단 체험해보겠다는 의견은 10.6%에 그쳤다.

이에 따라 박 장관의 8-5제 전면 시행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박 장관은 지난달 노조 간부들과의 오찬에서 직원들이 원치 않으면 8-5제 시행을 보류하겠다는 의견을 전달한 바 있다.

출퇴근 시간을 앞당겨 여가시간을 늘리겠다는 8-5제는 박 장관이 남다른 애착을 갖고 있는 제도 중 하나다.

지난해 6월 이명박 대통령이 주재한 내수활성화 국정토론회에서 박 장관은 8-5제를 해법으로 제시했다. 일찍 출근해서 일찍 퇴근하면 여가를 즐길 수 있는 시간이 늘어 삶의 질도 올라가고 내수도 활성화시킬 수 있다는 복안이었다. 박 장관은 지난해 7월 유연근무를 신청하며 재정부 내 첫 8-5제 시행자가 되기도 했다.

지난 2월엔 올 여름부터 전체 공공부문에 도입하자며 8-5제 예찬론을 폈지만 주무 부처인 행안부의 반대에 부딪혔다. 행안부는 획일적으로 8-5제를 시행하기보다 업무나 기관별 특성에 따라 근무시간을 조절할 수 있는 유연근무제가 더 낫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에 따라 박 장관은 재정부만이라도 우선적으로 8-5제를 도입하는 쪽으로 선회했다. 현행법상 부처의 출퇴근시간은 책임장관이 결정할 수 있다.

그러나 직원들의 반발로 이마저 위태로워진 것. 장관의 솔선수범(?)에도 재정부 내 8-5제 인기는 바닥 수준이다. 현재 8-5제를 시행하고 있는 직원은 10%에도 못 미친다.

6시 퇴근도 힘든 상황에서 5시 퇴근은 어불성설이라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재정부는 정부 부처 중 야근이 가장 많은 곳으로 손꼽힌다. 예산 심사와 세제 개편, 정책 수립 등 밤샘 근무가 허다하다. 평일 9시 이후 퇴근은 물론 일요일 출근이 일상화돼 있다.

과장급 직원 A씨는 "오전 8시에 출근해 저녁 8시에 퇴근하면 다행일 것"이라며 8-5제 효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오는 12월 재정부가 세종시로 이사를 가야 한다는 점도 부담이다. B사무관은 "세종시 이전 후 한동안 서울서 출퇴근할 생각"이라며 "가뜩이나 출근 부담이 늘어날 텐데 지금 꼭 8-5제를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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