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쪽으로 치우치는 극단적인 정치·사회·경제, 중심 찾아가야
#. 집이 용인이라 제 시간에 출근하려면 새벽에 나와야 한다. 아침을 못 먹고 나오는 일이 많다. 때문에 출입처인 문화체육관광부 지하 구내식당을 자주 이용한다.
그곳에선 김밥과 라면을 간단한 아침식사로 파는데, 4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인 국·과장급 간부들도 자주 만날 수 있다. 서로 계면쩍어 그냥 눈인사 정도만 한다.
이 중년 남자들이 전날 과음으로 쓰린 속을 라면으로 달래는 걸 보면서 내 마음도 쓰렸다. 박봉의 기자 생활을 하는 나야 아내에게 내세울 게 없어 그렇다고 치더라도, 우리나라의 문화정책을 좌지우지하는 중앙 정부부처 간부들이 집에서 아침도 제대로 못 얻어먹는다는 게 참 '거시기'했다.
중년 아저씨들끼리 모이는 자리에서면 이와 비슷한 이야기가 자주 오간다. 요즘 아내들은 남편보다는 아이를 중심으로 챙기며, 아이들은 아버지를 그저 '돈 벌어오는 기계' 정도로 밖에 여기지 않는 풍조라는 거다.
물론 아저씨들끼리라 감정의 과잉이 있을 수도 있지만, 요즘 아빠들이 집안에서 별로 대우를 못 받는 분위기인건 확실히 맞는 것 같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버지가 가정의 중심이었는데, 외환위기 이후 최근 십 수 년 사이에 아버지가 가정에서 순식간에 사라지고 말았다. 대한민국은 이런 문제에서도 정말 역동적(?)이다.
#. '경선 부정' 의혹에 휩싸여 통합진보당에서 출당을 결정한 이석기·김재연 의원에 대한 '종북' 논란이 최근 거세다. 보수 언론과 여당을 중심으로 자격심사를 통해 국회에서 퇴출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심지어 여당의 유력한 대선 후보인 박근혜 의원까지도 이런 주장에 합류할 정도다. 이로 인해 1950년대 공산주의자라는 누명을 씌워 정치적 반대파를 탄압했던 미국의 '매카시즘' 광풍이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부활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물론 우리를 위협하는 북한 정권을 추종하는 무리들에 대해선 강력하게 반대한다. 주민들을 도탄에 빠뜨리면서도 20대 새파란 젊은이에게 한 국가의 정권을 세습하는 몰상식한 체제에 반대하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사상이 의심된다는 이유만으로 이·김 의원을 국회에서 쫓아내자는 움직임에 대해서도 역시 반대한다. 그들을 국회에서 쫓아내려면 그들이 국가에 해가 되는 명백한 범죄행위를 저질렀거나, 경선부정과 관련한 범법 사실이 제대로 드러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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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세기에 들어선 지 한참 지났는데도, 아직도 대한민국에선 사회적·정치적 현상과 논의가 매우 극단적으로 나타난다. 일이 잘못돼 한 쪽으로 치우친 부분이 있으면 중심으로 가져다 놓을 생각을 하지 않고, 그 반대편의 맨 끝까지 치닫기 일쑤다.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에서 불과 반세기도 안 돼 경제 강국이 된 데다, 엄혹한 독재시대를 치열하게 극복하고 민주화를 이뤄내면서 생겨난 부작용이 아닐까 싶다.
논의 구조가 극단적인 것은 경제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다. 세계적인 경제위기 속에서 재벌그룹 중심의 경제 구조가 가지는 `경제력 집중과 양극화` 라는 부작용이 확연히 드러나자, 경제민주화와 관련한 온갖 급진적이고 과격한 주장들이 쏟아진다. 이에 재계에선 '경제민주화'가 규정된 헌법 제199조 제2항의 삭제를 주장하는 어이없는 반대 움직임까지도 나온다.
경제 민주화를 주장하는 쪽도, 재벌그룹도 옳고 그름을 떠나 모두 우리 사회의 엄연한 실체다. 어느 한 쪽이 다른 한 쪽을 반체제주의자나 범죄자로 보는 관점을 가지는 한, 우리 사회에 부각된 여러 가지 경제적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다.
어느 한 편에 치우쳐 실린 짐은 반대편이 아니라, 배의 가운데로 옮겨야 배가 전복되지 않는다. 어렵고 힘들수록 극단을 피하고 중심을 찾아야 한다. "균형은 만사에서 최선이다." 고대 그리스 시인 헤시오도스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