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임금 '사법부 vs 행정부'...뜨거운 감자

통상임금 '사법부 vs 행정부'...뜨거운 감자

이현수 기자
2013.05.15 06:13

통상임금 논란 경영계 38.5兆 부담…정부, 6월 노사정위에서 다룰 예정

통상 임금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미국 방문 일정을 소화한 뒤부터다. 다니엘 애커슨 GM회장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투자 조건으로 통상 임금 문제 해결을 요청하자 박 대통령이 "꼭 풀어나가겠다"고 답한 게 발단이 됐다. 노동계는 "집단소송을 추진하겠다"며 반발했고 정치권도 이 문제를 6월 국회에서 처리한다며 논란에 가세했다.

14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통상 임금을 둘러싼 논란은 통상임금이 포함된 근로기준법을 놓고 행정부와 사법부의 해석이 다른데서 비롯됐다. 근로기준법 시행령을 보면 "통상임금이란 근로자에게 정기적이고 일률적으로 소정근로 또는 총 근로에 대하여 지급하기로 정한 시간급금액, 일급금액, 주급 금액, 월급금액 또는 도급 금액을 말한다"고 돼 있다.

이중 '정기적이고 일률적으로'의 해석을 두고 고용노동부 예규와 법원 판례가 대립하고 있다. 고용부의 예규에 따르면, 통상임금은 '소정근로 또는 법정근로시간에 대하여 근로자에게 지급하기로 정하여진 기본급 임금과 정기적·일률적으로 1임금산정기간(한 달 주기)에 지급하기로 정해진 고정급 임금'이다.

하지만 법원은 지난 1996년 "1임금지급기를 초과하는 임금이더라도 그것이 정기적, 일률적으로 지급되는 것이라면 통상임금에 포함될 수 있다"고 판결함으로써 행정부 해석과 거리를 뒀다. 이에 따르면 일률적으로 지급되는 체력 단련비, 월동 보조비, 고정 상여금도 통상임금에 포함된다.

법원은 이후 지속적으로 고용부 해석과 다른 판례를 내놨다. 특히 지난해 3월29일 대구의 한 시내버스업체 운전기사 등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청구 소송에서 "매월 월급 형태로 지급되는 근속수당과 달리 분기별로 지급되기는 하지만, 그러한 사정만으로 통상임금이 아니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며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는 판결을 했다.

또 지난 13일엔 공공기관인 근로복지공단 직원이 제기한 소송에 대해 "모든 근로자에게 지급되거나 일정한 조건 아래 고정적으로 지급되는 돈을 통상임금으로 봐야 한다"며 "상여금과 장기근속수당, 급식보조비, 교통보조비, 직급보조비, 맞춤형복지카드 등도 통상임금으로 봐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는 정부기관을 대상으로 한 것이어서 향후 소송 대상이 모든 공공기관으로 확대될 가능성까지 열린 상태다.

고용부는 통상임금을 둘러싼 개별 소송들이 공론화되자 난처한 입장이다. 논란이 커지자 공식 브리핑을 통해 "노사 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고, 개별 소송이 진행 중인 사항이라 정부가 단독으로 방향을 결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노사정간의 대화를 통해 바람직한 개선 방안을 모색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대통령이 논의를 당겼다고 보긴 어려울 것 같다"고 밝힌바 있다.

논란의 초점은 경영계가 떠안아야 하는 부담이다. 법원의 그간 판례를 전체 사업장으로 확대될 경우, 연장근로·야간·휴일근로수당의 3년치를 소급해 추가 지급해야하기 때문. 지난달 전경련 등 5개 사용자단체는 '경제·노동 현안 관련 규제 입법 등에 대한 경제계 입장'을 내고 "통상임금 산정범위에 고정상여금을 포함시키면 3년치 소급분으로만 최소 38조5509억원을 부담하게 된다"며 반발했다.

박영기 한국공인노무사회 부회장은 "사법과 행정이 부딪치고 있다"며 "삼권분립이기 때문에 행정부가 의견을 달리 하더라도 해석의 최종권한이 법원에 있다. 그러나 법원은 개별 소송만 진행할 뿐 전체를 바꾸진 못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행정해석을 바꾸면 형사처벌 문제가 생길 뿐만 아니라 전사업장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정부입장에서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갑자기 통상임금에 상여금이 포함될 경우 준비가 덜 된 산업계에 큰 혼란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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