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판별서 친자확인까지…여기가 '바이오 사관학교'

한우판별서 친자확인까지…여기가 '바이오 사관학교'

강경(충남)이현수 기자
2013.05.26 15:08

[르포]한국폴리텍대학교 바이오캠퍼스, 매년 150여명 바이오 산업현장 투입

한국폴리텍대학교 바이오캠퍼스에서 한 학생이 시료를 분석하고 있다. /사진=폴리텍대학교 바이오캠퍼스 제공
한국폴리텍대학교 바이오캠퍼스에서 한 학생이 시료를 분석하고 있다. /사진=폴리텍대학교 바이오캠퍼스 제공

서울에서 버스를 타고 2시간. 논밭을 끼고 달리던 버스가 갑자기 멈춰 섰다. 시골의 한 가운데, 하루에 버스도 두 번 이상 오가지 않는 외진 곳에 대학교가 모습을 드러냈다. 충남 강경에 위치한 '국내 바이오산업 인재 양성소', 고용노동부 산하 한국폴리텍대학교 바이오캠퍼스다.

24일 기자가 찾은 캠퍼스엔 1~2학년생 300여명이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바이오 실습에 몰두하고 있었다. 이곳에서 졸업한 인재들은 매년 바이오산업 현장으로 투입된다. 이미 졸업생 수백명이 녹십자, 대웅제약,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한화케미칼, SK케미칼 등 국내 주요 제약·바이오기업 생산직으로 활동하고 있다.

2006년 개교한 폴리텍대학교 바이오캠퍼스는 △바이오품질관리과 △바이오배양공정과 △바이오식품분석과 △바이오생명정보과 △생명의약분석과 △바이오나노소재과 등 6개과로 이루어져 있다. 섬유패션, 항공 등 4개의 폴리텍특성화대학 중 가장 늦게 출발했지만 전국 폴리텍대학 32개교를 통틀어 취업률 1위를 자랑한다. 지난해엔 88.6% 취업률을 달성해 국내 2·4년제 대학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바이오 생산인력 양성소

바이오생명정보과 분자생물학 실습실에 들어서자 하얀 가운을 입은 1학년 40여명이 쌀품종검사 실습에 한창이었다. 시료를 분쇄해서 쌀 속 유전자를 뽑아내고, 다시 증폭시켜 유전자 밴드 사진을 찍는 과정이다. 유전자 농도를 측정하던 이건주 학생은 "지금은 쌀을 대상으로 실험하고 있지만, 사람의 유전자 판별까지 이어지는 기술이라고 생각하니 뿌듯하다"고 말했다.

실제 바이오생명정보과에서는 유전자 조작과 진단 등 분자생물학의 핵심 기술을 가르친다. 친자확인검사, 신종플루 검사, 한우판별, 재조합 유전자, 개인유전체 분석도 이 분야의 일이다.

사진=한국폴리텍대학교 바이오캠퍼스 제공
사진=한국폴리텍대학교 바이오캠퍼스 제공

같은 건물에는 바이오캠퍼스 대표 학과인 바이오품질관리과가 자리하고 있었다. 기기분석실습실에선 벤젠 유도체 화합물의 정량분석 수업이 진행 중이었다. 벤젠과 톨루엔이 혼합된 0.02㎖ 샘플을 주사기에 넣고 분석기에 주입하자 기기 옆에 달린 모니터가 곡선을 그리다 벤젠 함유량을 나타냈다. 실습에 사용하는 기기는 기업체에서 사용하는 기기와 동일하다.

이배섭 한국폴리텍특성화대학장은 "바이오산업 제품의 품질관리와 분석을 위한 현장실무 중심의 인력을 양성하고 있다"며 "졸업생들은 제약, 단백질의약품, 백신, 식품, 주류, 화장품, 향장품 등 다양한 바이오분야 기업들에 취직한다"고 말했다.

◇기업에서 먼저 찾는 인력

수년 전 신종플루가 유행했을 당시에는 '실무형 인력'인 이곳 바이오생명정보과 학생들이 감염판별 검사요원으로 차출되기도 했다. 실제 바이오인력은 전국 대학에서 매년 2만여명이 배출되고 있으나, 4년제 대졸자의 산업현장 미스매치는 심각한 수준이라는 게 업계 설명이다. 학문중심의 교육을 받은 학생들은 많지만, 실제 기업이 요구하는 실무형 인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사진=한국폴리텍대학교 바이오캠퍼스 제공
사진=한국폴리텍대학교 바이오캠퍼스 제공

바이오캠퍼스는 기업체에서 사용하는 장비로 실습을 진행하는 등 최첨단 장비를 자랑한다. 미생물 배양기에서부터 시료분석기까지, 학과마다 25억원씩 150억원 규모의 실습시설과 장비가 갖춰져 있다. 입학과 동시에 생물, 화학 등 수준별 교육을 받은 학생들은 바이오기초실무능력평가, 전공실무능력평가 등 단계적 실습을 거친 뒤 전담기업체 현장실습을 통해 취업연계교육을 받게 된다.

21명의 교수 전원이 산업체 경력을 가지고 있는 것도 바이오캠퍼스 만의 강점이다. CJ, 종근당, 대웅제약, 유한양행, 한화케미칼, 녹십자 등 국내 바이오분야 대표기업과 연구소에서 10년 이상 근무한 현장 전문가들이 산업체 수요에 맞는 현장 실무교육을 가르치고 있는 것. 한 학생은 "대웅제약에서 근무하던 교수를 '우루사 교수'로, 제일제당에서 근무하던 교수를 '슈가교수'라고 부른다"고 귀띔했다.

기업 맞춤형 교육을 증명하듯 이날 캠퍼스에서는 기업 면접 준비과정도 진행되고 있었다. 곧 있을 삼성바이오로직스 면접시험에 대비해 정장을 갖춰입은 학생들이 면접 대기실과 면접장소를 바쁘게 오갔다. 외부에서 온 전문 면접관 두 명은 '왜 우리회사에 오고 싶은지, 자신의 강점이 무엇인지' 등을 물으며 비디오로 일일이 녹화하고 문제점 지적했다.

이배섭 대학장은 "바이오캠퍼스는 전국에 하나밖에 없는 바이오특성화 국책대학으로, 이제 한국의 바이오산업 인력양성을 선도할 '기관차'로 부상하기 시작했다"며 "명품 바이오인재양성의 메카'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국내 많은 바이오 관련 기업과 산학협력을 통한 기업맞춤형 교육을 실시해 100% 취업할 수 있는 경쟁력 있는 전문기술인을 양성 배출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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