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버리는 대한민국-1]

25일 오후 2시 명동 밀리오레 길 초입. 가게 문을 열고 영업 중인 화장품 매장으로 들어가니 더운 기운이 훅 끼쳤다.
냉방기를 틀지 않은 채 선풍기 2대만을 돌리고 있었다. 가게 직원은 손 부채질을 하며 "문 열고 냉방영업을 하는 곳엔 과태료를 매긴다고 해서 선풍기를 틀고 있다"며 "문을 열고 영업을 해야 그나마 손님이 들어온다"고 말했다.
'문 열고 냉방영업 금지' 계도 기간 일주일째. 이날 산업통상자원부와 에너지관리공단, 지자체, 시민단체로 구성된 15명은 명동거리에서 문을 열고 영업하는 가게를 중심으로 전단지와 스티커를 나눠줬다. 매주 두 차례 명동, 강남역, 홍대, 신총 등 주요 관리지역 33곳을 돌아가며 실시하는 단속은 오는 8월 30일까지 계속된다.
에너지관리공단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5월 서울 명동·강남·역삼 등 전국 주요상권 117개 상점에서 문을 열고 냉방기를 가동하는 매장의 비율은 60%에 달했다. 화장품이나 의류를 판매하는 매장은 내부온도가 26도보다 훨씬 낮았고, 대부분은 출입문을 열어 놓은 채 영업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날 명동거리에서는 신발매장과 일부 화장품 가게만이 냉방 중 출입문을 열어놓고 영업을 하고 있었다. 거리는 쇼핑하러 나온 사람들로 북적였지만, 집중 계도의 영향으로 대형 옷가게들과 소규모 화장품 가게들이 자동문을 설치하거나 출입문을 닫았다.
이날부터 냉방 중 문을 열고 영업한 가게에는 지자체의 경고장이 발급되고, 내달 1일부터는 과태료가 부과된다. 1회 적발시 50만원, 2회 100만원, 3회 200만원, 4회 이상부터는 300만원의 벌금이 매겨진다.
계도활동이 시작되기 직전 명동거리를 둘러보고 온 변종립 에너지관리공단 이사장은 "생각보다 잘 지켜지고 있다"며 "일부 큰 매장이 문을 열고 영업하고 있는데, 본사 방침이라 어쩔 수가 없다고 하니 본사에 직접 얘기를 해서 협조를 요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실제 브랜드별로 차이가 발견됐다. 같은 브랜드 점포수가 많게는 3개까지 있는 명동에서, 냉방 중 문을 연 점포는 브랜드가 모두 같았던 것. 운동화 가게인 레스모어 2곳과 화장품업체인 미샤 점포 2곳에서는 가게 앞 거리에까지 차가운 바람이 느껴졌다. 변 이사장이 매장 안에 직접 들어가서 협조를 부탁하자, 레스모어 관계자는 "7월 1일부터 과태료를 매긴다는 걸 알고 있다"며 "전기를 아끼려고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LG패션 브랜드인 TNGT와 화장품가게인 네이처리퍼블릭은 가게 앞 유리문에 '우리가게는 문을 열고 냉방을 하지 않습니다'라는 스티커를 붙이고 영업 중이었다. TNGT 관계자는 "본사 방침이 전해져 스티커를 붙였다"며 "문을 닫고 영업한다고 손님이 줄거나 하진 않았다. 다른 가게도 같이 하니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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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간 가까이 명동을 둘러본 변 이사장은 거리 맞은편 롯데백화점으로 향해 건물 온도도 점검했다. 건물 1층에서 에너지관리공단 관계자가 측정한 온도는 26.8도로, 적정온도인 26도를 지키고 있었다.
변 이사장은 "외부 온도가 30도를 넘었을 때 문을 열어 놓고 냉방기를 가동하면 전력소비는 3.3~3.4배까지 늘어난다"며 "이날 거리 조사결과에 따라 브랜드별로 냉방 중 문을 열고 영업한 업체는 산업부와 협조해서 본사에 얘기하도록 하겠다. 내달부터 과태료를 물리는데, 소상공인보다는 큰 기업을 중심으로 살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