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워싱턴 포스트 매각이 주는 교훈

[시평]워싱턴 포스트 매각이 주는 교훈

박종구 기자
2013.08.16 06:09
박종구 한국폴리텍대학 이사장
박종구 한국폴리텍대학 이사장

워싱턴 포스트지가 아마존의 창업자 제프 베조스에게 2억5000만 달러에 팔렸다. 베조스는 포브스지 선정 미국 개인재산 19위(250억 달러)에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다. 포스트지는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LA타임스 등과 더불어 미국의 4대 메이저 신문으로 빌 브래들리 편집국장, 밥 우드워드 대기자, 칼 번스타인 같은 언론인을 배출한 정론지다.

사주인 도널드 그레이엄이 포스트를 매각한 주된 이유는 어려운 경영여건 때문이었다. 발행부수가 1993년 83만부에서 지난 3월 47만부로 떨어졌다. 올 상반기 1억3800만달러 매출에 5000만달러의 손실이 발생했다. 상반기에만 신문구독이 약 7% 줄었다. 한때 1000명 수준이었던 편집국도 630명 규모로 쪼그라들었다.

월스트리트저널과 뉴욕타임스가 발 빠르게 온라인 신문에 뛰어들어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한 반면 포스트는 최근에야 뒤늦게 온라인구독 유료화에 착수했다. 종이신문에 불어 닥친 구조적 변화도 경영에 타격을 줬다. 허핑턴포스트, 폴리티코 등 경쟁 온라인 뉴스 매체가 급성장함에 따라 입지가 더욱 약화됐다. 포스트는 뉴스위크 매각, 케이블 시장 진출, 포린폴리시지 인수 등 사업 다각화 노력을 기울였지만 생존의 위기를 극복하기엔 역부족이었다.

베조스의 포스트 인수는 어떤 의미를 가질까. 우선 대표적 인터넷 기업이 전통 일간지를 인수한 첫 번째 사례란 점이다. 베조스는 애플의 고(故_ 스티브 잡스에 버금가는 미디어 감각을 갖고 있다. 잡스가 아이튠즈로 음반시장을 지각변동시킨 것처럼 그는 전자책 판매, 킨들파이어 출시를 통해 종이책 산업을 흔들어 놓았다.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신문 산업을 새롭게 재창조하려는 혁신가적 야망이 이번 인수에 숨어있는 참뜻으로 봐야 한다. 그는 앞으로 20년 내 종이신문이 사라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는 직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앞으로 몇 년 내 변화는 불가피하고 실험과 창조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새로운 사고를 주문하고 있다. 그는 '창조적 파괴'를 통해 포스트를 환골탈태 시킬 가능성이 크다. 온라인 구독 확충, 대금 지불방법 혁신, 새로운 구독패키지 개발 등 혁신적인 마케팅 전략을 시장에 내놓을 것이다. 부동산 웹사이트 레드핀의 글렌 켈먼 말처럼 "내일 또는 5년 내 이윤을 낼 필요가 없기 때문에" 과감한 실험이 가능한 것이다.

이번 매각으로 지난 1세기 이상 미국 주류 신문을 지배해온 경영주 중 뉴욕타임스의 설즈버거 가문만이 남게 되었다. LA타임스의 챈들러 가문, 샌디에고 트리뷴의 코트릿 가문, 미네아폴리스 스타트리뷴의 코울스 가문, 월스트리트저널의 뱅크로포트 가문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이러한 변화는 미디어 권력의 중심이 뉴욕, 보스턴 등 미 동부 지배층에서 신흥 기업인, 재력가로 이동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포스트지 매각이 우리 언론에 주는 시사점은 무엇인가. 우리 신문도 근본적인 구조개혁에 나서야 할 시점이다. 87년 언론자유화 이후 과잉경쟁, 유료 구독층 감소, 적자 누적 등 자원배분의 왜곡이 심해 산업구조개편이 시급한 상황이다. 다음으로 신문에서 방송·케이블로 미디어시장의 무게중심이 급속히 이동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미국을 보자. 뉴욕타임스는 지난 1993년 11억 달러에 인수한 뉴잉글랜드 미디어그룹을 단돈 7000만 달러에 보스턴 레드삭스 프로야구 구단주 존 헨리에게 팔았다. 루퍼트 머독의 뉴스코퍼레이션은 월스트리트저널, 뉴욕포스트 같은 신문을 분사시켰다. 타임워너 그룹도 타임, 포춘, 머니 등 주요 잡지를 케이블, 영화 부문에서 떼어냈다. 인터넷에 기반한 네플릭스 같은 새로운 미디어 업체가 시장을 선도하며 빠르게 가입자를 확충해 나가고 있다.

결국 고품질의 정론지만이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뉴욕타임스가 폴 크러그먼, 데이빗 브룩스, 토머스 프리드먼의 주옥같은 칼럼으로 여론을 선도해 나가고, 심층적인 탐사보도와 다각적인 이슈 분석으로 구독료가 광고수입을 앞지르는 성과를 창출해냈다. 온라인 유료구독자도 70만 명에 달한다. 시사지 타임의 리처드 스탠겔 편집장 말처럼 "좋은 언론은 반드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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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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