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도전'없는 中企, 결국 '시체'일뿐

[기자수첩]'도전'없는 中企, 결국 '시체'일뿐

정진우 기자
2013.10.17 14:54

"한국 중소기업 중엔 도전정신이 부족한 기업들이 많은 것 같아요. 고비를 스스로 넘기며 성장하기보다 현실에 안주하려는 기업들이죠. 도전하지 않는 기업은 이미 생명을 잃은 시체일 뿐입니다."

17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한국상품전시상담회'에서 만난 박양기(55) 고려무역 사장의 말이다. 일본에서 무역업과 외식업을 하고 있는 박 사장은 국내 중소기업을 향해 쓴소리를 했다. 스스로 성장할 생각은 하지 않고 정부 지원이나 기대하며 나약한 상태로 머문다는 것. 그가 일본에서 24년 동안 국내 중소기업과 거래하며 느낀 거다.

박 사장은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1980년대 중반 당시 정부기관(한국무역협회 산하)이었던 고려무역에 입사했다. 1990년 일본 오사카 지사로 나가 6년 후 지사장이 됐다. 고려무역은 중소기업의 대일 수출 창구 중개역할을 담당하던 기관으로 정부 예산으로 움직였다.

1997년 외환위기가 불어 닥치자 정부는 구조조정 차원에서 이 회사를 없애려했다. 하지만 박 사장은 "회사를 없애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빚을 떠안는 조건으로 1998년 일본 현지에서 고려무역 주식 100%를 취득했다. 그의 나이 40세 때 일이다.

정부 기관 직원에서 하루아침에 일본 중소기업 대표가 됐지만 직원은 달랑 세 명이었다. '어려움을 딛고 일어서지 못하면 결국 큰 회사로 성장할 수 없다'는 생각으로 밤잠을 설쳐가며 일에 매진했다. 한국 중소기업들이 일본에 진출할 때 가교 역할을 했던 박 사장은 결국 10년 만에 회사를 알짜 중소기업으로 탈바꿈시켰다. 전체 직원을 200여명(비정규직 포함)으로 늘렸고, 사업 영역도 확장했다. 한국요리점 '비빔'을 설립, 오사카 등 일본 곳곳에 '음식 한류'를 전파하고 있다.

기자가 이번 행사에 참여한 국내 중소기업들을 살펴보니 박 사장 말대로 자생력을 키우기보다 정부 지원에 의존한 중소기업들이 더러 눈에 띄었다. 정부나 무역협회가 지원하는 행사만 찾아다닐 뿐…. 이들 회사의 최근 3년간 매출이나 수출실적을 들여다보니 한계가 확인됐다.

문제는 정부의 지원이 이런 나태한 기업들에게 계속 투입될수록 정작 정부의 손길이 절실한 알짜 중소기업들은 외면당할 수 있다는 것. 정부가 백날 중소기업 지원책을 쏟아내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수밖에 없다.

박 사장처럼 '맨땅에 헤딩'하며 기업을 키우려고 혼신의 힘을 다하는 사람들은 어떤 어려운 환경이라도 극복해내고 기업을 성장시킨다. 이들의 공통점은 자꾸 넘어지면서 일어서는 법을 배운다는 것이다. '시체'가 되지 않는 방법은 결국 중소기업 스스로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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