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2007년 노벨평화상 수상자 존번 델라웨어대 교수

올여름 대한민국은 '블랙아웃' 공포에 떨었다. 원전비리로 원자력발전소들이 멈추면서다. 경남 밀양에선 송전탑 건설을 두고 한국전력과 주민들이 대치했다. 사용 후 핵연료 처리 문제도 수면 위로 떠올랐다. 전기요금이 비합리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총체적 '에너지 난국'이다.
세계적 에너지 석학이 제시하는 해법은 뭘까. 14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존 번 미국 델라웨어대 석좌교수를 만났다. 존 번 교수는 2007년 지구온난화의 위험성을 지적해, 앨 고어와 노벨평화상을 공동수상한 IPCC(정부 간 기후변화위원회)의 핵심 멤버다.
"자원을 얼마나 갖고 있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다. 중요한 건 어떻게 에너지를 사용하는가이다"
존 번 교수가 제시한 대안은 '에너지 효율'이다. 에너지 효율 시스템을 구축했을 때 얻는 에너지 절감 효과가 설비를 갖추는데 필요한 투자 비용보다 크다는 설명이다.
그는 한국에서 가장 중요한 에너지 자원으로 '에너지 효율화'를 꼽았다. 화력발전, 원자력 발전 등 전통적 에너지 자원이 아닌 효율성을 높여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방법으로 패러다임의 변화를 제시한 것.
존 번 교수는 13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국제 에너지 컨퍼런스 연사로 나섰을 때도 비슷한 얘기를 했다.
"서울시내 건물 지붕에 태양광 시설을 설치할 경우, 서울시가 사용하는 전력의 대부분을 얻을 수 있다. 예를 들어 5월 한 달간 오후 시간 동안 학교, 도서관, 공공기관 등 서울시 전체 건물의 32%의 지붕 태양광을 활용하면 서울 전체에 한 달 동안 필요한 전력공급이 가능하다."
에너지 효율성은 새로운 일자리로 연결된다.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해선 우선 조명과 냉난방 등 공학 관련 전문가가 필요하다. 또 어떤 기술을 선택해서 운영할지를 결정하는 관리자가 필요하다. 그리고 태양광 등 에너지 효율 설비를 설치할 건설 노동자가 필요하다.
존 번 교수는 "미국의 역사를 보면 에너지 효율이라는 에너지 자원은 원전, 화력 등 전통적인 발전으로 인한 고용에 비해 4배 정도 교용창출효과가 크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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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미국 라자드 투자 은행도 고객들에게 태양광 투자를 권하고 있다"며 펜을 들고 종이에 그래프를 그려가며 설명했다. 2000년도에는 복합화력 발전비용이 태양력 발전보다 훨씬 쌌지만 2016년을 기준으로 그 차이가 없어지고 그 이후에는 역전될 것이라는 내용이다.
존 번 교수는 원전을 '비싼 에너지'로 규정했다. "UAE 수출하는 원전 하나 짓는데 3조3000억원이 드는 것으로 알고 있다. kW당 단가는 싸더라도 원전 짓는 비용이 비싸고 결국은 세금에서 충당되는 것이다. 세계적으로도 원전을 덜 짓고 있는 추세다.
미국은 1978년 이후 새로 지은 원전이 없다. 왜 그럴지 생각해봐야한다".
존 번 교수는 "원전에서 발생하는 사용 후 핵연료도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현재까지 재처리, 임시 저장, 영구 저장 등의 방법이 대안으로 논의되고 있는데, 모두 근본적인 해결방안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재처리는 미국, 프랑스, 일본 등에서 시도한 바 있다. 하지만 방사능량이 증가하기 때문에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될 위험이 있고 이 위험을 줄일 방법은 아직 찾지 못했다. 영구저장을 하기에는 아직 충분한 기술이 없다.
미국, 프랑스, 일본 등에서 시도를 했지만 모두 방사능 노출이 있었다. 이를 막는 기술이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 핀란드, 스웨덴은 좀 더 성공적 사례이지만 대량의 핵폐기물 처리 기술은 부족한 상황이다.
임시저장은 말 그대로 '임시'다. 기초과학이 더 발전해서 임시저장을 대체할 방법을 찾을 때까지의 임시적인 방법이다. 존 번 교수는 "해결책이 개발된다 하더라도 매우 비쌀 것이고 따라서 원자력에너지의 비용은 더 오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한국은 보조금 등의 제도 때문에 전기요금이 비정상적으로 저렴하게 책정돼 있다"며 "결국 비용이 부담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가 제시한 해법은 결국 '에너지 효율'로의 패러다임 전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