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 하회는 사실인만큼 당국으로서 대책을 찾고 있다."
최근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한국은행의 물가목표치에 크게 못 미친다는 지적과 관련, 김중수 한은 총재가 지난 주 경제동향간담회에 참석해 밝힌 말이다.
물가안정목표제는 중앙은행이 물가 상승률 목표를 사전에 제시하고, 정책금리 조정 등을 통해 이를 달성하려고 하는 운영방식이다. 한은은 지난해 10월 2013~2015년까지 3년간 적용할 중기물가안정목표를 2.5~3.5%로 설정한 바 있다.
그러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6월 이후 17개월째 한은 목표치를 밑돌고 있다. 지난 9월부터는 3개월째 0%대를 기록하는 등 외환위기 직후였던 1999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생산자 물가 역시 14개월째 하락세다. 생산자물가가 소비자물가(CPI)에 대체로 선행하는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도 저물가 기조는 계속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에 대해 한은은 '공급' 측면의 문제를 들고 있다. 석유와 농산물 가격 하락에 무상보육·급식 확대까지 겹쳐 물가가 예상보다 낮게 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중수 총재 역시 1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9%지만, 석유와 농산물을 제외한 '근원인플레이션율'은 1.8%라는 사실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일본식 디플레 우려는 적절치 않다"며 "올해 경제성장률도 3%대 중후반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민간 연구원들이 현재의 저물가를 보는 시각은 조금 다르다. 공급 문제도 분명한 요인이지만, 저성장으로 인해 얼어붙은 소비심리가 저물가의 주원인이라는 분석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낮은 이유로 경기 침체를 의미하는 총수요 압력 감소(47%)를 가장 먼저 꼽았다. 원자재가격 및 환율 등에 따른 수입물가 하락(21%), 무상보육과 농축수산물 가격 하락(32%)이 그 다음이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최근 물가가 이상할 정도로 계속 낮은 수준이다. 전반적으로 수요부진이 물가를 압박하는 측면"이라며 "과거 경기회복시와 같이 수요가 추가적으로 유발되는 경기 구조가 아니다"고 설명했다.
당국이 강조하는 국내 경기회복세도 향후 물가 상승률을 얼마나 끌어올릴지는 미지수다. 사상 최대치의 경상수지 흑자가 '원화강세'를 부추기고, 이는 수입물가를 낮춰 소비자물가를 더 끌어내리는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원화는 시장에서 '안전자산'으로 선호돼,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이후에도 당분간 강세를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독자들의 PICK!
일본이 90년대 장기 디플레이션을 겪은 데는 정책 대응 실패도 한몫을 했다. 한은은 경기회복 기대만큼 물가가 오르지 않을 경우 '저성장-저물가' 구조가 고착화할 수 있다는 우려를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