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철도노조 간부들이 조계사에 은신해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 25일 노조가 정부에 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그러면서 조계종을 포함한 종교계에는 '중재'를 서달라고 요청했다.
정부에 파업 종료의 명분(퇴로)을 만들어달라는 요청으로 받아들여 질 수 있는 제안이다. 노조의 요청에는 체포 영장 발부 이후 노조 집행부의 오랜 도피생활에 따른 피로와 압박감, 파업을 이어가기 힘든 부담감이 묻어 있다.
강경 대응으로 일관해온 정부는 마지막 '일전'을 앞두고 샴페인을 터뜨릴 준비를 하고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파업이 '진압'된다고 한들 정부가 이기는 걸까.
'강한 정부'로서의 권위를 세우고, 의지를 관철시켰을지는 모르지만 '섬기는 정부, 아량 있는 정부'로 국민에게 다가서는 길에는 오히려 큰 벽을 하나 쌓게 될 것이다.
옛 정부와 비교되는 게 자존심 상할지 모르겠지만 2003년 4월 철도파업 당시 고 노무현 대통령은 철도노조 간부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함께 식사를 했다. 밥 한끼로 문제가 풀릴 일은 아니지만 격의 없는 대화를 통한 갈등해결 의지를 보여주는 데는 부족함이 없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평소 정부 정책과정에서 갈등의 소지는 소통으로 풀어갈 것을 지시했다. 소통이 되지 않고 반발이 심하면 사업을 강행하지 말라고까지 했다.
그러나 철도파업에서만큼은 소통의 정신은 찾아볼 수가 없다. 정부는 수서발KTX 설립을 타협해야 할 사안이 아니라고 본다. 공공기관들에게 뭔가 '본때'를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감도 드러난다.
철도 민영화 논란은 색깔론으로까지 번지면서 국론 분열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밀어붙이기로 해결할 사안을 이미 벗어났다. 정부 의도대로 노조가 굴복한다고 해도 노조를 응원했던 절반의 국민과는 등을 지게 되는 것이다. 앞으로 4년간 두고두고 정권의 부담으로 작용할 일이다.
대통령과 총리, 장관들이 권위를 내려놓고 먼저 다가설 수는 없을까. 진심으로 다가서고 아량을 베풀 때 빗장이 열린다. 마음으로부터 승복을 받아낼 때 권위를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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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2015년 수서발KTX를 운행하려면 시간이 촉박하다고만 할 게 아니라 소통을 통해 가급적 다수가 수긍할만한 해법을 모색해야 할 때다. 철도 운행이 늦어지면 비용도 늘어난다. 밀어붙이기 정책 이후 사회 저변에 쌓일 분노는 더 큰 사회적 비용으로 표출될 수 있다. 모두에게 불행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