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원전의 '심장', 100% 국내기술로 이식하다

한국형 원전의 '심장', 100% 국내기술로 이식하다

울진(경북)=정진우 기자
2014.05.07 06:00

[르포]경북 울진 신한울 원전 1호기 원자로 설치 현장 가보니…

지난달 30일 경북 울진 북면 신한울 원전 1호기에 원자로가 설치되고 있다./사진= 한국수력원자력
지난달 30일 경북 울진 북면 신한울 원전 1호기에 원자로가 설치되고 있다./사진= 한국수력원자력

"원자로 설치"

조석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 단호한 표정으로 외쳤다. 조 사장의 명령이 떨어지기 무섭게 415톤에 달하는 거대한 원형 원자로(높이 12.1m)가 굉음을 내며 서서히 움직였다. 초당 1~2cm 정도로 느리게 움직이던 원자로는 30여분 후 신한울 원자력발전 중심 부문에 안전하게 내려 앉았다. 원자로는 원전연료인 우라늄이 핵분열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열로 물을 끓일 수 있도록 하는 용기로 원전의 '심장' 역할을 한다. 이 끓인물로 증기를 만들어 터빈 및 발전기를 돌리면서 전기를 생산한다. 지난달 30일 100% 우리 기술로 건설하는 최초 발전소인 신한울 원전 1호기(경북 울진군 북면)의 원자로는 그렇게 설치됐다.

2년여간 신한울 원전 건설에 땀방울을 흘린 한수원 직원들과 두산중공업 등 협력업체 근로자들은 뿌듯한 마음으로 원자로 설치 과정을 지켜봤다. 조 사장을 비롯해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원자로가 안전하게 설치되자 벅찬 감정으로 박수를 쳤다. 하지만 표정은 그다지 밝지 않았다. 세월호 참사로 인해 숙연한 분위기 속에 진행한 행사였기에 참석자들 모두 마음이 무거웠던 것. 다른 때 같았으면 산업통상자원부가 적극 나서 국가적인 축제로 추진했을 이번 행사는 국민적 추모 분위기를 감안, 한수원이 조용히 진행했다.

조 사장은 "정말 있을수 없는, 있어서도 안되는 세월호 참사로 나를 비롯해 한수원 직원들 또 국민 모두가 마음 아파하고 있다"며 "이번 원자로 설치 행사도 취소하려고 했지만, 안전한 원전 건설이란 목표의식을 고취하기 위해 조촐하게 마련했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22일 한국수력원자력 한울원자력본부에서 신한울 1호기에 설치될 원자로가 입고되고 있다./사진=한국수력원자력
지난달 22일 한국수력원자력 한울원자력본부에서 신한울 1호기에 설치될 원자로가 입고되고 있다./사진=한국수력원자력

이날 신한울 1호기에 설치된 원자로는 높이 12.1m, 외부 직경 5.9m, 중량 415톤, 철판 두께 최대 297mm에 이른다. 신고리 3·4호기에 이은 국내 세 번째 APR(Advanced Power Reactor) 1400 원자로다. 하지만 국내 기술 100%로 적용해 만든건 이번이 처음이다. APR 1400은 우리나라가 독자 개발한 원전 모델로 이전의 한국표준형 원전인 OPR 1000과 비교하면 발전용량을 100만kW에서 140만kW로 높였고, 설계수명도 40년에서 60년으로 연장해 발전원가를 최소 10% 이상 줄일 수 있도록 했다. 또 내진설계 기준을 리히터 규모 7.0 이상으로 높이며 안전성도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이날 원자로 설치로 신한울 원전 건설은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신한울 원전 1호기는 지난 2005년 6월 기본계획을 확정했다. 이후 2009년 4월 실시계획 고시가 나왔고, 곧바로 두산중공업과 현대중공업, SK건설, GS건설 등 시공사와 주계약을 체결했다. 2011년 12월엔 건설허가를 취득했고, 2012년 5월 착공에 들어갔다. 현재 43%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으며, 2017년 4월 준공 후 상업운전에 들어간다. 바로 옆에 건립되고 있는 신한울 2호기는 1년 후인 2018년 4월에 준공될 예정이다.

신한울 원전은 한울원전 인근 150만㎡(45만평) 규모로 지어지고 있다. 원자로를 감싸는 외벽과 내부 구조물은 완성된 상태다. 또 원자로 주변에 들어서는 부속 건물도 착공에 들어갔고, 기계 전기 공사도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가 지난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에 수출한 원전과 비슷한 공정률을 보이고 있다. UAE에 건립되는 원전도 신한울 원전과 같은 APR 1400인데 같은 원전을 똑같은 공기 일정으로 짓고 있어 눈길을 끈다.

신한울 원전은 또 '안전'을 슬로건으로 걸고, 지진과 쓰나미에 철저히 대비하고 있다. 리히터 규모 6.5의 강진이 원자로 건물 바로 밑에서 발생해도 안전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7.0 규모의 내진 설계가 됐다. 또 동해나 일본 서해안에서 발생 가능한 최대 쓰나미에도 안전 관련 설비가 침수되지 않도록 건설되고 있다.

사장 취임 후 안전을 최우선 과제로 여기고 있는 조 사장은 이날 신한울 건설 현장 방문을 마치고 13km 정도 떨어진 울진군 근남면 비상대책실(EOF, Emergency Operating Facility)을 찾았다. 이곳은 비상 상황 시 발전소 비상대응 활동을 총괄하는 곳이다. 방사성물질의 환경방출 감시와 방사능 물질을 측정하고 평가하는 역할도 맡는다. 특히 주민들의 피해예방과 보호 조치를 총괄한다.

상황실에 들어선 조 사장은 비상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각종 매뉴얼을 점검했다. 꼼꼼히 살펴보던 조 사장은 실제 상황을 가정하고 훈련을 진행했을 경우 상황 대처 요령 등을 점검했다. 조 사장은 "원전 사고는 발생해선 안되는 것이고, 만일의 사태가 벌어질 경우 안전 최우선으로 대비해야한다"며 "평소에 얼마나 안전의식을 갖고 업무에 임하느냐에 따라 실제 상황에서 대처하는 능력이 달라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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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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