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의원님 세종시가 과천 옆인가요?"

[기자수첩]"의원님 세종시가 과천 옆인가요?"

세종=정진우 기자
2014.07.17 17:45

16일 오전 8시 정부세종청사 대강당. 300여명의 기획재정부 공무원들이 눈을 크게 뜨고 부동자세로 서 있었다.

예정보다 4분 정도 지나자 이날의 주인공인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모습을 드러냈다.

평소 시간 약속 잘 지키기로 유명한 최 부총리가 본인 취임식에 지각하는 일이 벌어졌다. 늦잠을 자서가 아니다.

최 부총리는 이날 새벽 6시40분 오송행 기차에 몸을 실었다. 집에선 한시간전쯤 나왔다. 오전 7시32분 오송역에 도착한 최 부총리는 관용차를 타고 오전 7시57분에 정부세종청사 정문에 도착, 허겁지겁 대강당을 찾아 올라갔다.

최 부총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고작 한시간 정도.

오전 9시28분 기차를 타고 다시 서울로 가야했다. 이날 오전에 열리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위) 참석 때문. 당초 취임식은 이날 오후 열릴 예정이었다. 그러나 전날 예결위가 파행돼 하루 뒤로 밀리면서 일정이 꼬였다.

기재부는 취임식 일정을 감안, 예결위 시작 시간(오전10시)을 조정해 주기를 바랬다. 하지만 "아침에 잠깐 세종시에 다녀오면 될 거 아니냐"는 반응이 전해졌다.

아무리 빨리 움직여도 서울에서 세종은 2시간 정도 걸린다.

경제부처 한 공무원은 "회의 때문에 국회 사람들을 서울서 자주 만나는데, 국회의원들은 세종이 과천 옆에 있는 줄 아는 것 같다"며 "국회가 빨리 세종으로 내려와야 저런 소리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기재부가 거듭 시간 변경 요청을 한 덕분에 예결위 시간은 30분 정도 늦춰졌다. 의원들이 '딱 30분만' 봐주겠다고 했다.

최 부총리는 덕분(?)에 기자들과 취임 후 첫 간담회를 가질 수 있었다.

우리나라 경제정책 책임자로 취임하는 그에게 물어볼 게 많았던 기자들은 30분도 안되는 시간 동안 받아 적기 바빴다. 질문은 달랑 3개만 받았다.

기자들은 어쩔 수 없이 최 부총리를 9시에 놓아줬다. 최 부총리는 또 허겁지겁 오전 9시28분 기차에 몸을 싣고 떠났다.

15년만에 고향인 기획재정부로 '금의환향'한 자리에서 최 부총리가 기재부 후배들과 눈을 마주친건 취임사를 읽었던 16분에 불과했다.

"명색이 한 나라의 살림을 책임질 경제부총리인데, 국회에서 취임식 할 시간도 제대로 주지 않는 건 너무한 것 아니냐"는 공무원들의 하소연이 여운을 남긴다.

입법부와 행정부의 인식차이는 세종시와 여의도만큼이나 멀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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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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