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일하다 담배 피는 게 유일한 낙인데, 정말 끊어야겠네…"

"막일하다 담배 피는 게 유일한 낙인데, 정말 끊어야겠네…"

김명룡 기자, 장시복
2014.09.11 17:22

담뱃세는 간접세, '소득 역진성'으로 서민 타격 우려도

/그래픽=김지영 디자이너
/그래픽=김지영 디자이너

"일하다가 담배 한대 피면서 쉬는 게 유일한 낙인데, 담뱃값이 오르면 정말 끊어야겠어요. 담뱃값이 2000원이나 오르면 쓸 돈이 확 줄어드는데 담배 피자고 먹는 거 줄일 순 없지 않습니까."

일용직 노동자 A씨(52)는 한 달 용돈으로 30만원을 쓴다. 하루에 1만원 꼴이다. 하루 담배 한 갑을 태우니 용돈에서 담뱃값이 차지하는 비중은 25% 정도다. 하지만 정부가 담뱃값을 2000원 올리면 A씨는 용돈의 절반을 담배에 써야 한다.

정부가 내년부터 담뱃값을 2000원 인상한다는 소식에 서민들이 벌써부터 한숨을 쉬는 이유다. 한 갑당 1550원이 부과되는 담뱃세는 개인 소득과 상관없이 담배를 사면 무조건 부담하는 간접세다. 연봉이 1억원인 사람이나 소득이 전혀 없는 사람이나 똑같이 담배 한 갑당 1550원을 내야 한다. 소득이 적은 사람에게는 상대적으로 세금 부담이 급증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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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현상을 '소득 역진성'(소득이 적은 사람이 세금을 더 많이 부담하는 것)이라고 한다. 때문에 과도한 담뱃세 인상이 서민들의 세 부담을 가중시키고 가처분소득을 감소시켜 되레 서민경제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박원석 의원(정의당)은 "담배 소비의 대부분을 서민들과 저소득층이 하고 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담뱃값 인상 부담은 고스란히 서민과 저소득층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며 "구멍 난 세수를 이런 서민들의 증세로 메운다는 발상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 하루에 담배 한 갑을 피는 소비자의 경우 현재 매년 56만원의 세금을 부담하지만 담뱃값이 인상되면 세금이 129만원으로 지금보다 73만원이나 늘어나게 된다. 고소득자에게는 그리 큰 부담이 아니지만 한 달 100만~200만원을 버는 서민들에게는 만만찮은 부담이다.

한해 담뱃세로 걷는 돈은 6조8000억원. 2000원 인상할 경우 34% 정도 담배소비량이 줄지만 전체 세수는 2조8000억원이나 더 가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담뱃값 인상에도 담배를 끊지 못하는 사람들이 9조6000억원의 담뱃세를 대신 부담해주는 셈이다.

강영진 성균관대 교수는 "이번 담뱃값 인상 방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인 사회적 스트레스를 다른 방법으로 해소할 길이 없어 계속 담배를 피우는 서민층에게 과도한 추가 부담을 떠넘기는 조치"라고 말했다. 정부는 담뱃값 인상으로 세수증대와 흡연율 저하라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노리고 있다고 하지만 공공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사회정의와 공평성 문제를 간과해선 안 된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운동이나 문화관람, 여행 등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할 여유가 없는 저소득층에게 흡연이 스트레스 해소의 주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 보건복지부 국민건강영향조사에 따르면 2001년 기준 소득수준이 상위(309만원 이상)에 속한 성인남성의 흡연율은 44.1%이지만, 하위(103만원 이하)에 속한 성인남성의 흡연율은 53.9%로 9.8%포인트 높다.

이에 정부는 고가 담배일수록 세금이 높아지는 개별소비세를 새로 도입할 계획이다. 개별소비세는 2500원 담배 기준 594원 정도가 될 전망이다. 경제적 여유가 있을 수록 좋은 담배를 피울 수 있게 됐다는 의미다.

이번에는 담뱃값 인상폭이 워낙 높아 주머니가 가벼운 월급쟁이들에게는 파급효과가 클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일부 기업들은 흡연자에 대해 승진 누락 등 인사상 불이익을 주겠다며 엄포를 놓고 있어 "아예 이참에 끊는다"는 분위기도 확산될 수 있다.

A기업 과장 B씨는 "이미 사내 분위기가 담배를 끊는 쪽으로 직원들을 몰고 가고 있다"며 "담뱃값이 오르면 밥 한 끼 가격이어서 그동안 버텨오던 흡연자들도 이번만큼은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미 삼성이나 LG, 포스코, 금호아시아나그룹 등 상당수 대기업들은 금연 정책을 펴고 있어 흡연자들의 설 곳은 점점 좁아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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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룡 증권부장

학이불사즉망(學而不思卽罔) 사이불학즉태(思而不學卽殆). 바이오산업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우리의 미래 먹거리입니다. 바이오산업에 대한 긍정적이고 따뜻한 시각을 잃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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