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견됐던 거 아닌가요?"
1일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 자리에 박완수 전 창원시장이 내정되자 한 공공기관 고위관계자 A씨가 "예견된 일"이라며 푸념하듯 내뱉은 말이다.
7개월동안 비어 있던 자리인 탓에 사장이 누가 올지 세간의 관심이 쏠렸다. A씨는 "누가 사장이 될 진 몰랐다"면서도 "'어떤 사람'이 될 것이란 건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 아니냐"고 반문했다. 친박계 정치인 출신인 박 전 시장이 사장이 되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단 얘기다.
지난 2004년 보궐 선거를 통해 창원시장이 된 박 전 시장은 이후 10년 간 시정을 맡은 뒤, 올해 초 새누리당 경남도지사 경선에 나가면서 공직을 내놨다. 당시 친박계의 지원을 받았던 그는 홍준표 도지사와의 대결에서 패하며 고배를 마셨다.
박 전 시장은 경남도청 경제통상국장, 합천군수를 거쳐 창원시장을 3번이나 지내는 등 행정업무에 밝지만 항공 및 공항 관련 업무와 전혀 관련성이 없다.
A씨는 "세월호 참사 이후 이른바 '관피아(관료+마피아)'가 몰락하자 '정피아(정치권 출신+마피아)'가 기다렸다는 듯이 득세한 것"이란 설명을 빼놓지 않았다.
정창수 전 인천공항공사 사장은 주무부처인 국토해양부(현 국토교통부)의 기획조정실장, 제1차관 등 요직을 역임한 관피아 출신이었다.
A씨만 이런 생각을 하는걸까. 백재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에 따르면 세월호 참사 이후 관피아의 산하기관 재취업이 원천 봉쇄되자 공공기관 감사 자리를 정치권 인사들이 꿰찼다. 39개 공공기관의 감사 자리 가운데 14곳에 정피아가 들어 앉은 것. 이들은 정치인과 대선캠프 참여자들로, 낙하산 인사의 전형이란 지적이다.
공공기관 직원들은 세월호 참사 이후 기관장 인사가 올스톱 됐기에 이 정도였다고 자조한다. 인천공항공사를 비롯해 앞으로 공공기관장 인사가 본격화되면 정피아 낙하산이 여기저기서 펼쳐져 내려올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물론 정피아 자체가 문제는 아닐 수 있다.
누구보다 일을 열심히 할 준비가 됐다면 말이다. 문제는 전문성과 소명의식이 부족한 정피아들의 행태다. 이들은 정치권과 조직의 창구역할을 할 공산이 크다. 낙하산 기관장들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사장 자리 안착을 위해 노조의 무리한 요구를 들어주는 것이었다는 건 잘 알려진 일이다. 조직원들은 권력의 입맛에 맞춰 줄을 섰던 게 지금까지의 모습이다.
그러다보니 정치권 인사가 요직을 차지한 공공기관의 경영 성과는 좋지 않았다. 기재부에 따르면 올해 공공기관 평가에서 최하위 D·E급을 받은 28곳 기관장 가운데 17명이 정치권과 관료 출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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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지적한 관피아의 적폐는 고스란히 정피아로 옮겨가고 있는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