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시행 앞두고 비효율 기업 시장 잔류등 손실 지적… "소비자 이해 반영돼야"
"도서정가제는 도서가격을 높인다. 비효율적 기업을 시장에 잔류시켜 손실을 일으킨다. 소비자편익만 고려하면 도서정가를 폐지하고, 도서와 서점의 문화적 가치는 직접보조를 통해 보존하는 것이 바람직할 수 있다"
도서정가제가 소비자와 기업 모두에게 가격을 상승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16일 한국개발연구원(KDI)가 내놓은 '도서정가제와 도서소비자의 편익' 보고서에 따르면 도서정가제가 존재할 경우, 소비자들은 기업이 제공하는 가격이 무작정 싸지는 않을 것으로 예측해 구매판단을 할 때 가격에 좀 더 너그럽게 반응한다.
기업들도 소비자들이 도서정가제의 존재 하에 덜 깐깐하다는 사실을 아는 만큼, 조금 더 비싼 가격을 부르게 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에 도서의 가격은 상승하게 된다.
국가별로 보면 문화의 다양성 및 문화 보존에 높은 가치를 두는 유럽 국가들이 도서정가제를 채택하는 반면, 시장효율성을 중시하는 영미권 국가들은 도서정가제를 채택하지 않고 있다.
보고서가 한국과 프랑스, 독일, 미국, 영국의 도서가격을 직접 조사한 후, 국가별 고정효과를 제거하기 위해 각국의 베스트셀러 성경가격과 미국의 도서판매가격을 기준으로 표준화한 결과, 도서정가제를 채택한 나라들의 도서판매가격이 다소 높게 나타났다.

보고서는 퍼블리셔 위클리(Publishers Weekly)의 2011년 보고서에 나타난 베스트셀러들의 국가별 평균판매가격을 분석한 결과에서도 도서정가제가 유지되는 프랑스와 독일의 가격수준이 도서정가제가 없는 미국이나 영국보다 높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조성익 KDI 연구위원은 “온라인서점들이 본격적으로 자리 잡은 후 도서유통시장의 가격경쟁이 활성화돼 도서가격이 일정 수준 하락했고, 도서정가제가 경쟁을 제한해 소비자편익 및 시장효율화를 충분히 성취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도서정가제의 목적이 경제적 효율을 증진시키는 것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도서정가제가 유발하는 경제적 손실이 분명히 존재하는 만큼 이에 대한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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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연구위원은 “특히 경제적 손실의 상당 부분이 소비자편익의 훼손으로 나타난다는 점에서, 소비자보호 차원에서만 본다면 도서정가제는 단계적으로 폐지해야 한다”며 “신도서정가제는 기존의 규제를 강화시키는 방향인 만큼, 도서가격 상승을 불러와 소비자후생 손실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오는 21일부터 시행될 예정인 ‘출판문화산업진흥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따른 신도서정가제가 현재 시행 중인 도서정가제에 비해 할인 폭을 축소하고 적용범위를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즉, 기존에는 가격할인 10%를 포함해 최대 19%까지 가능했던 할인판매가 향후에는 최대 15%까지로 제한되는 한편, 이전에는 예외가 적용되었던 실용서 및 초등학습참고서와 발행일로부터 18개월이 지난 간행물까지 포함한 모든 도서로 도서정가제의 대상이 확대됐다.
보고서는 또 다른 신도서정가제의 문제로 시장 위축 가능성을 꼽았다. 소비자들은 구매 시기에 민감하지 않은 스테디셀러나 유아용 도서들을 신도서정가제 시행 이전에 구입하려 할 것이고 이러한 소비는 내년 소비를 구축하는 악효과를 유발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조 연구위원은 “도서유통시장을 운영하는 제도를 마련하고 정비하는 과정에서 도서소비자들의 이해가 반영되도록 하는 방안이 고려돼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