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한 짓 한다고? '아차'하면 이미 늦은게 환경"

"한가한 짓 한다고? '아차'하면 이미 늦은게 환경"

대담=서정아 경제부장, 정리=유영호 이동우기자, 사진=홍봉진
2015.04.20 07:00

[머투초대석]윤성규 환경부 장관 "우리세대만 잘살아서는 안돼"

윤성규 환경부 장관이 10일 서울 신문로1가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에서  가진 인터뷰에 앞서 사진촬영하고 있다. 윤 장관은 "환경은 미리 대비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정책"이라고 강조했다./사진=홍봉진 기자
윤성규 환경부 장관이 10일 서울 신문로1가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에서 가진 인터뷰에 앞서 사진촬영하고 있다. 윤 장관은 "환경은 미리 대비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정책"이라고 강조했다./사진=홍봉진 기자

"환경은 문제가 터지고 대처하면 늦는다. 누군가는 '한가한 짓'이라고 비판해도 우리가 지금 움직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윤성규 환경부 장관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후대를 위해 외로운 싸움을 이어나가고 있는 '사령관'으로서의 굳은 신념이 목소리에 묻어났다.

정부 내 야당으로 통하는 환경부는 정부 내에서 우군이 많지 않다. '환경=규제'로 인식되는 탓에 지금도 새로운 정책을 내놓을 때마다 다른 부처의 견제와 비판을 받기 일쑤다. 미래까지 아우르는 정책 영역 때문에 일찌감치 붙은 '미래부'라는 별칭에는 '영(榮)'과 '욕(辱)'이 모두 담겨있다.

윤 장관은 "지금처럼 경제여건이 좋지 않을 때는 '당장 내일이 급한데 무슨 10년, 20년 뒤를 걱정하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커진다"며 "수출, 고용처럼 매달 혹은 매년 성적표가 나오는 게 아니다보니 정책의 효과를 증명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그럼에도 환경에 있어 절대 빠른 것은 없다는 윤 장관의 소신은 확고했다. 예로 든 것은 올해 10주년을 맞은 반달가슴곰 복원 사업. 10년간 170억원을 투입했으나 실제로 늘어난 개체 수는 단 한 마리에 불과하다.

윤 장관의 궁극적 목표는 국민이 행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국민들이 삶 속에서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을 펴기 위해 취임 직후부터 낮은 자세로 각계각층과의 소통에 매진해왔다. 지난 10일 서울 신문로1가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에서 윤 장관을 만나 취임 3년차를 맞이한 소감과 앞으로의 정책 운영 방향을 들어봤다.

윤성규 환경부 장관이 10일 서울 신문로1가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에서  가진 인터뷰에 앞으로의 정책운영 방안을 설명하고 있다.윤 장관은 "환경은 미리 대비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정책"이라고 강조했다./사진=홍봉진 기자
윤성규 환경부 장관이 10일 서울 신문로1가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에서 가진 인터뷰에 앞으로의 정책운영 방안을 설명하고 있다.윤 장관은 "환경은 미리 대비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정책"이라고 강조했다./사진=홍봉진 기자

-취임 2주년이 지났다. 그간 가장 역점을 둔 부분은.

▶환경제도를 환경도 살리고 경제도 살릴 수 있게 과학·선진화 하는데 중점을 뒀다. 일례로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 및 화학물질관리법을 도입해 유해 화학물질로부터 국민을 보호할 수 있는 예방적 관리체계를 구축했다. 또 환경오염피해 배상책임 및 구제에 관한 법률 제정으로 그동안 인과관계를 입증하지 못해 피해 구제를 받지 못했던 환경 피해자들이 보다 쉽고 신속하게 피해를 구제받을 수 있도록 했다.

-올해 환경 정책 추진 계획은.

▶현세대의 환경서비스 만족도를 극대화하면서 미래세대의 행복도 높이기 위한 노력에 역점을 두겠다. 20~30년을 유지돼 온 환경 인·허가 제도를 과학적, 선진적으로 혁신하기 위해 '환경오염시설 통합관리제'를 도입하고, 자원·에너지 빈국인 우리나라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자원순환사회로의 전환을 촉진하겠다.

-미세먼지에 대한 국민 불안감이 크다.

▶적극적인 대기환경 관리로 미세먼지 농도가 서울을 기준으로 2005년 56㎍/㎥에서 2012년 41㎍/㎥으로 개선됐다. 하지만 2013년과 지난해 2년 연속으로 44㎍/㎥ 수준으로 나빠졌다. 고농도 상황의 미세먼지는 50~70%가 중국 등 외국의 영향을 받는다. 이 부분은 우리가 직접 통제하기 어렵기 때문에 국내 발생분을 최대한 줄여 상승분을 상쇄시켜야 현재의 대기질을 유지할 수 있다. 사업장 총량제 대상 확대, 발전·철강 등 72개 미세먼지 다량 배출사업장의 자발적 감축협약 등 다양한 정책을 추진 중이다.

-9월 도입하는 경유택시를 놓고 논란이 진행 중이다.

▶경유택시는 유럽연합(EU)의 '유로 6(EURO-6)' 기준에 부합하는 경유차만 허용된다. 과거의 경유차보다 미세먼지 같은 게 덜 나오지만 휘발유차나 압축천연가스(CNG), 액화석유가스(LPG) 차량보다는 더 나오는 게 사실이다. '유로6' 기준에서 경유차의 오염물질 배출량이 어떻게 변할지 분석하는 한편 정기검사 기간을 단축하는 등의 관리대책 강화도 검토하고 있다.

-올해도 4대강 녹조 피해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크다.

▶녹조는 물이 있는 곳 어디에나 다 있다. 영양물질인 비료성분(질소·인·칼륨), 일사량, 수온 등의 조건만 맞으면 언제든지 발생한다. 이 중 일사량과 수온은 인위적으로 조절하기 어려우므로 현재로선 영양물질의 유입을 차단하는 것이 핵심이다. 강 본류로 유입되는 영양물질의 양을 줄이기 위해 18개 지류를 중점관리 대상으로 선정해 집중단속 및 모니터링하고 있다. 또 녹조가 발생하는 경우 적기에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감시체계를 강화하고, 호소에서만 운영하고 있는 조류경보제도 하반기부터는 하천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2020년 이후 온실가스 감축목표(INDC)가 화두다.

▶어려운 난제다. 산업체에서 보면 온실가스 배출량과 생산은 비례관계에 있다. 국가적으로 보면 개별 산업체와는 다른 부분을 고려해야 한다. 현재 국제사회가 한국에게 기대하는 부분이 있다. 수출 확대 등으로 이득만 차리고 국제사회에 할 도리를 안 한다면 결국 짐으로 돌아올 거다. 공동 작업반에서 감축목표안이 마련되는 대로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적극 수렴해 감축 목표를 확정하겠다. 9월 말까지는 유엔에 내는 것으로 큰 방향을 잡고 있다.

윤성규 환경부 장관이 10일 서울 신문로1가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에서  가진 인터뷰에 앞서 사진촬영하고 있다. 윤 장관은 "환경은 미리 대비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정책"이라고 강조했다./사진=홍봉진 기자
윤성규 환경부 장관이 10일 서울 신문로1가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에서 가진 인터뷰에 앞서 사진촬영하고 있다. 윤 장관은 "환경은 미리 대비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정책"이라고 강조했다./사진=홍봉진 기자

-대구에서 세계물포럼이 얼렸다. 국내 물산업은 여전히 영세하다.

▶세계 물 시장 규모가 557조원 정도고 우리나라는 이 중 1.6% 정도를 점유하고 있다. 해외진출 등을 통해 우리 물 산업 규모를 키우려면 선진국의 기술력을 능가해야 한다. 주요 기자재의 국산화와 국내서 개발한 기술을 시범 적용할 테스트베드를 설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구에 물산업클러스터를 조성해 기술개발부터 사업화까지 정부가 전주기 지원할 예정이다. 국내 물산업 기업들의 진출이 유망한 국가에는 민관합동 시장 개척단을 파견하는 등 해외진출 지원도 지속적으로 강화할 계획이다.

-다른 공공요금과 비교해 물 요금이 유독 낮은 상태다.

▶상수도 요금은 80% 가까이 현실화 된 상태지만 하수도는 그 절반인 40%도 안 된다. 이 부분은 기초 지자체에서 조례로 결정하는 사항인데, 중앙정부는 가능하면 100% 현실화 하라고 주문하지만 지자체에서는 정치적 이유 등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수도요금을 현실화하면 인센티브를 주는 등 정상화를 유도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지난해부터 '지반침하(싱크홀)'이 발생하며 국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3년간 상·하수관에 의한 지반침하는 101개 지점에서 발생했다. 하수관로의 누수, 파손 등 자체 결함도 있으나 주변 공사장 부실시공의 영향도 크다. 지반침하를 예방하기 위해 내년까지 20년 이상 노후 하수관로 4만㎞를 대상으로 정밀조사를 진행한다. 조사결과를 토대로 보수계획을 수립해 내년부터 하수관로 정비 사업을 추진한다. 하지만 근원적 해결 대책은 하수관 및 주변 공사를 할 때 규정대로 시공을 완벽히 하는 것이다. 아직까지 (공사) 현장에서 의식이 좀 부족한 부분이 있다. 우리 사회의 의식을 바꿔나가는 게 급선무다.

-'유전자원 접근 및 이익 공유에 관한 의정서(나고야의정서)'가 공식 발효됐다. 국내 비준 계획은.

▶우리나라는 주로 외국의 생물 유전자원을 이용하는 국가에 속하는데 59개 비준 국가 중 우리나라와 유사한 처지의 비준 국가는 스위스, 덴마크, 노르웨이 정도다. 주요국의 비준 상황과 우리 산업계의 준비상황을 고려하여 비준 시기를 국익차원에서 결정할 예정이다.

-'그린골드(Green Gold)'로 불리는 생물 다양성에 관심이 높다. 멸종위기종 복원 계획은.

▶국립 멸종위기종복원센터가 2017년 경북 영양에 개원할 예정이다. 반달가슴곰, 산양, 여우에 이어 다양한 종 복원을 추진할 계획이다. 구체적 복원 대상 종은 원종 확보 가능성, 복원 필요성 등에 대해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나갈 계획이다. 최근 멧돼지, 고라니 개체 조절을 위해 복원이 논의되는 늑대는 인명 및 재산 피해 가능성 등을 충분히 고려해 장기적 관점에서 추진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한 마디 부탁한다.

▶환경은 문제가 한번 생기면 그걸 해결하는데 5년, 10년씩 걸린다. 미세먼지 경우도 문제가 가시화됐지만 빨라야 2030년, 2050년 돼야 해결된다. 문제가 불거지고 나서 대처하면 너무 늦고 예방적으로 미리 대처할 수밖에 없다. 아량을 갖고 환경정책을 보면 우리들의 손자세대, 또 손자들의 손자세대를 위해 하는 일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 세대만 잘 먹고 잘 살아서는 안 된다. 우리 손자세대들이 꿈과 끼를 맘껏 펼칠 수 환경을 물려주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매일 연필 10자루 깎는 장관"

윤성규 환경부 장관은 국내에서 손꼽히는 환경 전문가다. 환경부에서만 20년을 넘게 일했고, 환경부 사무관 출신으로는 첫 장관이다.

1956년 충북 충주에서 태어난 윤 장관은 충주공업전문고와 한양대 기계공학과를 나와 1976년 건설부 7급 공무원으로 공직 첫발을 디뎠다. 공무원 생활을 하며 밤을 낮 삼아 공부해 1977년 13회 기술고시에 합격, 문화공보부에서 사무관으로 일하다가 1987년 환경부 전신인 환경청 사무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환경처에서 환경부까지 폐수관리과장, 폐기물정책과장, 수질보전국장, 환경정책국장 등 주요 보직을 두루 역임했다. 2005년 1급(고위공무원 가급) 자리인 국립환경과학원장으로 자리를 옮겼다가 2008년에는 환경부 외청인 기상청에서 차장을 맡았다.

이후 한양대 환경공학연구소 연구교수로 채용됐다가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후보시절 환경특보, 지속가능국가추진단장을 거쳐 2013년 3월 환경부 장관에 임명됐다.

시시콜콜한 내용까지 모두 외우고 있는데다가 일 욕심이 많고 불도저 같은 추진력을 갖춰 과거 환경부 내에서 '독일병정'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실제 독일 연방환경부에서 파견 근무를 하기도 했다. 매일 아침 그날 사용할 연필 10자루를 깎아놓고 직원들이 만든 각종 보고서와 서류를 수차례 다시 검토하고 했던 일화는 지금도 유명하다.

◇약력 △1956년 충북 충주 출생 △충주공업전문고 △한양대 기계공학 △한양대 환경공학 석사 △환경처 폐수관리과 과장 △한강유역환경청 관리국 국장 △환경부 소음진동과장 △기술정책과장 △유해물질과장 △폐기물정책과장 △수질정책과장 △수질보전국장 △환경정책국장 △산업자원부 자원정책심의관 △국립환경과학원장 △기상청 차장 △한양대학교 환경공학연구소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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