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미생'요르단 전기 25%가 한국산 '스위치 ON!'

[르포]'미생'요르단 전기 25%가 한국산 '스위치 ON!'

암만(요르단)=우경희
2015.04.30 12:29

한전 현지법인장 "산은 서로 만날 수 없지만 사람들은 서로 만난다..양국 영구적 친분 발판 될 것"

준공식 환영공연. 현지 유목민 전통음악 공연이 진행 중이다./사진=우경희 기자
준공식 환영공연. 현지 유목민 전통음악 공연이 진행 중이다./사진=우경희 기자

세계 7대 불가사의 페트라, 성경의 역사가 얽힌 성지들로 유명한 요르단은 중동서 석유가 나지 않는 몇 안되는 나라다. 한국서는 최근 유명 웹툰 미생으로 인지도가 한껏 높아졌만 나라 자체의 삶은 곤궁에 가깝다. 하지만 요르단은 평화를 중시하는 고결한 국민성으로 이름높다. 이슬람과 기독교가 평화롭게 공존하며 살아갈 수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중동의 분쟁이 발생할 때마다 난민들이 요르단으로 향해 모여드는 것도 같은 이유다.

최근의 불안한 중동정세는 요르단을 비켜가지 않았다. 시리아에서 난민들이 대거 몰렸다. 이 여파로 최근 몇 년간 요르단 전체 인구의 30%가 늘어날 정도였다. 인구가 늘어나면서 전력 수요도 급증했다. 만성적 정전 위험이 요르단을 위협하고 있다. 부족한 산업인프라 속에서 정전은 치명적이다. 한전의 암만아시아 복합화력발전소(IPP3프로젝트)가 요르단 정부의 보배가 된 것은 이 때문이다.

29일(현지시간) 오전 기자들이 찾은 알마나카 지역 암만아시아 준공식 현장에는 옛 사막 유목민족의 텐트를 연상시키는 흰색 돔이 하늘 높이 솟아 있었다. 최근 IS와 대립각을 세우며 국내서 인기가 하늘을 찌르는 국왕 압둘라2세의 참석이 예고된 행사인 만큼 최고 수준의 의전이 준비됐다. 압둘라2세는 갑작스러운 방미 일정으로 불참했지만 현지서 왕이 주관한 행사는 왕이 참석한 것과 같은 권위를 갖는다.

요르단 유력 인사들도 총출동했다. 국왕을 대신해 압둘라 은수르 국무총리가 참석했다. 요르단 에너지광물자원부의 이브라힘사이프 장관과 요르단 국영 전력회사 NEPCO의 압델파타 알 다라드카 사장도 참석했다. 현지 에너지 관련 정부 고위 요인들이 모두 자리를 함께한 셈이다. 한국에서는 최홍기 요르단 대사가 참석했고 조환익 한전 사장과 요시카와 미쓰비시상사 CEO도 현장을 찾았다.

열사의 땅 한 가운데 솟은 한전 암만아시아(IPP3) 발전소/사진=우경희 기자
열사의 땅 한 가운데 솟은 한전 암만아시아(IPP3) 발전소/사진=우경희 기자

한전은 IPP3 암만아시아 발전소 준공을 통해 요르단 내 전력의 25%를 공급하는 명실상부 최고의 전력공급사 지위를 확보하게 됐다. 한전(60%)과 함께 일본 미쓰비시(35%), 핀란드 바츨라(5%) 등이 사업에 참여했다. 시공을 맡은 롯데와 운영을 맡은 한전KPS 역시 중동사업을 더욱 확대할 수 있게 됐다.

암만아시아 디젤내연발전사업은 디젤발전소로는 세계 최대인 573MW급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됐다. 요르단 정부에서 세 번째로 추진한 IPP(민자발전) 사업이다. 총 8억달러의 사업비가 들었고 건설 후 한전이 25년간 발전소를 운영, 투자수익을 회수하는 BOO(빌드오운오퍼레이트) 방식으로 운영된다. 25년간 총 32억달러의 매출이 기대된다.

요르단 정부가 한전의 암만아시아에 주목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요르단 전력 공급의 아킬레스건은 바로 가스다. 주요 공급원인 이집트의 정세가 불안하다. 하지만 암만아시아 발전소는 세계 최대규모 디젤가스복합발전소다. 가스와 중유, 경유를 상황에 맞게 바꿔가며 가동할 수 있다.

한전 입장에서도 요르단은 중동사업을 확대할 수 있었던 가장 소중한 발판이었다. 김필선 암만아시아 CEO(한전 암만법인장)은 이날 사업경과보고 프리젠테이션을 통해 "2년전 착공식에서 '산은 서로 만날 수 없지만 사람은 서로 만날 수 있다는 말'로 한국과 요르단 간 영구적 친분을 강조했던 에너지광물자원부 차관(전 NEPCO 사장)의 말을 잘 기억하고 있다"며 양국의 지속적인 사업적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해 큰 박수를 받았다.

한전은 요르단 알카트라나 지역에 373MW 규모 가스복합화력발전소를 남동발전과 협력해 가동 중이다. 지난해 가스공급에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요르단 내 최저 수준의 발전원가를 기록하며 '기저부하' 지위를 확보한 발전소다. 한국에선 원전이 기저부하 발전소다. 어떤 상황에서도 가동을 줄이지 않는 발전소라는 의미다. 알카트라나의 착실한 가동실적이 IPP3 프로젝트 수주의 배경이 됐다.

이를 바탕으로 사우디 라빅발전소, UAE 슈웨이핫 발전소 등 중동지역 사업이 확대 일로다. 요르단 푸제이즈 풍력발전 사업도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확보, 세부계약 협상을 진행 중이다. 카타르 수전력공사와는 스마트그리드 상호협력을 타진하는 등 중동지역에서 사업영역이 더 확대될 전망이다.

특히 이번 IPP3는 사우디 아크와, 오즈 등 현지 기업과의 치열한 경쟁을 뚫고 성사시킨 터라 더 의미가 깊다. 가동이 한창인 발전소 내부에는 38기의 디젤발전기가 굉음을 내며 쉴새 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지난해 8월 1단계 상업운전을 시작한 후 10월 2~3단계 상업운전을 동시에 시작해 이미 전력을 생산하는 중이다. 완전 준공 이전에 이미 요르단 정부의 비상 전력공급 요청에 응해 전력을 생산하는 등 현지 전력난 해소에 톡톡한 공헌을 하고 있다.

사업비의 75%인 5억8000만달러를 모회사인 한전의 보증 없이 사업 자체의 신용만으로 조달하는 PF(프로젝트파이낸싱)에 성공한 점이 눈길을 끈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중동의 지속적인 정세불안에도 불구하고 PF를 성사시키면서 사업의 신뢰도가 더욱 높아졌다. 롯데E&C가 발전소 건설에 참여하면서 국내 중소기업들의 광범위한 참여와 1억5000만달러의 국산기자재 수출효과를 거둘 수 있었던 점은 덤이다. 한전KPS가 운영을 담당한다. 국내 기업 산 해외전력시장 동반진출의 모범사례다.

조환익 한전 사장은 "이번 발전소 준공이 요르단의 안정적 전력공급에 크게 기여함은 물론, 빠르게 성장하는 요르단 경제에 큰 도움이 될 것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김필선 암만아시아 CEO가 사업경과를 프리젠테이션 하고 있다./사진=우경희
김필선 암만아시아 CEO가 사업경과를 프리젠테이션 하고 있다./사진=우경희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