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일 오전 9시 정부세종청사. 지난달 수출입 실적(속보치)이 공개되자, 경제 관료들이 술렁였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5월 수출은 423억9200만 달러. 지난해 5월보다 무려 10.9%나 줄어서다. 올해 들어 벌써 5개월 연속 감소세다. 5개월 연속 마이너스 성장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2008년 11월~2009년 10월) 이후 처음이다.
두자릿수 감소세 역시 5년9개월(2009년 8월, 20.9% 하락)만이다. 박근혜 정부 들어 가장 큰 폭의 감소인데, 금융위기때나 겪었을 법한 수출 폭락세를 지금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지난 수십년간 우리 경제성장을 이끌어 왔던 수출이 졸지에 성장률을 떨어뜨리고 있는 '주범'으로 낙인찍히고 있다.
정부가 분석한 수출 둔화 원인은 글로벌 경기침체와 세계적인 교역 감소, 유가 하락 등이다. 여기에 환율문제(엔저 등)까지 겹쳐, 그야말로 사면초가다. 경제부처 장관들은 수출이 쪼그라드는 게 제어할 수 없는 대외변수 때문이라고 항변한다. 글로벌 경기침체나 유가, 환율 등 우리가 어떻게 손 쓸 수 없는 영역이란 얘기다. 게다가 다른 선진국들도 지금 수출이 줄고 있는데, 우리나라도 별수 없다고 토로한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대목이 빠졌다.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나라 제품들의 경쟁력에 대한 언급이 없다. 'Made in Korea'의 값어치가 세계 시장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있고, 경쟁 상대보다 얼마나 뒤쳐져 있는지 자성의 목소리는 안나온다. 또 그동안 체질 개선을 위해 과연 무엇을 했는지 의문이다.
경제부처 장관들은 양호한 대외 여건에서 무역1조 달러를 달성하는 좋은 실적을 낼땐 "정부의 경제 정책 덕분"이라고 공치사하기 바빴다. 그게 불과 몇년 전 일이다. 반면 실적이 안좋아 성장률을 깎아먹는 주범으로 거론되는 지금은 외부 탓을 한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최근 우리나라의 수출은 2000년대 들어 2008년까지 연평균 11.9%로 고속 성장하다가, 2011∼2014년엔 한 해 평균 1% 증가에 그쳤다. 이미 수년전부터 수출 둔화 현상이 나타났는데 아무도 들여다보지 않은 셈이다.
정부가 두어달전부터 우리 수출의 구조적인 문제의 원인을 찾고 있다고 한다. 이달 말 혹은 늦어도 다음 달 그 결과를 내놓을 예정이다. 늦은 감이 없진 않지만, 제대로 된 처방을 기대해본다. 우리 경제의 젖줄 역할을 해 온 수출이 살아나야 경제에 활력이 생기기 때문이다. 최악의 대외 여건을 극복하고 좋은 수출 실적을 기록한다면, 장관들이 굳이 전면에 나서 공치사를 하지 않아도 국민들이 경제 정책을 높이 평가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