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경을 편성하지 않았을 경우 올해의 성장률 전망치'
정부가 25일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방침을 발표하면서 끝까지 밝히지 않은 수치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추경을 포함해 총 15조원 이상의 재정보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MERS)로 인해 소비와 서비스업은 세월호 사고 때보다 더 크게 위축됐고 메르스가 진정되더라도 부정적 영향이 경제전반에 미칠 수 있다고 정부는 추경 편성 이유를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1일 메르스로 인해 첫 사망자가 발생하면서 소비심리가 잔뜩 위축됐다. 메르스 사태가 경제에 미칠 영향이 세월호 때보다도 커 경제성장률은 2%대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언론과 각종 연구기관의 보고서를 통해 쏟아져 나왔다. 기재부도 6월 1~2주차 내수지표 속보치를 보도자료를 통해 기자들에게 배포하며 한국경제에 '빨간불'이 켜졌음을 알렸다.
그러나 정부가 추경편성을 발표하는 과정에서 소홀히 한 것이 하나있다. 바로 투명한 정보를 공개해 국민을 설득하는 작업이다. 정부가 추경편성을 하지 않았을 때 예상되는 올해 경제성장률을 끝까지 밝히지 않은 것이 대표적이다. 정부는 이날 추경을 전제한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1%로 발표했다. 그러나 추경을 하지 않았을 경우는 "2%대"라고 얼버무렸다. 추경발표 전 '추경을 했을 경우'와 '하지 않았을 경우'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비교할 수 있도록 수치를 같이 제시해 달라는 기자들의 요구에 기재부는 "(추경을 한 후의 경제성장률 전망치인) 마지막 숫자만 낸다"고 단호하게 거절했다.
6월 셋째주 내수지표 속보치 공개도 거부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24일 "메르스발 경제 충격이 좀 수그러든 것 아닌가 하는 기대를 한다"고 밝혔다. 꺼졌던 내수가 살아날 기미를 보인다는 얘기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일부 기자들이 기재부에 3주차 내수지표를 공개해달라고 요구하자 기재부는 거절했다. 급격하게 안 좋은 모습을 보인 1~2주차 내수지표는 보도자료까지 내면서 살아나는 조짐을 보이는 3주차 지표를 공개하지 않은 것이다. 추경편성의 추진 동력이 꺾일 것을 우려해 공개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가 갑작스런 외부충격으로 인한 내수부진에 모든 방법을 동원해 선제적 대응에 나서는 태도는 바람직하다. 그러나 그 판단의 근거가 될 자료를 속 시원히 공개하지 않은 점은 '정부의 일방통행'을 다시 한번 보여준다. 전세계적인 저성장시대에 경제성장률 2%후반대가 과연 추경을 할 만한 요건인가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높은 상황에서 모든 정보를 공개하고 국민을 설득하는 작업이 선행됐어야 한다. 추경으로 재정건전성을 위협받을 수도 있는 형편이다.
"추경 규모라는 게 어디에 돈을 쓸지 정해 놓지도 않고 총액을 먼저 정하는 것은 일의 순서가 거꾸로 된 것"이라며 "메르스든 가뭄이든 민생이든 어디에 어떤 항목에 얼마의 돈을 쓸지 그게 결정돼야 하는데 정부가 그게 준비가 전혀 안 돼 있는 것 같다"는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지적이 괜히 나온 것만은 아니다.